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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

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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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5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516g | 140*215*30mm
ISBN13 9791188635276
ISBN10 1188635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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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유어(回遊魚)인 청어는 오늘날에도 밝혀지지 않은 어떤 이유로 이동 경로를 바꿀 때가 있다. 흥미롭게도 그 경로가 바뀔 때마다 국가의 운명이 달라졌다. 학자들은 바이킹이 고향을 버리고 브리튼섬을 침략하게 된 결정적 요인으로 ‘청어의 회유 경로 변화’를 꼽는다.

예기치 않은 청어의 이동 경로 변화는 13~17세기 유럽의 세력 판도를 뒤흔들어놓았다. 13세기 초 발트해 연안의 도시 뤼베크(Lubeck) 근해에서 어부들이 거대한 청어 떼를 발견했다. 곧이어 인근 도시 어부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청어잡이에 나섰고 청어 무역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청어 시장 규모가 급속히 커짐에 따라 발트해 연안 도시의 상인들은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해 동맹을 결성했다. 1241년의 뤼베크와 함부르크 간 동맹 결성이 시초였는데 이는 유명한 한자동맹의 원류가 되었다. 한자동맹은 설원의 비탈을 구르는 눈덩이처럼 점점 커지더니 얼마 후 수십 개의 도시가 참여하는 거대 조직으로 발전했다. 바야흐로 한자동맹은 유럽의 경제적 패권을 장악했으며 그 패권은 200년 가까이 이어졌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는 법. 한자동맹의 경제적 패권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결정적 원인은 청어 떼가 갑작스럽게 산란 장소와 회유 경로를 발트해에서 북해로 바꾼 데에 있었다. 이 작지만 큰 변화 하나로 한자동맹은 급격히 쇠퇴했다. 그리고 그 바통을 북해 연안의 작은 나라 네덜란드가 이어받았다. 이로써 그전까지 강대국 스페인의 지배를 받으며 존재감 없던 나라 네덜란드가 족쇄를 벗어던지고 신흥 강국으로 떠올랐다. 네덜란드는 이제 유럽은 물론이고 전 세계 해양을 지배하는 헤게모니 국가로 거듭났다. 이 모든 거대한 흐름의 중심에 몸길이 30센티미터의 흔하디흔한 생선 ‘청어’가 있었던 셈이다.
--- p.10~11, 「서문, 청어의 회유 경로 변화가 국가의 운명을 바꾸고 유럽사와 세계사의 물줄기를 돌려놓았다고?」 중에서

그 후 바이킹은 진로를 남서쪽으로 돌려 이스트 앵글리아로 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고 보면 훗날 네덜란드가 북해에서 청어잡이를 할 때 밟았던 경로와 거의 일치한다.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크니 제도보다 더 북서쪽에 있는 셰틀랜드(Shetland Islands) 제도는 수많은 어선의 어업기지 역할을 했는데 이곳도 바이킹이 지배했다.

바이킹의 해외 이주에 관해서는 여러 주장이 있는데 어느 주장이나 역사적 사실보다는 추측에 근거한다. S. M. 토인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청어 떼가 노르웨이 근해를 회유 경로로 삼아 이동할 때는 바이킹의 잉글랜드 습격이 소강상태에 있었다. 10세기 무렵의 상황이었다. 바이킹이 침략하여 식민지로 삼은 도시나 지역은 거의 예외 없이 청어잡이가 활발한 곳이었다. 토인은 다양한 자료를 꼼꼼히 조사한 끝에 바이킹이 유럽 여러 나라를 침략할 때 택한 항로가 훗날 북해에서 청어잡이 하던 네덜란드의 어장 및 해로와 절묘하게 일치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청어의 회유 경로 변화는 이후 실제로 몇 번이나 여러 국가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미쳤다. 청어가 바이킹의 이동 원인의 전부는 아니더라도(S. M. 토인도 바이킹이 오로지 청어 때문에 이동했다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어떤 형태로든 부분적으로는 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아도 이상하지 않다.
--- p.29~30, 「본문, 1. 청어의 회유 경로 변화가 유럽의 세력 판도를 바꾸고 여러 국가의 흥망성쇠를 결정지었다고? 중에서

네덜란드는 무역으로 다른 유럽 국가들을 압도할 만큼 거대한 부를 일구었다. 네덜란드 성공 신화는 한자동맹을 대신해 ‘소금에 절인 청어’를 본격적으로 공급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빌럼 벤켈소어의 ‘소금에 절인 청어’는 세계사를 바꾼 위대한 발명 중 하나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런 맥락에서 유럽사의 위대한 군주로 칭송받는 카를 5세가 그의 무덤을 참배했다는 이야기도 무작정 후대에 누군가에 의해 창작되고 살이 보태지며 만들어진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치부하며 웃어넘길 수만은 없지 않을까.

네덜란드는 빌럼 벤켈소어가 활약한 시기에 발전의 기틀을 다졌다. 학자들은 이를 14세기 무렵으로 추정한다. 그즈음 이 나라는 빌럼 벤켈소어 같은 위대한 장인과 기술자, 숙련공들의 노력에 힘입어 소금에 절인 청어를 가공하는 기술을 눈부시게 발전시켰다. 그로써 이전에는 며칠만 지나도 썩어 문드러지고 악취를 풍긴 청어를 무려 1년 넘게 신선한 상태로 보존할 수 있게 되었다. 빌럼 벤켈소어의 일화와 전설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도 따지고 보면 이후 네덜란드의 눈부신 성장과 발전이 뒷받침해주었기 때문이다.
--- p.46~47, 「본문, 3. 빌럼 벤켈소어의 ‘소금에 절인 청어’가 세계사를 바꾸다」 중에서

존 캐벗은 ‘지팡구’, 즉 일본이라는 나라를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그가 메카에 주재할 때 카라반(Caravane) 상인들에게 들은 정보를 종합?분석해 내린 결론이라고 한다. 당시 아시아 끝자락에 있는 일본은 서양인에게 자주 망상을 불러일으키는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다.

사실 존 캐벗이 북아메리카의 정확히 어느 지점에 상륙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잉글랜드 정부와 캐나다 정부의 공식 견해에 따르면 뉴펀들랜드섬의 보나비스타(Bonavista)항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역시 추정일 뿐 확실한 증거는 없다. 어쨌든 캐벗은 그곳에서 ‘지팡구’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가 그토록 손에 넣고 싶어 했던 보석이나 향신료도 찾지 못했다. 대신 그는 그곳에서 해수면이 불룩 솟아오른 것처럼 보이는 거대한 대구 떼를 발견했다. 손치노는 편지에 이렇게 적었다.

그들은 그 바다에 물고기가 차고 넘친다고 말합니다. 물고기가 많아도 너무 많아서 그걸 잡기 위해 그물을 칠 필요도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물에 가라앉도록 돌을 매달아 내린 바구니로도 양껏 물고기를 건져 올릴 수 있을 정도니까요.…… 존 캐벗의 동료인 잉글랜드인들은 그 정도로 엄청난 양의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면 잉글랜드에 아이슬란드는 이제 필요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대신 아이슬란드에서는 ‘스톡피시’라고 부르는 생선을 대량으로 들여올 수 있습니다.

이듬해 존 캐벗은 세 번째 항해에 나섰으나 상세한 항해 내용은 알려진 바가 없다. 일설에 따르면 안타깝게도 캐벗은 그 항해 에서 조난되었다고 한다. 또한 1500년 잉글랜드로 귀항했다는 다른 설도 있다. 아무튼 존 캐벗은 세 번째 항해 이후 역사의 어둠속으로 영원히 사라졌다.

일찍이 16세기 초반 뉴펀들랜드 연안에는 프랑스, 포르투갈 어선이 들어와 대구잡이에 열을 올렸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잉글랜드 어부들은 마치 아이슬란드에 꿀이라도 발라둔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참고로 존 캐벗의 아들 존 서배스천(John Sebastian)은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받아 북미 대륙 북쪽을 가로질러 아시아에 이르는 ‘북서 항로’를 찾아 항해에 나섰다가 돌아왔다. 이는 1508~1509년의 일이다. 그 항해에서 서배스천은 허드슨강(Hudson River)을 발견했다고 전해진다.
--- p.156~158, 「본문, 16. 북아메리카에서 존 캐벗이 발견한 ‘대구 떼’가 신항로 개척시대의 역사를 바꾸다」 중에서

『신약성서』에 나오는 물고기는 ‘가난한 사람에게 하느님의 자비로운 마음을 베푼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물고기가 지닌이 성스러움은 먼저 청어를 통해 드러났고 대구로 이어져 발현되었다.

만약 어업이 발전하지 않았다면 과연 서양 세계가 오늘날의 수준으로 인구를 늘릴 수 있었을까? 단언하건대 그렇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육류는 식민지가 급속히 확대되며 그와 비례하여 자연스럽게 생산량이 증가했다. 한편 청어와 대구는 가난한 사람도 식탁에 올릴 수 있는 소중한 단백질 공급권으로 『신약성서』에서 보여준 물고기의 의미를 끊임없이 세상에 드러내 보여준 셈이었다. ‘필그림 파더스’의 사례는 물고기의 상징성이 조금 특이한 형태로 표출된 사건에 불과하다.

오늘날 그 물고기에는 새로운 성스러움이 부여되었다. 바로 기독교에서 파생한 민주주의라는 정치사상에서 중핵적인 가치를 담당하는 ‘자유’의 개념이다. 애덤 스미스의 말대로 이 ‘자유’야말로 어부들의 행복과 뉴잉글랜드 번영의 주춧돌이 되었다. 뉴잉글랜드 어부들 사이에 구전되어 온 전승은 물고기가 지닌 이 두 가지 성스러움과 부합한 결과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매사추세츠주 의회당에서 지금도 의사 진행 과정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 성스러운 대구 조형물은 서양 세계에서 물고기가 맡은 종교적, 경제적, 군사적 역할의 연장선 위에 있다. 그리고 그 도착점 중 하나로 민주주의를 상징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국가와 대자본을 거느린 상인집단의 규제와 압박을 불편한 마음으로 바라보던 어부들에게 민주주의야말로 반드시 구현해야 할 정치 체제가 아니었을까. 그런 맥락에서 앞으로도 오랫동안 매사추세츠주의 성스러운 대구는 역사라는 바닷속을 유유히 헤엄쳐 다닐 것이다.
--- p.234~235, 「본문, 27. 뉴잉글랜드 대구 어부의 정치의식이 민주주의를 앞당겼다고?」 중에서

사람들이 피시 데이를 지키지 않자 어촌 항구가 한산해지고 쇠락해갔다. 이런 변화는 매우 급속히 이루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촌 마을이 눈에 띄게 황폐해졌다. 이는 주요 생선 소비자였던 수도원을 헨리 8세가 폐쇄한 지 1~2년도 지나지 않아서 일어난 변화였다. 그 연장선에서 1541년 해외와 해상에서 사들인 생선을 판매 목적으로 잉글랜드에 반입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었다.

어업이 쇠퇴하자 잉글랜드 정부는 다른 나라에서 더는 생선을 수입하지 않게 되었다. 윌리엄 세실 경은 런던에서 수산물 상인을 대상으로 어업 상황을 면밀히 조사했다. 헨리 8세의 뒤를 이어 국왕으로 즉위한 에드워드 6세(Edward Ⅵ, 재위 1547~1553) 시대의 일이었다. 당시 상인들의 보고에 따르면 헨리 8세 재위 20년째였던 1529년 무렵 440척의 어선이 조업에 나섰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조사가 이루어진 1552년과 1553년에는 133척까지 곤두박질쳤다.

당시 어업 쇠퇴는 곧바로 해군력 쇠퇴로 이어졌다. 섬나라인 잉글랜드에게 해군력 쇠퇴는 곧 국방력 쇠퇴를 의미한다. 당시 어업 현장은 ‘해군 훈련소’나 다름없었다. 전쟁이 나면 어민은 기초 군사 훈련을 받고 즉시 해군으로 편성되어 복무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직 전함이 충분히 갖추어지지 않은 당시만 해도 수시로 어선을 징발해 군함으로 사용했다. 사실 전시에 어선을 군함으로 활용하는 제도는 비교적 최근까지 지속하였다. 구체적인 예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잉글랜드 정부는 대구잡이 트롤선을 소해정(Minesweeper, 기뢰를 찾아 제거하는 선박?옮긴이)으로 징발해 전장에 투입했다.

전쟁이 어업에 나쁜 영향만 미친 것은 아니었다. 전쟁 중에는 언제나 자연스럽게 대구 개체 수가 가파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는 많은 나라가 전쟁에 몰두하느라 대구잡이가 전면적으로 중단되다시피 한 덕분이었다. 전쟁이 끝나면 추운 겨울이 가고 따뜻한 봄이 오듯 어업도 회복되기 시작했으며 활황기를 맞이하곤 했다.

앞서 언급한 1541년 법령은 자국 어민 보호를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 그로부터 4년 후 이 법은 다시 한번 개정되었다. 그리고 에드워드 6세와 메리 여왕 시대에 이르러 또다시 개정이 이루어졌다. 이후 엘리자베스 1세 시대에 이르러서도 같은 취지에서 몇 번이나 법령이 만들어졌고 시행되었다. 이 시기 잉글랜드 어업 쇠퇴 현상을 두고 역사가들은 종교개혁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주장에 대체로 찬성한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이웃나라 네덜란드의 어업 발전을 꼽는다. 네덜란드는 잉글랜드와 중간에 바다를 두고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사이다. 이는 ‘역사의 아이러니’라고밖에 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종교개혁이 네덜란드 사회에 미친 영향은 잉글랜드의 그것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다. 아무튼 결국 종교개혁의 불씨가 들불처럼 번져 나가 구교, 즉 가톨릭의 맹주였던 스페인에서 독립하는 네덜란드 독립전쟁으로 이어졌다.
--- p.269~271, 「본문, 33. 피시 데이 쇠퇴가 잉글랜드 어업 쇠퇴로, 어업 쇠퇴가 국방력(해군력) 쇠퇴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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