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결혼이 하고 싶으시지요?”
실비아가 물었다.
“그걸 모르신단 말인가요? 당신은 천진난만하시군요! 물론, 당신 생각이 옳아요. 결혼은 사랑과 이상을 위해서 해야 하죠. 그렇지만.”
필리스는 필사적인 심경으로 진실을 말했다.
“우리는 결혼을 그렇게 생각할 수가 없답니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많은 것이 결여되어 있어서 결혼을 그 자체로 따로, 또는 이상의 실현으로 생각할 수가 없답니다. 결혼에는 참으로 여러 가지가 얽혀 있으니까요. 자유와 친구와 내 집, 기타 당신이 이미 소유하고 누리는 많은 것을 나는 결혼을 통해서만 소유할 수 있어요. 그런 결혼이 끔찍하고 타산적으로 보이나요?”
--- pp.30-31
그 자국으로 말할 것 같으면, 확실치가 않았고, 나는 그것이 결국 못이 만든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그러기에, 자국은 너무 크고, 너무 둥글었다. 내가 일어설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만약 내가 일어나 그것을 본다 해도, 십중팔구 나는 확실하게 말할 수 없으리라. 왜냐하면 일단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그 일이 일어났는지 결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아! 저런, 삶의 신비라니! 생각의 부정확함! 인간의 무지! 우리가 자신의 소유물을 거의 통제할 수 없으며, 우리의 모든 문명에도 불구하고 이 삶이란 것이 얼마나 우연한 사건인지 보기 위해서, 우리 평생에 잃어버리는 것들 몇 가지만 헤아려보자. 책을 제본하는 도구들이 든 세 개의 창백한 푸른색 깡통부터 시작해서 말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언제나 가장 불가사의한 손실물 같아서이다. 고양이가 쏠아 먹었나, 쥐가 갉아 먹었나. 그러고는 새장들, 굴렁쇠, 철 스케이트들, 앤 여왕 시대식 석탄 통, 바가텔1 평판, 손풍금, 모두 사라졌다. 보석 또한 사라졌다. 오팔과 에메랄드, 그들은 무의 뿌리 주변에 널려 있네. 삶이란 얼마나 산산조각을 내고 도려내는 일인지 확실했다! 내가 등에 옷을 걸치고 있고, 이 순간에 견고한 가구들에 둘러싸여 앉아 있다는 것이 경이로웠다. 아니, 만약 사람이 인생을 어느 것에건 비교하기를 원하면, 우리는 시속 오십 마일의 속도로 전철을 타고 날려가는 것에 비유해야 하겠다. 그러고는 머리에 머리핀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채 다른 쪽 끝에 내린다! 신의 발아래 완전히 벌거벗은 채 쏘아 떨어진다! 우체국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통로에 던져진 갈색 종이로 싼 소포처럼 수선화 초원에 거꾸로 떨어진다! 머리털을 경마競馬의 꼬리처럼 뒤로 날리면서 말이다. 그래, 그것이 삶의 속도를 표현하는 것 같아, 영원한 소모와 복구, 모든 것이 너무도 무심하고, 모든 것이 너무도 터무니없어.
--- pp.119-120
“우리 모두 글을 읽을 줄 알아. 그러나 폴 외에 아무도 읽는 수고를 하지 않았어. 나만 해도 여자는 당연히 애 낳는 데 젊음을 바쳐야 한다고 여겼지. 난 자식을 열 명이나 낳은 우리 엄마를 존경했고, 열다섯 낳으신 할머니를 더 존경했고, 솔직히 말하자면 스물을 낳는 게 내 야망이었어. 우린 남자들도 여자만큼 일을 많이 하고, 여자의 일만큼이나 중요한 일을 한다고 지금까지 생각해왔어. 우리가 아이를 낳을 때 남자들은 책과 그림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했지. 우린 인구를 불리고, 남자들은 세상을 문명화하고. 그런데 이제 우리가 글을 읽을 줄 아는 이상, 우리가 그 성과를 평가해보는 걸 누가 막겠어? 아이를 하나 더 낳기 전에 맹세코 이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봐야겠어.”
그래서 우리는 질문을 던지는 모임을 만들었다. 누구는 군함을 방문하고, 누구는 학자 서재에 잠복하고, 누구는 사업가들 회의에 참석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 모두 책을 읽고, 그림을 보고, 음악회에 가보고 길거리에서 잘 살펴보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기로 했다. 우린 아주 새파랗게 어렸다. 그날 밤 헤어지기 전에 훌륭한 인간과 책을 생산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는 데 동의한 것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단순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질문은 남자들이 이런 목표를 현재 얼마나 달성했는지 알아내는 것이었다. 우리는 우리가 만족할 때까지 아기를 한 명도 낳지 않겠다고 엄숙하게 맹세했다.
--- pp.190-191
게이지 부인은 이제 좀 쉬고 나서 앵무새 제임스의 행동에 전적으로 따르기로 작정했다. 그러나 그녀는 오래 쉴 수가 없었다. 당신은 암탉이 발톱으로 모래 속을 긁어내는 모습을 보았는지 모르겠는데, 앵무새가 마치 암탉처럼 몇 분 동안 모래 기반을 이리저리 긁어내자 척 보기에 누르스름한 둥근 돌덩어리 같은 무언가가 파내어졌다. 이제 앵무새의 흥분이 너무나 심해져서 게이지 부인은 앵무새를 도와주러 다가갔다. 그들이 드러내놓은 공간 전체가 길게 둘둘 모아 놓은 둥글고 누르스름한 돌로 꽉 차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녀는 깜짝 놀랐는데, 그 돌들은 아주 정연하게 쌓여 있어서 옮기는 일은 그야말로 큰일이었다. 그러나 이것들이 대관절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무슨 목적으로 여기에 숨겨져 있었던 것일까? 그들이 맨 위의 층을 완전히 들어내고 그다음에 그 돌 아래 놓여 있는 유포를 걷어내고 나서야 마침내 참으로 기적 같은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거기에, 한 줄 다음 또 한 줄, 아름답게 광을 내어 달빛 아래 찬란히 빛나고 있는 것은 갓 나온 새 금화 수천 개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곳은 그 구두쇠의 은닉 장소였다. 그리고 그는 두 가지의 비상한 예방책을 강구함으로써 그 누구도 그것을 찾아내지 못하도록 확실히 해두었던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된 것처럼, 우선 그는 보물을 숨긴 지점 위에다 취사용 화덕을 만들었고, 그래서 화재가 그것을 부숴버리지 않았던들 아무도 거기에 보물이 있는지 몰랐을 것이다
--- p.264
그녀가 죽을 때 미완성인 채로 남겨놓은 일기장. 그 일기장 바로 첫 페이지에 그 망할 놈이 다시 등장했다. “B. M.과 단둘이 저녁을 먹었다…… 그는 대단히 초조해졌다. 그는 이제 바야흐로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노라고 말했다…… 나는 그로 하여금 내 말에 귀를 기울이게 하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그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는 만약 내가 말을 듣지 않으면 ……이라고 협박했다.” 그 페이지의 나머지 부분은 지워져 있었다. 그녀는 그 페이지에 온통 “이집트, 이집트, 이집트”라고 적어놓았다. 그는 한 자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해석은 단 한 가지였다. 이 악당 놈이 그녀에 그의 애인이 되어달라고 졸랐던 것이다. 그의 방에서 단둘이! 길버트의 얼굴에 피가 끓어올랐다. 그는 페이지들을 재빨리 넘겼다. 그녀는 뭐라고 대답했을까? 이름의 첫 글자들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는 단지 “그이”라고만 적어놓았다. “그이가 다시 찾아왔다. 나는 그에게 어떤 결심도 하지 못하겠노라고 했다…… 제발 나를 떠나달라고 애원했다.”
--- p.4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