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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할머니에게

나의 할머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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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나의 할머니에게 (큰글자도서)
윤성희,백수린,강화길,손보미,최은미,손원평 공저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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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할머니에게 (큰글자도서)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5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239쪽 | 378g | 134*194*18mm
ISBN13 9791130629612
ISBN10 1130629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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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기억해야 할 여자 어른의 이야기] 여성 작가 6인의 소설을 통해 과거이자 현재이고 미래인 ‘할머니’를 읽는다. 할머니를 읽으며 지난 날을 떠올리고, 오늘을 만든 것에 대해 생각하고, 미래의 우리를 가늠한다. 주름 사이 빼곡히 자리한 웃음과 눈물, 상처와 사랑을 소중하게 받아들어 펼치니 정겨운 시간의 냄새가 한가득 배어난다. -소설MD 박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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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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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후가 나보고도 주문을 외우라고 해서 막대기를 잡아보았다. 그랬는데 입 밖으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막대기를 저으며 속으로 주문을 외웠다. 아들 따라다니는 꼬마 귀신 사라지게 해주세요. 딸이 일주일에 한 번씩 전화하게 해주세요. 지후에게 막대기를 건네주며 나는 속으로 주문을 외웠다고 말했다. “무슨 주문인지 말해주면 안 돼요?” 지후가 물어서 나는 지후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할머니가 되고 싶다고 빌었어. 손주가 태어나면 구연동화도 해주겠다고.”
--- 윤성희, 「어제 꾼 꿈」 중에서

시간이 갈수록 할머니 안의 고독은 눈처럼 소리 없이 쌓였다. 처음엔 곧 녹을 수 있을 듯 얇은 막으로. 하지만 이내 허리까지 차오를 정도로 두텁고 단단한 층을 이루었겠지. 그렇지만, 나는 가까스로 생긴 친구들 눈에 지나치게 심각하고 유머 감각이 없는 전형적인 아시아 여자애로 보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느라 할머니가 막 생리를 시작한 나에게 생리대를 사주기 위해 슈퍼에 갔지만 탐폰들만 잔뜩 있는 진열장 앞에서 그것들이 무엇인지 몰라 망연자실하게 서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고, 긴긴 하루를 견디다 지루해지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 일부러 일본식품점에 가지만 일본인 주인과 유창하게 의사소통할 때마다 자긍심과 수치심을 동시에 느꼈다는 사실 역시 미처 알지 못했다.
--- 백수린, 「흑설탕 캔디」 중에서

할머니가 명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적은 없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할머니는 명주를 좋아했고, 그녀의 많은 부분을 칭찬했다. 그게 진심이라는 걸 모를 수 없었다. 그녀는 늘 나를 걱정했고,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 혼자 남을 나에 대해 늘 생각했으니까.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모르는 게 더 많았다.
--- 강화길, 「선베드」 중에서

따지고 보면 그때에는 그녀의 존재 자체가 잘못이었다. 당시 그녀의 할머니는 자신의 며느리와 관련된 추문을 공공연하게 드러내 난도질하고 싶은 마음과 자신의 며느리와 관계된 모든 시공간을 오려내서 관 속에 처넣고 입구를 납땜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난도질과 납땜, 물론 둘 다 할머니의 방식이었다. 그녀는 할머니가 결국엔 후자를 선택하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 선택이야말로 어머니의 추문이 자신에게 아무런 타격도 주지 않았다는 것을 드러내줄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이라고, 할머니는 철석같이 믿고 있었을 테니까.
--- 손보미, 「위대한 유산」 중에서

규옥은 피부 여기저기에 붉은 반점이 돋아나고 있었다. 병원에 가도 원인이 나오지 않았고 한약을 먹고 침을 맞아도 차도가 없었다. 그건 규옥이 지난 60년을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일이었다. 근래 규옥의 몸에는 규옥이 생애 처음 겪는 일들이 어느 때보다도 극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허리에, 어깨에, 손목에, 혈관에, 어떤 기미처럼, 결과처럼, 시작처럼. 그것은 피부 표면으로 기어코 드러날 수밖에 없는 무슨 일인 것 같았다.
--- 최은미, 「11월행」 중에서

늦기 전에 결혼을 했더라면, 큰 빚을 감당하고 악착같이 중심지의 집을 일찍 사두었다면 모든 게 달라졌을까. 민아는 반평생 자신이 가보지 않은 삶이 혹시 정답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과 회한에 시달렸었다. 지윤을 만나 다행한 점은 인생에 정답 같은 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지윤에겐 미안했지만 사실 그건 꽤 큰 안도감이었다. 모두가 부러워했을 법한, 권해지는 삶을 산 지윤도 결국 유닛 D에 있지 않은가.
--- 손원평, 「아리아드네 정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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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집은 이 시대 한국문학의 중심에서 치열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 6인 6색의 향연으로, 한 생애를 살아낸 모든 할머니들에게 바치는 헌사이고 찬가이기도 하다. 이렇듯 눈 밝고 귀 여리고 마음 깊은 작가들에 의해, 저마다 개별자로 살아온 인생들이 프리즘처럼 다채로운 빛을 발하며 또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이 소설들을 읽노라면 스스로도 해석이 잘 안 되는, 늙어가고 있는 나의 모습과 복잡한 내면의 지형도가 보이고 또한 내가 지나온 시간들을 가파르게 살고 있는 딸이, 내가 향해 가고 있는 시간들을 어쨌거나 살아냈던 어머니가 확연히 보인다. 그 새삼스러운 발견에 낯설고 신선한 충격을 느끼면서, 내가 통과해온 세월의 많은 과오와 부끄러움에 대해 조금은 대범해질 수도 있었다. 이 작품들은 노년에 대한 통념과 편견을 깨뜨리고 섣부른 달관과 체념과 화해라는 해결책을 거절하면서 대신 삶의 불가해함과 인간 존재라는 신비를, 한세상을 건너가면서 겪고 감당했던 그 모든 것들의 곰삭은 향기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그 우여곡절과 슬픔과 상처로 인해 인간이란 이렇듯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깨달음도.”
- 오정희 (소설가)
“이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읽는 일은 과거와의 연결이면서 우리의 미래를 알아차리는 과정이 되기도 할 것이다. 우리의 눈에 할머니라는 존재가 이전보다 선명하게 들어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직은 아니지만, 동시에 이미 할머니가 되어 잘 모르는 여자와 조금은 짐작할 수 있는 여자와 결국 내가 되고 말 여자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 황예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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