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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정, 우리 안의 적

밀정, 우리 안의 적

: 해방과 동시에 사라진 항일투쟁의 가장 어두운 이면

리뷰 총점9.3 리뷰 3건 | 판매지수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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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8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430g | 142*220*15mm
ISBN13 9791165791667
ISBN10 1165791668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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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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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윤의 부하 김익준이라는 자가 얼마 전 간도로 와서 잠복하고 있다는 설이 있어서 밀정을 시켜 탐색하게 했습니다. 우리 밀정은 이 사람을 교묘한 방법으로 대안(對岸) 온성(穩城)으로 유인했고 헌병대가 그를 체포하였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_이범윤 부하의 동정(1911년 3월 17일), 1209 제22호, 〈불령단관계잡건〉.

의병장 이범윤 선생의 부하 김익준이 간도로 왔는데 밀정의 활약(?)으로 붙잡았다는 내용이다. 일제의 강제적 한일병합 직후인 1911년 3월 간도총영사가 고무라주타로(小村壽太?) 외무대신에게 올린 보고서 중 일부다. 이런 식의 서술이 군데군데 흩어져 있다. 물론 위에서 보는 것처럼 암약하는 밀정의 특성상 일제를 위해 동포와 동지를 팔아넘긴 밀정이 누구인지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름 없는 밀정으로 표기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밀정의 밀고를 토대로 작성된 내부기밀보고서는 일본 자료실과 공공기관 곳곳에 남아있다. 너무 많다. 너무 많아 다 들여다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 「1장 축제의 시간에 돌아본 우리의 그늘」 중에서

소장학자의 제보대로 문제의 사진을 입수한다면 우리가 애당초 추적했던 밀정과의 연관성을 부각할 수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4월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매우 뜻 깊은 사료발굴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 제보가 있기 전에도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임시정부 초기 단체사진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미 포착하고 있었다. 다만 문제의 사진이 우리의 큰 주제인 밀정과 어떻게 연관되는가가 불분명해서 취재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던 터였다. 이제 취재진은 주저할 것 없이 곧장 일본으로 날아갔다.
1919년 임시정부 초기 사진을 확인하기 위해 찾아간 곳은 일본 도쿄에 있는 방위연구소였다. 방위성 산하에 있는 자료실이라고 보면 된다. 일본 방위성은 우리의 국방부에 해당한다. 따라서 방위연구소는 일본 국방부자료실 정도로 개념을 잡을 수 있겠다. 일본군에서 생산한 자료들이 이곳에 보관되어 있다. 우리가 찾는 사진도 군 관련 자료로 분류돼 방위연구소에 보관 중이었는데, 100년 전 이 사진을 내부보고용으로 생산한 주체가 경찰이나 외무성이 아닌 일본군이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 「2장 임시정부의 얼굴, 누가 빼돌렸나」 중에서

다시 1년 뒤인 1912년이다. 함흥 지역에 있는 헌병대장이 올린 보고다. 기존 문건에는 홍범도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가 조금씩 흩어져 있다면 이번에는 다르다. 홍범도 부대의 병력 규모 동향, 병기 현황, 은신처, 부대원의 개인적 특징까지 총망라돼 있다. 자그마치 17개 항목이다.

“대안對岸에 있는 폭도의 수괴는 홍범도, 차도선車道善 두 사람입니다. 홍범도는 부하 약 500여 명과 총기 약 500자루를 가지고 있으며, 차도선은 부하 약 300명과 총기 약 300자루를 가지고 있습니다.”

차도선(1962년 건국훈장독립장)은 홍범도와 함께 의병대의 중추였다. 두 사람 밑에 각각 500명과 300명의 병사가 있으며 한 사람당 하나씩 총기를 갖고 있다는 이야기다. 요즘 군대규모와 비교해선 곤란하다. 게릴라식으로 치고 빠지는 비정규군 치고는 일제가 무시하지 못 할 규모다. 나름대로 병기를 잘 갖추고 있었으니 일본군이 두려워할 만하다.

“각자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꾸리고 있는데 러시아령에 거주하는 안종호(安鐘鎬)로부터 6월, 12월 두 차례 약간의 보조금을 송부 받고 있습니다. 부하에게는 한 달에 밀가루 1두斗 6되, 수수 2두 5되, 히어로hero 담배 10개씩 제공하고 있습니다.”

독립군의 사정이 눈에 잡힐 듯 구체적이다. 전투가 임박하지 않은시점에선농사를지으며생계를꾸렸다일종의둔전병이다 독립군을도와주는자금의출처가어딘지도실명을거론하고있 다치명적인정보다일제입장에선독립군을치는것보다안종호 를처리하는게훨씬수월하면서도비용대비효과를극대화할수 있을 것이다.
--- 「6장 얼굴 없는 밀정이 기록한 만주벌 호랑이」 중에서

3·1운동 계보도 역시 도쿄 인근의 한 고서점에서 발견되었다. 처음 이 사료를 접한 김광만 연구원은 논문에서든 책에서든 어디선가 한 번쯤 소개된 적이 있는 계보도일 것 같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취재진이 검증 차원에서 국내 학계전문가들에게 두루 확인한 결과 이 계보도는 그동안 학계나 언론에서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것이었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 공안당국이 재야 운동이나 학생운동 진영을 계보 형태로 그려서 검거와 수사에 활용한 것처럼 3·1운동계보도도 비슷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3·1운동이 일어난 이후 일본이 주도자급 인물을 추리고 전체적인 계통을 파악하기 위해 그려놓은 것이다. 말하자면 수사자료인 셈이다. 가로 54센티미터 세로 40센티미터다. 140명의 이름이 빼곡히 등장한다. 일제에 동조하지 않았던 일부 외국인 선교사 이름도 나오지만 대부분이 3·1운동을 주도했던 인물들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민족대표 33인의 이름도 당연히 들어가 있다. 종교별 지역별 계층별로 이름이 나열돼 있고, 이름 옆에는 간략한 직함 또는 설명이 서술돼 있다.
--- 「11장 3·1운동 계보도, 휘발된 사람들을 찾아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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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밀정〉 2부작뿐만 아니라 제작진이 발굴하여 KBS뉴스9 톱뉴스로 보도해 3·1운동의 숨은 주역들을 집중 조명한〈조선총독부가 작성한 3·1운동 계보도〉 취재기와 민족문제연구소와 함께 경주 최부잣집에서 발굴된 사료를 분석하여 경주 지역 국채보상운동과 백산무역주식회사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독립운동 자금 지원을 심층보도한 사례 등 지난 한 해 KBS탐사보도부의 빛나는 활약상도 소개하고 있다.
무릇 역사에는 빛과 그늘이 있기 마련이다. 감추고 싶은 치부일 수도 있지만 밀정이라는 어둠의 자식들이 있었기에 독립투사들의 헌신은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이 책이 그동안 은폐되어왔던 오욕의 역사를 백일하에 드러내는 한편으로 일제의 간교한 분열 책동 속에서도 끝까지 신념을 굽히지 않았던 대다수 독립투사들을 다시 기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더불어 밀정들이 해방 이후 어떻게 변신해갔는지 후속작업도 기대해본다.
- 조세열 (민족문제연구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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