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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토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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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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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소설 top2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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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7월 13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16쪽 | 522g | 135*195*25mm
ISBN13 9788954673082
ISBN10 8954673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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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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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섹스를 그토록 중요시하는 나를 비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다른 종류의 기쁨이 점차 섹스의 자리를 대신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으나, 일반적인 삶의 과정에서 섹스는 여전히 우리가 자신의 신체 기관을 개인적이고도 직접적으로 개입시키는 유일한 순간이고, 섹스, 특히 강렬한 섹스는 사랑의 융합이 일어나는 데 필수적인 단계이며, 섹스 없이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나머지는 대개 섹스와 함께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다.
--- p.84

가져갈 만한 추억이 담긴 물건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서글펐다. 따로 챙길 편지 한 장, 사진 한 장, 책 한 권이 없이 모든 것이 나의 맥북 에어, 가공된 알루미늄 상판의 얇은 평행육면체 속에 죄다 들어 있었다. 나의 과거는 고작 1100그램이었다.
--- p.90

우리는 세상을 구할 수도 있었다. 한쪽 눈을 한 번 찡긋하는 것으로, 인 아이넴 아우겐블리크(순식간에) 세상을 구할 수도 있었으나,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아니,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고, 우리의 사랑은 승전보를 울리지 못했으며, 나는 사랑을 배신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면, 다시 말해 거의 매일밤, 나는 나의 빈곤한 머릿속에 울려퍼지는 케이트의 자동응답기 소리를 듣는다. (.…) 그녀의 목소리는 청량했다. 먼지를 뒤집어쓴 무더운 여름날 오후에 폭포 속으로 뛰어드는 것 같았다고 할까. 온몸의 모든 더러움이, 절대 고독이, 불행이 단번에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 p.115

노동은 결코 돈으로 보상된 적이 없었다. 그 둘은 엄밀히 말해 아무 상관이 없었다. 어떤 인간사회도 노동에 대한 보상을 토대로 건설된 적이 없었다. 심지어 미래의 공산사회도 그 원칙에 기반을 두는 것 같지는 않았다. (.…) 돈이 돈을 부르고, 돈에 권력도 따른다. 그것이 사회조직의 최종 결론이었다.
--- pp.157~158

나는 행복을 맛보았다. 행복이 무엇인지 알고,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다. 나는 또한 행복의 끝과 통상 그뒤에 이어지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은 누군가 말했듯 “오직 한 존재만이 그립고,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이다.
--- pp.185~186

나는 단지 혼자였다, 말 그대로 혼자였고, 나의 고독에서 어떤 즐거움도 정신의 자유도 느끼지 못했다. 나는 사랑이 필요했다. 매우 구체적인 형태의 사랑, 일반적인 사랑이, 무엇보다 여자의 음부가 필요했다. 음부는 많고 많았다. 지구상에 적게 잡아 수십억은 있었다. 생각하면 경악스러운 일이었다. 아찔하지 않은가. 남자라면 누구나 현기증을 느낄 터였다. 한편 음부도 페니스가 필요했다. 그러니까 적어도 그렇다고 여겨졌다(이 행복한 오해에 남자의 쾌락과 종족의 보존과 나아가 사회민주주의의 보존이 달려 있다). 이론적으로는 문제의 해결이 간단하나 실질적으로는 이제 더는 그렇지 않으며, 바로 그렇게 인류 문명은 요란하지 않게, 위험도 비극도 없이, 아주 미미한 유린만으로 거꾸러진다.
--- p.187

나에게 그 시기는 오묘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데, 그 시기에 비견할 수 있는 순간이 있다면 우리가 지극히 평안하고 행복할 때에만 겪는 드문 순간들, 잠이 들락 말락 하고 이제 곧 달콤한 피로회복제 같은 깊은 잠에 빠져들리라는 걸 알면서도 억지로 버텨보는 마지막 일 초 같은 그런 순간들뿐이었다. 수면을 사랑에 비유하는 건 잘못된 생각이 아닐 것이다. 사랑을 일종의 둘이 꾸는 꿈에 비유하는 건 틀린 생각이 아닐 것이다. 물론 만남과 엇갈림을 반복하는 게임 같은 시간들과 각자 꿈을 꾸는 소소한 순간들이 있겠지만, 사랑은 어쨌든 우리가 지상에 존재하는 시간들을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어준다. 어쩌면 세상을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유일무이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 p.194

나는 유럽 영농 예산에서 프랑스의 몫을 넓히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하지만 이 예산이란 것이 아무리 유럽 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프랑스가 그 예산의 가장 중요한 수혜국이라고 해봤자, 짙어가는 쇠락의 기운을 뒤집기에는 농부들의 수가 턱없이 많았고 그걸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는 점차로 프랑스 농부들은 단지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내 일에 흥미를 잃었다. 세상은 내가 바꿀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며, 다른 이들이 나보다 훨씬 야심만만하고 의욕적이고 아마도 똑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할까.
--- p.213

물론 나는 곧바로 소아성애를 의심했다. 그게 아니라면 열 살짜리 소녀가 인간혐오증에 음울한 사십대 사내, 그것도 독일인의 방문을 두드릴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그가 소녀에게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라도 읽어준단 말인가? 그보다는 소녀에게 자기 성기를 보여주는 게 더 개연성 높았다. 게다가 사내는 소아성애자의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했다. 교육받은 사십대에, 다른 사람들과, 특히 여자들과는 더더욱 관계를 맺는 데 불능인 고독한 사내. 이윽고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도 똑같이 말하리라는, 나 역시 똑같은 말로 묘사되리라는 자각이 들자 짜증이 치밀었다.
--- p.247

나는 진화된 이 문명의 단계에 다가가지 않았고, 독일인 소아성애자는 더더욱 그러했으리라. 그는 아마 이 시간쯤이면 드레스덴 인근에 닿았거나 어쩌면 범죄자 인도 조건이 훨씬 까다로운 폴란드를 지나고 있지는 않을까.
--- p.257

살아야 할 이유처럼 욕망도(그런데 이 두 가지는 같은 것일까? 나로서는 의견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어려운 주제였다) 말라버린 채, 나는 수용할 수 있는 만큼의 절망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우리는 절망한 상태로 살아갈 수 있고, 심지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으며, 이따금 한순간 희망의 바람에 실려가볼 수도 있지 않을까 자문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그런 질문을 던지고는 이내 부정으로 대답하고, 그럼에도 끈질기게 버티는 것이다. 실로 뭉클한 광경이다.
--- pp.275~276

나흐트 오네 엔데, 끝없는 밤, 자신이 세상의 변화에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믿었던 나는 과연 누구였던가?
--- p.292

심장이 고통스러운 경련으로 옥죄어들었고, 추억들이 쉬지 않고 속속 되살아났다. 우리를 죽이는 것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다. 자꾸만 되살아나서 우리의 가슴을 에고 우리를 좀먹고 결국 우리를 죽음으로 몰아간다.
--- p.327

나는 단순하게, 내 생각엔 이를 데 없이 단순하게 태어났고, 오히려 복잡해진 것은 나를 둘러싼 세상이었다. 단지 내가 너무 복잡한 세상에 이르렀고, 이 세상의 복잡함을 더는 감당할 수 없게 된 것뿐이었다. 따라서 내가 해명하려 하지 않는 나의 행동도 이해할 수 없고 혼란스러우며 불안정한 것이 되어버린 게 아닐까.
--- pp.337~338

나머지 프로그램들은 더 분간되지 않았다. 채널을 하나씩 돌려보며 나는 천천히 취해갔다. 계속해서 요리 프로그램들만 이것저것 나오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요리 프로그램들이 굉장한 비중으로 증가했고, 그러는 동안 에로물은 대부분의 채널에서 점차 자취를 감추었다. 그 우스꽝스러운 오스트리아인의 용어를 빌리자면 프랑스와 어쩌면 서구 전역은 분명 구강기로 후퇴하는 중이었다. 나도 같은 길을 걷고 있었고,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 p.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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