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문화는 일 문화와 관계 문화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일 문화 측면은 2010년 전후 스마트 워크 붐이 일어 시차 출퇴근, 유연 근무제, 자율 좌석제, 복장 자율화 등 각종 제도가 도입되면서 상당히 달라진 것이 사실이다. 또한 주 52시간 근무를 규정한 노동법 개정으로 많은 변화가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일 문화가 달라진다고 저절로 관계 문화가 좋아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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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집약적인 고대 농경 사회에서 대량 생산 위주의 근대 자본주의 사회까지는 수직적인 상하 관계가 잘 작동할 때 가장 효율적이다. 현대 경영 환경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개인의 전문성과 창의성, 다양한 관점, 신뢰에 기반한 협업이 중요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직적인 상하 관계는 오히려 조직과 사회의 발전을 막는 저해 요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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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DRI는 스티브 잡스 시절에 만들어진 제도로, ‘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직접 담당자)’의 약자다. 아무리 복잡하고 여러 부서가 얽힌 문제라도 그 업무의 DRI로 지정되면 그 사람이 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완전하게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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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은 상사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 책임하에 업무를 추진하면서 전문가로 성장한다. 스스로 동기가 부여되는 일을 찾고, 협업을 통해 수행하고, 결과는 동료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평가받는다. 실무자의 업무 완성도가 높아질수록 관리자가 챙길 일은 줄어든다. 이런 선순환이 반복되면 조직은 크게 전문가 집단, 관리자 집단의 두 계층으로 축약된다. 수평적 조직이 완성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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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으로 수평적인 조직 구조를 만들고 관리 범위의 문제도 일으키지 않으려면 거시적인 조직 구조와 함께 미시적인 팀 업무 구조가 동시에 바뀌어야 한다. 실무적인 의사 결정권을 단위 조직에 대폭 위임하고, 단위 조직 안에서도 관리자보다는 실무자 중심으로 업무가 운영되며, 임원의 역할은 명령과 통제에서 탈피하여 방향 제시와 조직 개발에 집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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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서 업무를 제일 잘 알고 직접적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은 실무자다. 실무자의 시간을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조직화할 때 전체 생산성이 높아진다. 업무의 흐름을 끊는 호출, 직원의 자율성을 고려하지 않는 지시, 형식적인 보고, 문서 작성 등에 쓰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실질적인 가치 창출에 직결되는 업무 시간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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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실행했다면, 결과에 대한 책임도 본인이 져야 한다. 물론 새롭고 도전적인 과업을 수행하면서 최선을 다했음에도 실패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개인에게 묻지 않는다. ‘그 일은 아무개가 책임을 지기로 했으니 우리는 신경 쓸 필요 없어’ 식의 태도 역시 수평적 조직에서는 적절치 않은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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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가 비효율적이니 없애자’는 주장은 수평적인 조직을 만드는 것과 관계가 없다. 회의 자체가 아니라 비효율적인 방식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평적 조직은 지시, 보고, 품의 등의 관행과 절차를 없애거나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오히려 의사 결정, 의견 조율, 팀 간 협조 등을 위한 회의가 더 많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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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조직에서 우수한 인재가 꼭 수평적 문화에서도 우수한 인재는 아닐 수도 있다. 위계 문화에 맞는 인재는 기본적으로 순응적이고 인내심이 강하며 기존 관행을 눈치껏 잘 살펴야 하는데, 이런 인재들은 수평적 문화의 조직에서는 자기 생각이 없고 적극성이 부족하며 추진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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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 조직은 리더가 없거나 리더십이 약한 조직이 아니라, 다른 리더십이 필요한 조직이다. 수평 조직 리더의 역할에는 역설적인 면도 많다. 지시하지 않으면서 직원의 머리와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업무 방향은 제시하되 실무는 위임해야 한다. 미세 관리를 하지 않으면서도 팀이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팀원의 전문성을 존중하면서도 성장을 위한 파트너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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