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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고양이

아무래도, 고양이

: 닿을 듯 말 듯 무심한 듯 다정한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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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3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308g | 130*185*15mm
ISBN13 9791188850822
ISBN10 118885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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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 정말 애교가 많아요, 그죠?” 나무의 귀여움을 찬양하며 시작한 대화는 이내 걱정으로 이어졌는데, 사람을 너무 따라서 위험하다고 했다. 동네 길냥이들에게 배척을 당하는 것도 사람을 반기는 성격 때문인 듯했다. 길에 사는 고양이는 야생 동물에 가깝다. 그래서 보통은 사람을 보면 멀리 달아난다. (?) ‘사람들에게 이토록 예쁨을 받으니 굶어 죽지는 않겠다’며 안심했던 내 생각이 와장창 깨졌다. 우리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간식을 먹고 기분이 좋아진 나무는 천하태평하게 ‘발라당’을 선보이고 있었다. 그렇게 나도 캣맘들의 걱정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 「나의 고양이, 나무야 반가워」 중에서

“수진 씨가 나무를 데려가 줄 수 없어요?” 심장이 철렁했다. 베테랑 캣맘이 보기에 나무는 길냥이로 살아남기 어렵다는 건가! 좋은 사람 나쁜 사람 가리지 않고 살갑게 굴다가 해코지를 당할까봐? 아니면 친구가 없어서 겨울을 이겨낼 따뜻한 은신처를 발견했다는 소식을 혼자만 모를까 봐? (?) 하지만 난 거절했다. 당시 나는 7평 남짓한 작은 원룸에 살고 있었고, 그 작은 방에 나무를 가둘 수는 없었다. (?) 마음을 굳히고 나니 머리가 맑아졌다. 부모가 되는 일에 면허증이 필요 없듯이, 누구나 집사가 될 수 있다. 고양이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고양이라는 동물 자체를 끔찍하게 사랑할 필요는 없다. 육아에 무지하고 어린아이를 딱히 귀여워하지 않는 사람도 제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가 되는 것처럼 나도 할 수 있었다. 다만 준비가 필요했을 뿐이다. 그날부터 나는 집사로 새 삶을 살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 「나의 고양이, 나무야 반가워」 중에서

“남의 똥을 치운 건 내 인생에 처음 있는 일이야.” 해외 출장으로 집을 비운 동안 나무를 돌봐준 친구의 소회를 듣고 한참 웃었다. 나에게 ‘나무 똥 치우기’는 양치나 설거지처럼 일상적인 일이 되었지만, 사실 사람은 웬만해선 남의 똥을 치울 일이 없다. 자식을 낳거나 반려동물을 입양하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누군가의 똥오줌을 치워준다는 건 그만큼 꽤 상징적인 일로, 그 대상을 완전하게 책임지고 챙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귀여워하고 놀아주는 일을 넘어 즐거움과는 거리가 먼 일까지 감수한다는 뜻이다. 남의 배설물을 매일 치우면서 상태가 어떤지 유심히 살펴보기까지 하는 일을 사랑 없이 하기가 어디 쉬운가.
--- 「너를 알아가는 시간, 육묘일기」 중에서

이젠 너무 익숙해져서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는 많은 순간에도 나무는 나를 방해한다. 방해는 매일 아침, 때로는 아주 이른 새벽부터 시작된다. 그 시간엔 30분, 아니 10분도 굉장히 소중한데, 매일같이 나의 아침잠을 망치는 거다. (?) 아직 ‘취침 모드’인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하고 꿋꿋하게 일어나지 않으면 그땐 최후의 수단을 쓴다. 화장대에서 아이섀도, 브러시, 립스틱 등 작은 물건들을 하나씩 떨어뜨린다. (?) 부엌에서 요리할 때 잠시라도 한눈을 팔다간 큰일 난다. 나무는 내가 음식을 망치지 않기 위해 정신 팔린 틈을 타, 그 어느 때보다 조용히 아무 기척 없이 국물용 멸치 대가리나 도마 위에 썰어둔 어묵 등을 노린다. 뒷발로 서서 앞발로 테이블을 잡고 선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간절하면서도 용의주도한 그 표정을 발견할 때마다 기가 막히면서도 웃음이 나 카메라를 든다.
--- 「너를 알아가는 시간, 육묘일기」 중에서

집에서도 혼자 울 수 없게 된 나는 어쩔 수 없이 나무 앞에서 여러 번 울었다. 앞뒤 안 맞는 넋두리를 횡설수설 토해내기도 한다. 듣는 이의 이해 같은 건 안중에도 없는, 그저 쌓이는 감정을 터뜨리기 위한 말들 말이다. 친구한테 그랬다간 “진정하고 찬찬히 말해봐.”라는 소릴 듣겠지만 나무는 그냥 눈만 깜빡인다. 그런 나무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꽤 많은 생각이 읽힌다. (?) 고양이를 붙잡고 감정을 토해보고서 알았다. 내 아픔이 누군가에게 부담이 될까 혼자 삭이는 쪽을 택해왔지만, 그게 최선은 아니었다고. 혼자 쓸쓸하게 감정을 떠안는 것과 다 털어놓고 공감받는 것, 그 중간 어디쯤에 고양이의 위로가 있었다.
--- 「행복을 나누어 받는다, 무한묘력」 중에서

내 눈에 마냥 아기 같지만 나무는 고양이 나이로 다섯 살, 사람 나이로 환산하면 서른셋쯤 되는 청년으로 나와 얼추 동갑내기다. (?) 늘 보호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던 나무를 동갑내기 친구라 생각하면 많은 것이 다르게 느껴진다. 오며 가며 도움의 손길을 받긴 했어도, 한때 나무는 제 한 몸 제가 챙기고 살던 독립적인 고양이었다. 삶의 거의 모든 부분을 내게 의지하는 지금도 고양이만의, 나무만의 라이프 스타일은 버리지 않았다. 내가 ‘말을 안 듣는다’고 여기는 점들은 길들여지지 않겠다는 나무의 의지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먹여주고 재워주는 반려인이라 해도 나를 네 멋대로 바꿀 순 없어. 널 사랑하지만 모든 걸 너의 뜻에 따를 순 없어.” 같은.
--- 「행복을 나누어 받는다, 무한묘력」 중에서

두려움은 지나칠 만큼 행복한 순간에 불쑥불쑥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들이 영원할 수 없다는 생각에 갑자기 눈물이 핑 돌곤 했다. 집사가 왜 이러는지 영문을 모르는 나무를 붙잡고 엉엉 운 적도 있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내 옆에 나무가 없는 날이 온다면, 내가 그걸 견딜 수 있을까.’ (?) 나의 고양이가 언젠가 내 곁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는 현실은 어떻게 감당하고 있는지 물었다. 집사 선배인 김이나 씨가 미소를 지으며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명쾌한 답을 내놓았다. “내가 먼저 가는 것보다는 나아요.”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아직 내 손길이 필요한 나무를 세상에 두고 먼저 떠나는 것보다 끔찍한 일은 없다. 나무가 내게 특별하듯, 나도 나무에게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 「너의 기분이 나의 기분이 될 때, 너에게 닿기를」 중에서

언제부턴가 막막할 때면 주문을 외운다. “집에 가면 고양이 있다, 좀만 참으면 고양이 본다.” 이 더럽게 안 풀리는 일에도 결국 끝은 있고, 집에 가면 고양이가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물론 그게 별것 아닐 수는 있다. 그런데 고양이가 없었을 때의 나는 집이 뭔지도 몰랐던 것 같다. 고양이를 품에 안고 긴 한숨을 내쉬어야 비로소 마음마저 자유로워진다. 집에 가면 고양이가 있다. 아니, Home is where my cat is. 고양이가 내 집이다.
--- 「에필로그 - 집에 가면 고양이가 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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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생명을 구하는 일은 하나의 생명이 아니라 결국 나 자신의 영혼을 구하는 일이다. 작가가 자신의 고양이를 향해 선언한 ‘영원한 사랑’이 스스로 그런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음을 확신해서 나온 말인 것처럼. 가장 작은 것을 통해 가장 위대한 것을 이야기하는, 그런 책.
- 김이나 (작사가, 달봉이와 봉삼이 집사)
길 위에서 만나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된 ‘나무’와의 따뜻한 이야기로 가득하지만, 고양이를 향한 사랑과 그 너머 불안까지 느껴져 뭉클했다. 고양이와 함께 살아보지 못한 사람은 평생 이 감정을 모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행복해지는 방법은 아무래도 고양이다.
- 이신아 (작가, 『히끄네 집』 저자)
길냥이와 처음 한 지붕 아래에서 살게 될 때 필요한 정보들은 물론, 보호자가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 책임감 등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이 책은 초보 및 예비 고양이 보호자들이 반려묘와 행복한 반려생활을 영위하는 데 도움을 주는 안내서가 될 것이다.
- 이혜원 (수의사, 잘키움동물복지행동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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