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멍은 뭘까.
기요코는 어깨에 멘 토트백을 내려 팔에 걸고 그 작은 구멍을 들여다보았다.
압정을 꽂은 자국인가?
맞다. 크기로 봐서는 압정 침이다.
“왜 그러십니까?”
그 말에 놀라 기요코의 어깨는 필요 이상으로 굳어버렸다.
--- p.9
혹시 여기, ……부실 공사?
그리고 시선을 빙 돌렸다.
천장을 올려다보았을 때 반사적으로 “헉” 하고 외마디가 새어 나왔다.
지금 천장에서 뭔가가 움직였는데. 뭐지? 바퀴벌레? 거미?
“헉.”
이번에는 오른쪽 벽에서 뭔가가 움직였다.
아, 진짜, 또 뭐야!
그러면서 몸을 틀었을 때였다. 어깨가 확 잡아당겨졌다. 어깨에서 빠진 토트백 끈 하나가 문손잡이에 걸린 것이다. 끈을 빼내려고 하는데 뺨에 뭔가가 닿았다.
“꺄악.”
기요코는 다시 몸을 틀었다.
기요코의 토트백 끈에 당겨진 철문이 끼이이이이익, 하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철커덩 닫혔다.
--- p.26
자리에서 일어난 기요코는 협탁 옆 벽에서 또 작은 구멍을 발견했다.
뭐야, 또 있었어? 이걸로 다섯 개째.
……아니, 그게 끝이 아니다. 여기에도, 그리고 여기에도, ……저기에도. 저런 곳에도!
기요코는 구멍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헉.”
팔의 솜털이 일제히 곤두섰다.
수없이 많은 구멍이 벽 한가득 뚫려 있다! 마치 뭔가의 ‘둥지’ 같았다. 혹은 벌레 그 자체.
--- p.37
그리고 그로부터 일주일 후 우리 모녀는 하치오지로 이사했다.
우리가 새집에 보금자리를 틀고 짐 정리를 마쳤을 무렵, 야마시타 씨가 부패한 시체로 발견됐음을 텔레비전 뉴스로 알았다. 낯익은 얼굴이 텔레비전 화면에 커다랗게 나왔다.
“아, 야마시타 아저씨다!”
나는 소리쳤다.
초등학교 1학년이라 ‘부패한 시체’가 무슨 뜻인지는 몰랐지만, 야마시타 씨가 죽었다는 건 이해했다.
“야마시타 아저씨, 죽었어?”
“응, 죽은 모양이네.”
내 물음에 엄마는 차갑게 대꾸했다.
그 옆얼굴을 보고 생각했다.
혹시 엄마가?
--- p.73
만약 이 편지를 읽는 당신이 제 후임으로 이 책상에 앉았다면, 저는 이미 이 세상에 없는 거겠죠. A씨에게 살해당한 걸로 아세요.
그리고 이번에는 이 편지를 읽은 당신이 A씨에게 살해당할 차례입니다.
--- p.108
“사토 씨, 홍보부에서 내선이에요. 짐이 거기에 없냐는데요.”
“네? 홍부보에서?”
“아, 좀, 사토 씨. 아직이야? 그게 없으면 일을 못 한다니까.”
“아, 조금만 기다리세요…….”
“사토 씨, 그거 가지고 있죠? 좀 빌려줄래요?”
“어, ……그러니까 그게.”
“사토 씨, 그건 찾았나요?”
“아니, ……그러니까.”
“사토 씨, 영업부 사람이 빨리 짐 보내달래요.”
“사토 씨, 총무부에서 전화요. 그게 아직 제출 안 됐으니까 오늘 안에 제출해달래요.”
“사토 씨, 찾았어요?”
“사토 씨, 영업부에서 전화입니다. 꾸물대지 말고 빨리 짐 안 가져오면 죽여버리겠다는데요.”
“사토 씨, 아직이에요?”
“사토 씨, 그게 없으면 곤란하대도요.”
“사토 씨, 진짜 뭐 하는 거예요?”
--- pp.134~135
“어머나, 육교에서 누가 떨어진 거 아니야?”
진짜? 누가?
유미에는 창문에 얼굴을 가까이 댔다. 이마가 딱 부딪쳤다.
하지만 창문의 냉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저거, 혹시. ……사토 씨? ……맞아, 사토 씨네. 이를 어째. ……살았나? ……아아. 아마도 죽었나 봐.”
아오시마 씨의 입꼬리가 평소처럼 심술궂게 일그러졌다.
--- p.149
【영업맨: 2014/11/29(토) 03:18:09】
올봄 사내 이사 때 사용한 상자. ……그것도 분명 행방불명됐던 내 상자일 거야.
내용물은 잡동사니. 뭐, 말하자면 쓰레기를 그대로 포장했으니까 딱히 찾던 건 아니고. 없어지면 없어지는 대로 상관없다는 기분이었지. 하지만 이사 직후에 어떤 여사원한테 “상자가 안 왔잖아, 멍청아, 나가 죽어라” 하고 욕설을 퍼부었어.
【불특정다수: 2014/11/29(토) 03:19:05】
순 악질이네.
【영업맨: 2014/11/29(토) 03:20:36】
그 여사원이 바로 육교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그 사람이야. ……혹시 그 사람이?
아, 지금 ‘띵’ 하는 소리가 들렸어. 이거 엘리베이터의―
--- p.215
자, 『이사』에 실린 단편 여섯 편에 대한 해설은 이것으로 마치겠다.
이제 ‘그 사실’에 대해 언급해야 한다.
독자 여러분도 눈치챘을까?
이 여섯 단편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는 사실을.
--- p.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