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동무들, 우리들이 영위하고 있는 삶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오? 우리는 지금 우리의 삶을 직시하여 똑바로 생각해 봅시다. 우리의 삶은 초라하고, 고되며, 아주 짧습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서 간신히 우리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먹이를 얻어먹고 일할 수 있는 자들은 마지막 한 방울의 힘이 다할 때까지 일하도록 강요 받고 있소. 그리고 우리가 쓸모 없게 돼 버리는 순간 우리는 가차없이 지독히 처참하고 소름 끼치게 도살당하고 맙니다.
영국에서 살고 있는 동물치고 늘그막에 행복이나, 평화롭게 사는 여가의 참다운 뜻을 아는 동물은 하나도 없소. 영국에 살고 있는 동물들은 모두가 자유롭지 못합니다. 동물의 삶이란 그저 절망과 노예의 삶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것은 명백한 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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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은 무척이나 힘들게(돼지가 사다리 위에서 균형을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다리 위로 올라가 일을 시작했고, 스퀼러가 그 아래 몇 계단 밑에서 페인트 통을 양손에 받쳐 들고 있었다. 계명은 30야드 떨어진 곳에서도 읽을 수 있을 만큼 커다란 흰 글자로 타르 칠을 한 벽 위에 쓰여졌다.
그 일곱 가지 계명은 다음과 같았다.
칠계명
1. 두 다리로 걷는 자는 누구든지 적이다.
2. 네 다리로 걷거나 날개를 가진 자는 모두 우리의 친구다.
3. 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4.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
5. 어떤 동물도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
6.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
7.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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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짐승들은 스노볼의 긴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만 못했지만, 그의 설명을 의심 없이 받아들였고, 그래서 좀 둔한 동물들은 모두 이 새로운 격언을 외우기 시작했다.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
격언이 헛간 벽의 끝에 있는 칠계명 위에 그보다 더 큰 글자로 쓰여졌다.
양들은 이 격언을 한 번 마음에 새기자, 이 말을 너무 좋아하게 되어 들판에 누워 있을 때면 모두가 반복해서 말했다.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
그들은 몇 시간이고 지칠 줄 모르며 계속해서 되풀이했다.
--- p.54
이제 나폴레옹은 개를 거느리고, 전에 메이저 영감이 연설하던 높이 쌓은 연단으로 올라갔다. 그는 이제부터 일요일 아침 회합은 중단한다고 일언지하에 선언해 버렸다. 이제 그런 회합은 불필요하고 또 시간 낭비라고 하였다.
앞으로 농장 작업에 관련된 모든 문제는 자신이 주재하는 돼지들의 ‘특별위원회’에서 결정하고 처리한다고 하였다. 그들은 비공개적으로 만날 것이며 거기서 결정된 사항은 다른 동물들에게 일방적으로 통고될 것이었다.
동물들은 여전히 일요일 아침에 모여 세워진 깃발에 경례하고 [영국의 동물들]을 제창하며, 그 주일의 일에 대한 명령을 하달 받지만 일체 토론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노볼이 쫓겨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고 있던 동물들은 이 발표에 아주 경악했다.
--- p.84
모든 동물로부터 공포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이때 마부석의 사나이가 말에 채찍질을 하자 마차는 빠른 속도로 마당 밖으로 벗어났다. 동물들은 마차를 뒤따르며 크게 외쳤다. 클로버가 앞으로 달려나갔다. 마차는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클로버는 다리를 빨리 움직여 마구 달려가려 했으나 보통 속도로밖에 달릴 수가 없었다.
“복서!”
클로버가 소리쳤다.
“복서! 복서! 복서!”
그 순간 바깥 소동을 들은 것처럼 콧잔등에 흰 줄이 있는 복서의 얼굴이 마차 뒤의 작은 창문에 나타났다.
“복서!”
클로버는 무서운 목소리로 외쳐댔다.
“복서! 빨리 뛰어내려! 너를 죽이려고 해.”
“복서, 어서 내려요, 어서!”
뒤따라온 동물들도 소리쳤다. 그러나 마차는 벌써 속력을 내어 그들로부터 멀어져 가기 시작했다.
--- p.175
서로가 악을 바락바락 쓰고 책상을 두드리며 의심의 눈초리를 번득이며 제각기 화를 내면서 그렇지 않다고들 떠들어댔다. 싸움의 원인은 나폴레옹과 필킹턴 씨가 각각 포카 노름을 하면서 스페이드의 에이스를 동시에 갖고 있는 데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열두 개의 성난 목소리가 서로 외쳐대고 있었는데 그 목소리는 모두 똑같이 들렸다. 이제 돼지들의 얼굴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바깥에서 지켜 보던 동물들은 돼지로부터 인간으로, 인간에게서 다시 돼지로 시선을 돌리면서 살펴보았다. 그러나 이미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돼지가 사람인지 사람이 돼지인지 도무지 분간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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