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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악의 열매

죄악의 열매

춈춈 | 가하 | 2020년 04월 2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7.8 리뷰 14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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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4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552쪽 | 694g | 148*200*28mm
ISBN13 9791130042947
ISBN10 1130042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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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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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 싶은 게 있어. 꼭 물어야 될 것 같아서.”
유진이 그의 손에서 천천히 자신의 손을 빼냈다. 그는 순순히 놓아주며 고개를 까딱였다.
“너에게는 내가…… 어떤 역할을 해주면 돼?”
유진의 질문이 의외라는 듯 윤우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할머니에겐 화풀이 대상, 어머니에겐 내보이지 못하는 모자란 딸 대역, 누나에겐 보모 역할이라면.”
자신이 말해놓고도 신기했다. 유진의 역할이 그의 가족에게 전부 다르다는 사실이.
“내겐 무슨 역할일까.”
생각도 안 해봤다는 듯 윤우가 중얼거렸다.
“나를 많이 미워하는 게 아니라면, 제발…….”
울컥, 속마음이 터져버렸다. 왜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윤우에게 이 말을 해버린 걸까. 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이 끝이 어디인지 무서운 백 여사에게도, 그녀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며 숨죽이고 살고 있는 정은에게도, 제가 돌봐줘야만 하는 일방적인 관계인 희정에게도 감히 묻지 못했다.
“제발. 듣기 좋네요. 계속해봐요.”
간절함이 절절하게 느껴져 윤우가 팔짱을 끼고선 재촉했다. 단단히 팔을 묶어두지 않으면 또다시 충동이 들리라. 손을 뻗고 옷을 찢어발겨 아침부터 내도록 궁금했던 것을 그녀에게서 찾으려 할 게 분명해, 윤우는 주먹을 쥐었다.
“배, 백 여사님이 무슨 생각인지……. 일이 너무 커져버렸어. 사람들은 내가 희정 언니인 줄 알아. 그렇게 돼버렸어. 내가 의도한 게 아닌데, 그렇게 돼버렸어.”
자신을 얼마나 경멸하는데, 백 여사가 그걸 두고 볼 리 없다. 정은의 말이 다 맞다. 백 여사는 무서운 사람이다. 그리고 유진은 최근 드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희정까지도 관계된 무시무시한 상상에 밤잠을 설친다.
“내가, 의도한 게 아니야…….”
정은이 그저 외출하자고 해 따라간 자리에서, 정재계의 유명한 사모님들한테 유진을 딸로 소개하며 인사시켰다.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수습할 수 없는 지경이죠.”
처음에는 몇 달에 한 번, 그리고 나선 한 달에 한 번, 그리고 현재는 보름에 한 번 정도일까. 물론 공적인 자리는 아니지만, 그런 모임에서의 눈도장과 입소문이 이쪽 세계에선 크게 작용한다.
결국 윤우가 치미는 것을 참지 못하고 손을 뻗었다. 유진이 반사적으로 눈을 감자 낮게 혀를 찼다.
“내가 때릴 것 같아요?”
“그냥…… 놀라서…….”
손은 유진의 입술로 향했다.
“다시 말해봐요, 제발이라고.”
연한 빛 립글로스만 바른 유진의 입술을 그가 뚫어져라 바라봤다. 질척이는 시선에서 망설이다 입술을 뗐다.
“……제발.”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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