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공정하게 서술트릭을 사용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해결 방법이 딱 하나 있긴 합니다. 첫머리에 ‘이 단편집에 수록된 모든 작품에는 서술트릭을 사용했습니다’라고 먼저 밝히는 거죠. 그러면 모두 주의해서 읽을 테니 늦게 내는 가위바위보가 아니게 됩니다.
문제는 ‘그렇게 해서 정말로 독자를 속일 수 있느냐?’라는 점입니다. 처음에 ‘서술트릭을 사용했다’라고 밝히는 것 자체가 이미 대담한 스포일러이니(그래서 서술트릭이 사용된 작품에 대한 서평에서는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자세하게는 쓰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종종 눈에 띕니다), 그러면 독자는 간단하게 진상을 꿰뚫어보지 않을까요?
그러한 문제에 도전한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과연 이건 무모한 도전일까요, 아닐까요? 그 대답은 여러분이 이 책 속의 사건을 해명하느냐 못 하느냐로 결정됩니다.
--- p.11, 「독자에게 던지는 도전장」중에서
“저기, 누구 여자 화장실 간 사람 있어? 막힌 변기 뚫은 사람 말이야” 하고 로쿠탄다 여사가 돌아다니며 물었지만, 총무과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 그리하여 ‘북쪽 건물 2층 총무과 앞 화장실에는 알아서 변기를 뚫고 청소도 해주는 화장실의 신이 있다’라는 이야기로 발전한 것이다. 소동 발생이 아니라 오히려 소동 해결이 ‘사건’이 되다니 참으로 기묘하지만, 아무튼 분명 신이 신통력을 발휘한 것 아닐까 의심하고 싶어질 만큼 신기한 일이기는 했다.
--- p.20, 「뻥 뚫어주는 신」중에서
이러한 센스와 유머 감각과 관찰안을 지닌 사람은 어떻게 생겼을까. 무슨 학부에서 뭘 목표로 공부하고 있을까.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지나치는 이 평범한 풍경에서 이만한 소재를 찾아내는 그녀와 이야기를 하면 어떤 기분일까.
나는 뭔가 아주 훌륭한 것을 찾아낸 듯한 기분으로, 아직 누군지 모를 히라마쓰 시오리 씨가 어떤 사람일까 하고 이모저모 상상했고, 그녀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요컨대, 친구는 웃을 테고 여동생은 어처구니없어 하겠지만, 이건 분명히 ‘사랑’이었다.
--- p.66, 「등을 맞댄 연인」중에서
“사건의 개요는 방금 설명한 대로입니다만, 그렇다면 의문이 생깁니다. 마쓰모토 씨께는 알리바이가 있으니 범행은 불가능하지 않느냐는 의문이죠. 게다가 알리바이는 히라마쓰 씨와 호리키 씨 두 분 다 마쓰모토 씨를 ‘우연히’ 본 결과 성립합니다. 즉, 마쓰모토 씨가 작위적으로 연출한 게 아니에요. 요컨대 마쓰모토 씨 본인은 알리바이 트릭이라고는 사용하지 않은 셈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마쓰모토 씨의 알리바이는 성립했고요.”
--- p.126, 「등을 맞댄 연인」중에서
내 찜찜한 예감은 적중했다. 하긴 나를 여기에 데려온 사람이 벳시 씨인 만큼 어쩐지 이런 식으로 전개되지 않을까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렇다면 역시 샘슨은 어디까지나 ‘첫 번째 피해자’고 이제부터 아담 일행은 ‘이 가운데 범인이 있다’라는 둥 서로 의심하다가, 예를 들면 윌이 산탄총으로 누군가를 쏘는 사건으로 시작해 마지막에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되는 걸까.
--- p.147, 「갇힌 세 사람과 두 사람」중에서
아라이 세쓰코는 사건 당시 자택 근처의 슈퍼에서 일하고 있었다. 현장까지는 두 시간이 걸린다.
아라이 데쓰야는 집에 있었고, 현장까지는 두 시간 반이 넘게 걸린다.
마지막으로 아라이 가즈히코는 아키하바라에 있었다. 현장까지는 세 시간이 넘게 걸리리라.
이 중 누군가가 범인이라면 하늘을 날았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아니, 하늘을 날아도 극복할 수 없는 거리다.
(중략) ……이게 바로 불가능 범죄라는 걸까.
--- pp.198~200, 「별생각 없이 산 책의 결말」중에서
“자석으로 시곗바늘을 움직인 건가? 문자판 표면에는 먼지가 안 묻어 있잖아.”
최 선배의 말에 벳시 씨는 “멋집니다” 하고 반응했다. 그러면서 고개는 저었다. “하지만 아닙니다. 이 시곗바늘은 플라스틱이에요.”
“그럼 염력이야.”
“멋집니다. 당신은 염력을 쓸 줄 압니까?”
“못 쓰는데. 세네갈인이라면 모르지만.”
“편견이야. 세네갈인은 염력 못 써. 태국인이라면 모르지만.”
“편견입니다. 무슨 중국인도 아니고.”
“편견이야. 중국인은 모두 기공을 쓸 줄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구나? 뭐, 내륙으로 가면 또 모르지만. 그런 건 일본인의 특기 아니야? 닌자의 술법이나 음양사가 부리는 귀신 같은 거.”
“편견이야. 그건 엄격한 수행을 쌓지 않으면.”
--- p.246, 「빈궁장의 괴사건」중에서
하지만 내 머리 위에서는 이해 불가능이라는 이름의 구름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개찰구는 셔터가 내려져 있고, 역무원실에는 숙직하는 역무원이 있다. 이 자유 통로의 출입구는 서쪽과 동쪽 계단뿐이다. 하지만 그 두 군데는 우리가 감시하고 있었다. 수상한 사람은 보지 못했다.
이를테면 이 자유 통로는 거대한 밀실이었다. 헤드헌터는 도대체 어디에서 여기로 들어와 오타네 짱에게 수많은 얼굴을 그려 넣고 어디로 나간 걸까?
--- pp.286~287, 「일본을 짊어진 고케시 인형」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