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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매매, 금융의 얼굴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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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7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432쪽 | 578g | 140*210*30mm
ISBN13 9788965642558
ISBN10 8965642558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8조 7000억 혹은 13조, 때로는 30조 규모로 추산되곤 하는 한국 성매매 산업은 그간 주로 성판매자 여성, 알선자, 성구매자 남성 간 피해?가해의 정치 문제로만 다루어졌을 뿐, 자본주의 경제 운동의 관점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지지 못했다. 이 책은 성산업이 여성에게 부과하는 부채를 중심으로, 업소 창업 자금, ‘화대’, 술값, 여성들의 수입, 꾸밈 비용, 생계비 등 돈의 흐름 속에서 여성들이 즉각적으로 화폐화 가능한 존재가 되는 방식을 분석한다. 말하자면 여성이 성산업을 거쳐 상품이 되는, 상품화 과정에 대한 분석이라 볼 수 있다. 성매매 산업은 여성에게 낙인을 찍는 동시에 거래 가능한 ‘매춘 여성’으로 만들어 이익을 실현한다.
--- p.12~13

‘성매매 문제는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 인권의 문제’라는 슬로건은 1980년대 이래 여성주의의 ‘진보성’을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명제였다. 그러나 성매매 산업에 대한 정치경제적 분석을 결여한 반성매매 프레임 속에서 포주는 여성들을 비인격화하는, ‘도덕적’ 결함을 가진 악마적 개인으로 가정될 수밖에 없다. 부채 문제 역시 고리대 문제와 결부되어 경제적 거래에서의 도덕성 문제로 귀결되고, 구매자 역시 여성의 성을 사는 부도덕한 남성으로 해석된다. 여성주의 정치학은 매춘 여성들을 가까스로 도덕 프레임으로부터 구출했지만, 성매매 문제를 여전히 포주와 구매자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축소해 규정한다. 하지만 이러한 도덕 프레임으로는 성매매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 p.42~43

나아가 성매매에서 ‘부채 관계’를 고려한다는 것은 여성 개인에 대한 부채 예속, 구속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넘어 ‘다음 여성’, ‘그다음 여성’ 등 여성 일반을 성매매 산업으로 끌어들이는 부채의 전략까지 분석을 확장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부채 관계’에 의해 여성들은 교환 가능한 몸, 즉각 화폐화가 가능한 몸을 갖게 되고, 그 몸들의 집합소가 바로 성매매 산업인 것이다.
--- p.108~109

이러한 일수 대출은 보통 룸살롱, 유흥업소 집결지 주변의 일수업자들이 취급하는 상품이며, 결과적으로 여성들은 돈을 빌리는 동시에 집결지 거주자가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 연루된 부동산업자, 인테리어업자, 임대업자들 역시 의도했든 안 했든 여성들을 성매매 집결지에 안착시키는 데 동참하게 된다. 사실상 업소 여성의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는 이들의 신용 리스크를 직접 취급하는 일수업자 외에도 부동산 중개업자, 임대 소득자 모두가 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성을 성매매 집결지에 안착시키고 다양한 대출 상품을 이용해 여성들을 ‘돈을 만들어내는 몸’으로 바꾸는 데 이 지역의 공식·비공식 경제 인구가 거의 모두 연루되어 있는 것이다.
--- p.135~136

이전 시대 성판매 여성들의 부채는 포주와의 인격적 대면 관계에서 발생했지만, 오늘날 여성들의 부채는 증권화 기법을 통해 이 시대 투자자 주체들의 이해관계 안에 포섭되고 있다. 금융자본이 단순히 산업 영역에 자금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넘어 리스크를 가공해 투자자에게 중개하는 현대의 금융 경제 속에서 매춘 여성들의 채권은 투자 상품이 된다. 그러므로 ‘시장을 통해 자신의 안전과 자유를 획득하고 금융시장의 위험을 계산하는 자기 의식적이고 책임감 있는 주체’들부터 미등록 사채업자에 이르기까지 현재의 금융 경제를 구성하는 다종다양한 사람이 매춘 여성들을 담보물로 만드는 실천에 동참하고 있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 p.185~186

지인들과 업소 정보를 상호 교환하고 집단적인 성구매 실천을 통해 남성 주체성을 형성하던 이전 시대와 달리, 온라인을 통한 정보 전달이 주로 이루어지는 현재의 네트워크 환경 속에서 남성들은 온라인 정보 창구를 경유하여 수많은 남성과 거대한 ‘구매자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특정 남초 사이트에서 룸살롱 후기 게시판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들은 유흥업소 포털 사이트에도 특정 업소, 특정 여성들의 가격과 서비스 만족도를 평가하는 글을 올리면서 성구매와 관련된 정보를 계속 생산하고 있다. 그렇게 정보망에 집적된 후기는 정보 검색자의 임금 수준, 소비 수준에 입각해 검토되고 선택되는데, 이를 통해 남성들은 합리적으로 성구매를 실천하는 소비자의 지위를 점한다.
--- p.245

해마다 터무니없는 비율로 인상되어 지금에 이른 대학 등록금은 2013년 한 해 56만 명의 대학생 채무자를 만들어냈으며, 그 결과 여자 대학생의 경우 거대한 인구 유입을 필요로 하는 현재의 성매매 산업에 주요한 인입 집단이 되었다. 이전 시대와 같은 방식의 ‘마이킹’이나 ‘선불금’을 동원하지 않아도 이미 ‘빚이 있는 젊은 여성’인 이들이 업소의 타깃 집단이 되지 못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동시에 이 여성들, 자신의 대학 공부를 위한 비용을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결심으로 자신의 ‘몸 가치’가 가장 높은 시기에 강남 유흥업소에 진입해 스스로 ‘기회’를 만든 이들을 누구보다 ‘합리적인 계산’을 하는 이 시대 ‘젊은 여성 채무자’의 도덕적 형상이 아니라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 p.280~281

50만 원이라는 목표 금액을 계산하고 그것을 벌어들이는 데 감시나 규제의 시선이 없다는 점에서 [은주]는 이를 ‘자유’의 상태로 의미화한다. 대면 관계에 놓인 포주로부터의 선불금이 자신에게 주어진 유일한 신용이었던 시절과 달리, 이제 여성들은 ‘신용 사회’ 안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신용을 통해, 혹은 업소에 부여된 신용을 통해 스스로 생존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채권자는 더 이상 여성들을 일상적으로 구박하고 때로는 폭력을 일삼던 ‘악덕 포주’가 아니라 번듯한 금융회사다.
--- p.381

여러 겹의 부채가 빠르게 회전하는 가운데 신용을 관리하고 자유를 확보하고자 하는 여성들 스스로의 의지와 성매매를 통해 부채를 상환하라는 금융화된 성매매 산업의 명령이 결합해 여성들은 파산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여성의 몸을 수단화하며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자본이 허락한 자유의 기회를 통해 이들은 ‘자유로운’ ‘파산 불가능한’ 주체가 된다. 성매매 종사 여성들은 ‘자유로운’ ‘파산 불가능한’ 주체로서 자유 획득의 비용을 개인이 지불하도록 만드는 자본의 전략 속에서 이 시대 금융화된 성매매 산업과 금융자본을 떠받치고 있는 합법적인 담보물이 되어 성매매 산업에 더욱 중층적으로 결박되고 있다.
--- p.388~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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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성산업은 그토록 여성들 가까이에 있는 것일까? 그리고 왜 여성들은 다른 곳보다 성산업에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런 궁금증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페미니스트 정치경제학 연구서인 이 책은 신자유주의의 금융화 맥락에서 성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거대한 성경제를 구축하는 원초적인 잉여의 출처가 되는 과정과 고리대 이자를 통해 성경제의 자본축적이 이루어지는 방식을 촘촘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성매매는 돈에 관한 것이고, 돈은 여성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왜 그 돈은 여성에게 남아 있지 않을까’라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질문에 대한 이론적·비판적 응답이다.

김주희는 신자유주의 금융화 국면에서 페미니즘이 성매매에 대해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돈을 둘러싼 생산과 흐름이 성산업 조직과 성매매 여성 주체(성)를 만들어내는 방식에 대한 직접적이고 도전적인 질문이 필요하고, 페미니스트 연구는 그 메커니즘을 탐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성매매에 대한 저자의 오랜 관심과 심층 연구 그리고 강한 비판의식에서 나온 귀한 연구물이다. 더욱 도전적이고 급진적인 성별정치에 대한 비판적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에서 페미니스트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 김은실 (페미니스트 인류학자)
“기지촌에서부터 티켓다방, 빈곤 산업으로 기능하는 현대 성매매 산업까지 김주희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한국 성산업을 여성주의적으로 사유하고 균열의 지점을 모색해온 연구-활동가다. 현장에 필요한 언어와 운동의 방향을 제시하는 성매매 연구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막막할 때면 김주희의 글을 찾는다. 현장 접근성도 낮고 거칠게 이분화되어 있는 성매매 담론에서 ‘둘 중 하나’가 아닌 의견을 내려면 용기도 필요하다. 김주희는 이 어려움을 뚫고 기꺼이 자신의 통찰력을 내준다.

저자가 분명히 지적하고 있듯 업주, 부동산, 일수업자부터 은행까지 전 사회가 성매매 산업에 공모하고 있다. 그렇기에 반성매매 운동의 목표는 여성의 탈성매매가 아니다. 성매매 경제를 변화시키기 위한 실천은 한국 사회의 탈성매매를 향해야 한다. 우리에게 그러했듯이 이 책이 독자들에게 성매매를 자신의 문제, 우리의 문제로 고민하는 데 길잡이가 되리라 믿는다. 김주희가 열어놓은 길 위에서 더 많은 이들과 함께 이 복잡하고 어려운 성매매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되어 진심으로 반갑고 기쁘다.”
-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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