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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하지만 화려하게 해주세요

심플하지만 화려하게 해주세요

: 원하는 디자인을 뽑아내는 30가지 의사소통의 기술

[ 개정판 ]
박창선 | 부키 | 2020년 05월 2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4 리뷰 27건 | 판매지수 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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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도서는 『디자이너 사용설명서』의 개정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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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5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46g | 135*200*20mm
ISBN13 9788960517882
ISBN10 8960517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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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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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관련 업무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하려면 사업 제안서, 회사 소개서, 로고, 브랜드 가이드, 명함, 브로슈어 등 다양한 디자인 자료가 필수적이니까요.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위와 같은 디자인 자료들을 온전히 갖춘 회사는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일하고 돈 벌고 직원 뽑고 투자받으러 다니고 영업 뛰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때그때 대강 만든 제안서만 수많은 버전으로 널브러져 있고 제대로 된 회사 소개서 하나 없는 채로 2~3년이 흘러가기 쉽죠. 물론 그런 자료들이 없다고 해서 회사에 엄청난 타격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필요한 때가 오기 마련입니다. 투자를 준비할 수도 있고 행사에 참여하거나 여러분의 클라이언트가 해당 자료들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쉽사리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콘텐츠, 서비스, 제품 등에 다양한 방법으로 여러분의 철학을 가시화시켜야 합니다. 디자인은 비즈니스의 시작이고 메인이며 마지막이기도 합니다.
--- p.18

여백을 인식하는 정도는 사람마다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입니다. 누군가는 장마당처럼 드넓은 몽골 민족의 여백을 선호하고 다른 누군가는 아기자기하고 빼곡한 느낌을 좋아합니다. 보통 일반인들은 여백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많다고 합니다. 흔히 ‘백색 공포’로 불리는 개념이죠. 백화점 명품관에서 벽 한 면에 가방 하나만 떡하니 걸려 있는 모습을 보고 ‘와, 저 가방 엄청 비싸겠다’라고 생각해본 경험이 있으실 것입니다. 디자인에서 여백은 권력을 나타냅니다. 높은 천장과 넓은 면적 등 많은 여백을 보유한 요소에는 고급스러움, 위압감, 부담, 권위의식 등을 느끼게 됩니다. 이것이 흰 바탕일 경우에는 더욱 강렬한 긴장감을 유발하죠. 이처럼 한 요소가 높은 자리에 있다면 다른 요소와 위상차가 발생합니다.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가 생각하는 ‘중요한 요소’가 서로 다를 수도 있어서, 어디에 어떻게 여백을 만들고 어느 정도의 여백을 선호하는가는 매우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 p.44~45

디자이너를 뽑을 때 가장 크게 실수하는 부분은 ‘실력’을 보려고 하는 점입니다. 실력 그 자체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우리에게 필요한 디자이너는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의 장점을 잘 살려내 체계적이고 시각적으로 설계하는 사람입니다. 화려한 포토샵 스킬과 멋들어진 목업 이미지에 혹하지 않도록 합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설명해줍시다. 전체적인 흐름 위에서 당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도록 합시다. 또한 업종에 대한 이해, 업무 카테고리에 대한 이해, 타 부서와의 유관성에 대한 이해가 있는지 물어보도록 합시다. 물론 주니어의 경우엔 모를 수도 있습니다. 처음 경험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다 해도 ‘디자인은 내가 하는 것이니 누구든 건드리면 컴퓨터를 꺼버릴 것이다’라는 고집만 있다면 좋지 않겠죠. 동료와의 업무 연관성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지, 협업하며 겪었던 다양한 상황과 본인만의 결론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봐야 하겠습니다.
--- p.71~72

디자인은 업무의 어느 한 부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영역에서 디자인은 끊임없이 필요하죠. 디자인은 하나의 점이라기보다는 큰 프레임에 가깝습니다. 디자이너는 누군가가 기획한 ‘관념 단위’의 메시지를 가시화합니다. 그 결과물을 통해 이후의 실무자가 제조, 개발을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듭니다. 영업 팀에서는 결과물을 바탕으로 대외 영업을 하죠. 이 결과를 다시 가시화해 피드백을 유도하고, 개선점을 파악하여 계획을 순환시킵니다. 디자이너는 각 실무자 간의 다른 언어를 시각 정보로 번역해 모두가 인지할 수 있게 도와주며, 나아가서는 시장과 고객에게 우리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중간자라고 할 수 있어요. 서로 다른 외계어와 전문용어가 남발하는 혼돈의 전장에서 통역사이자 전령이 됩니다. 디자인 시안이 나오지 않으면 생각은 그냥 생각에 그치고 말죠. 머릿속에 서로 다른 코끼리를 그리며 회의를 하게 될 것이고, 자기만 알고 있는 언어로 의견을 말할 겁니다. 조만간 멱살이나 잡지 않으면 다행이겠네요.
--- p.106~107

모든 대화에 쓰이는 단어들은 가장 쉽고 유치한 것으로 선택합시다. 무슨 비비드하고… 플랫한 컬러라든지… 균형 잡힌 레이아웃이라느니… 이런 단어는 쓰지 마세요. 그런 건 디자이너들끼리 서로 업무 얘기하거나 농담할 때 쓰는 단어입니다. 우리끼리 얘기할 땐 ‘가장 진한 색, 원색, 파스텔, 요즘 유행하는 색’ 등 너무도 알아듣기 쉬운 단어들로 얘기하는 겁니다. 소통 과정에서 전문용어를 쓰는 것은 효율성을 위해서입니다. 서로가 똑같은 의미를 공유하고 있을 때는 큰 도움이 되죠. 길게 풀어서 설명해야 할 걸 한 단어로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둘 중 한쪽이 의미를 잘 모르고 있거나 서로 다르게 해석할 위험이 있다면 전문용어는 걸림돌이 될 뿐입니다. 일 잘하는 게 먼저입니다.
--- p.123

말을 잘하는 것과 말이 많은 것은 다릅니다. 말을 잘하는 건 소위 ‘깔끔함’에서 비롯됩니다. 재미와 위트도 그 깔끔함 위에 얹히는 맛있는 장식이죠. 좋은 말은 상대에게 명료한 메시지를 줍니다. 판단이 명확해지고 근거들 간의 관계가 한눈에 보입니다. 그러나 ‘많은 말’은 혼란을 야기하죠. 뭔지 모르겠어서 그냥 그런 듯한 느낌을 줍니다. 듣긴 했지만 그림을 그릴 수는 없고, 같은 말만 반복됩니다. 감정적으로 쫓기는 느낌이 들고, 내가 원하는 정보만 짚어서 주기 때문에 자극적입니다. 보통 사람은 대화를 전체 맥락으로 이해하지 않습니다. 이전의 대화는 금세 사라지기 마련이죠. 우리가 기억하는 건 바로 앞의 문장입니다. 이런 방식을 이용해 결국 ‘앞문장+뒷문장’으로만 구성된 두 마디의 설득이 계속 이어지는 것입니다. 컨펌하는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현혹과 설명을 잘 구분해야 합니다. 이는 디자인을 잘 알고 모르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원래의 제작 목적과 우리 회사의 색깔이 있다면 디자인은 그것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됩니다. 디자이너의 말은 참고 사항일 뿐이죠. 그것을 따를지 말지는 결정권자의 몫입니다. 디자이너가 하는 말이 현혹인지 설득인지 구별해봅시다.
--- p.160~161

사정 얘기부터 늘어놓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 저희가 이번에 MDF로 제작하려고 했던 것이 시공업체 쪽에서 조금 이슈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자재 들어오면 일정이 조금 늦어진다고 그쪽에서 차라리 다른 것이 어떻겠냐고 추천해준 것이 있는데 제가 보니까 그것들도 나쁘지 않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말이죠. 열 마디만 더 하면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가슴 아픈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상대방에게 눈물을 바라는 게 아니라면 간결하게 용건부터 말합시다. “제작 물품의 소재 변경 건으로 연락드렸습니다.” 이렇게 말이죠. 메일이라면 이것이 제목에 쓰여야 합니다. ‘안녕하세요’와 같은 메일 제목은 좋지 않습니다. 나중에 메일을 다시 검색해야 하거나 메일 히스토리를 차곡차곡 모으는 일을 생각했을 때도 제목은 용건을 포함하는 것이 좋습니다.
--- p.197

실제로 아직도 많은 디자인이 실제로 디자인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보다는 결재 서류에 도장 찍는 사람을 만족시키는 용도로 쓰이고 있습니다. 종종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수상 경력 텍스트로 떡칠한 포스터, 한눈에 봐도 디자이너의 한이 서려 있는 웹페이지, 급하게 수정한 흔적이 역력한 브로슈어, 원래는 그게 아니었을 듯한 로고를 목격할 때가 있습니다. 시안을 손으로 만지면 그 시안에 얽힌 사연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합니다. 피드백의 목적은 지식 배틀이나 자기 자랑이 아니라 ‘결과물을 더 잘 만들기 위함’입니다. PPT를 만드는 직원 뒤에서 근거도 없는 훈수를 툭 던지며 ‘나도 한마디 했다!’라는 마음으로 뿌듯해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p.205~206

페이퍼 컷(paper cut)을 아시나요? A4용지 같은 종이에 사악 베이는 경우를 말하죠. 사실 깊지도 않고 그리 큰 상처도 아닙니다만 굉장히 신경 쓰이고 아립니다. 우린 이걸 아프다고 하지 않고 시리다, 아리다 등으로 표현하죠. 찌르는 듯한 통증을 의미합니다. 평소엔 잊고 살기 쉬운데 종종 예상치 못한 순간에 고통을 줍니다. 미세한 커뮤니케이션 문제들은 마음에 이런 페이퍼 컷을 만들죠. 사실 그 순간에는 얘기를 못 합니다. 뭐가 잘못된 것인지, 상대방이 나에게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말하는 건지 직관적으로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화가 나고 점점 기분이 나빠집니다. 나중엔 그때 왜 이 말을 못했을까 내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하죠. 다양한 피드백이 오가는 디자인 프로젝트에선 이런 페이퍼 컷을 피할 수 없습니다. 서로 비즈니스 매너를 지키는 상태로 웃으며 싫은 소리를 주고받아야 하니까요. 말 속에 뼈가 담겨 있기도 하죠.
--- p.221~222

어차피 천년만년 회사에 몸담을 것도 아니고, 여러분의 상사를 비롯해 여러분까지 모두 다양한 자신만의 생존을 위해 독립해야 할 시기가 올 것입니다. 이때 여러분의 제품이나 앱, 서비스, 홈페이지, 하다못해 섬네일이라도, 여러분이 디자이너와 소통할 일은 앞으로 수없이 많을 것입니다. 디자이너와 말이 잘 통한다는 것, 말 통하는 디자이너를 만나는 것은 여러분의 인생에서 굉장한 자산을 얻은 것과 같답니다. 물론 그런 디자이너는 대부분 자기가 잘난 줄을 알기 때문에 비쌉니다. 하지만 돈을 빌려서라도 그와 일을 하고 싶을 겁니다. 직접 사업을 하거나 본격적으로 내 생계가 달린 일이라면 그때부터 디자인이 주는 파급력을 몸소 체감하게 되거든요.
--- p.238~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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