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면서 남편과 단둘이 시작한 가정예배는 자녀들을 낳아 키우며 가족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모양새가 잡히기 시작했다. 할 일 많은 날은 하루 쉬고, 부부 싸움 한 날은 건너뛰고, 때로는 형식상 드리기도 하고, 말씀대로 살지 못할 때는 포기하고 싶기도 했는데, 가정예배를 이어 온 지 어느새 25년이 흘렀다. 돌아보면 가정예배는 하나님이 우리 가정의 주인이심을 인정하는 자리였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여호와 하나님을 힘써 아는 자리가 아니었나 싶다.
--- 「프롤로그」 중에서
세상은 유행을 따라 나날이 변하지만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엄마는 말씀과 찬송으로 알려 주셨다. 그 말씀과 찬송이 오늘 내 마음을 지켜 준다. 돌아보니 그것이 가정예배였다. 혼자서도 가정예배의 자리를 지키신 엄마의 믿음이 내게 유산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고통 중에도 예배를 쉬지 않는 남편의 믿음이 자녀들에게 유산이 되고 있다. 고통이 선물이 되는 또 하나의 이유다. 주님을 아는 이 땅의 가정들이 어떤 고난과 위기가 찾아와도 예배를 포기하지 않는 믿음의 가정으로 세워지면 좋겠다. 어둠이 짙을수록 가정예배를 통해 새벽이슬 같은 믿음의 다음 세대가 세워지기를.
--- 「에필로그」 중에서
하나님의 천지창조에서 클라이맥스는 가족이다. 가족은 함께하는 추억만으로도 가치가 있고 아름다운 공동체다. 나의 가족관은 결혼 전과 후로 나뉘는데, 나는 결혼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던 사람이다. 사실 가족에 대한 추억이라고 말할 만한 것도 없고, 남아 있는 기억도 대체로 외롭고 쓸쓸한 것들뿐이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러한 나에게 가정을 허락하시고, 남편과 함께 두 아이를 키우는 동안 가족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갖게 하셨다. 가정의 원형이 무엇인지를 계속해서 보여 주셨는데, 그것은 예배를 통해 회복되는 진정한 가정의 모습이었다. 아마도 가정예배가 아니었다면 가정의 본래 모습이 무엇인지 여전히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예배를 드릴 때마다 우리 가정 안에 회복이 일어났다. 누구의 의지나 노력에 의한 회복이 아니었다. 그저 예배의 자리로 나가는 순종을 통해 하나님이 하신 일이었다. 남편과 아내의 관계는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를 보여 주는 샘플이다. 그러나 이 시대의 많은 가정이 깨어졌고, 지금도 위기에 처한 가정이 셀 수 없이 많다. 나에게는 오래전부터 가정 회복 사역에 대한 마음이 있었다. 이혼율이 50%를 웃돌고, 이혼하지 않은 부부도 어쩔 수 없이 산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정 회복 사역이 사명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내가 무슨 자격으로 가정 회복을 말할까 싶어 떠오르는 생각을 애써 지우곤 했다.
그런데 매일 밤 가정예배를 드리면서 가정의 회복은 말에 있지 않고 예배의 회복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아, 하나님이 찾으시는 가정은 예배하는 가정이구나.’ 생각이 명료하게 정리되었다. 그 후 더욱 순종하기로 했다. 가정예배를 멈추지 않기로 했다. 회복의 열쇠는 사람이 아니라 주님께 있으며, 예배로의 부르심도 특별한 가정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가정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pp.25-26
가정예배가 정착되기까지 우리는 꽤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아니, 어쩌면 여전히 시행착오 속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는 신혼 초부터 예배 때마다 자주 졸았다. 멀쩡히 있다가도 성경을 펴면 졸음이 쏟아졌는데 예배가 끝나면 거짓말처럼 졸음이 싹 가셨다. 남편이 그런 나를 보다 못해, 어느 날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졸고 있는 장면을 찍어 보여 주기도 했다. 일종의 충격 요법이었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나의 습관적인 졸음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았다. 내가 가정예배 강의를 나간다고 했을 때 남편이 신혼 초에 찍어 둔 사진을 참고 자료로 쓰면 어떻겠냐고 조언했다. 그날 우리 아이들은 졸고 있는 엄마와 화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아빠의 모습이 담긴 옛날 사진을 들여다보며 박장대소했다.
--- p.29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특별한 형식 없이 성경 이야기를 들려주고, 찬송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매일 가졌는데 돌아보니 그것이 가정예배였다. 믿음이 어떻게 생기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믿음은 상대방을 알아야 생긴다. 처음 만난 사람을 무작정 믿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하나님을 어떻게 알 수 있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을 믿으려면 성경을 읽어야 한다. 성경은 인생의 내비게이션과 같다.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목적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떠올려 보라. 주소가 믿어져서 가는 것이 아니라 믿고 가면 목적지가 나온다. 마찬가지로 성경을 읽을 때도 믿고 시작하면 된다. 살아 있는 이야기라고 믿고 성경을 읽으면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만나게 된다. 그러므로 자녀에게 부지런히 성경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 어떤 재미있는 애니메이션 영화보다 더 실감 나는, 살아 있는 하나님의 말씀을 들려주어야 한다. 믿음은 들음에서 나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기 때문이다(롬 10:17).
--- p.39
남편의 설명을 듣는데 뭔가 단순하면서 예배 형식이 깔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153가정예배’를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예배에 대한 태도가 이전과 많이 달라졌음을 느꼈다. 일단 예배 시간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한 번 중단의 위기를 겪어서인지 아이들은 외출했다가도 가정예배 시간에 늦지 않게 돌아와 준비된 태도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말씀 나눔도 확실히 달라졌고, 처음에 간단하게 나누던 감사 제목과 기도 제목도 조금씩 깊이를 더해 갔다. 나눔 속에 진심이 담겨 있었다. 예배를 마치면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게 1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가족 간에 결속력도 생긴 것 같았다. 153가정예배의 가장 좋은 점은 오늘 하루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일일이 묻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153만 나누면 하루의 삶을 다 들을 수 있었다. 형식은 간단한데 막힘이 없는 즐거운 소통이라고나 할까. 153예배는 우리에게 가정예배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었다.
--- p.43
153가정예배에서 가장 큰 비중은 성경 말씀에 두어야 한다. 감사제목과 기도 제목을 나누는 일보다 말씀이 우선이다. 말씀이신 하나님을 만나고 그 말씀에 액면 그대로 순종하는 것이 예배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습관적으로 말씀에서 교훈만 뽑아내고 끝낼 수 있다. 따라서 말씀을 구체적으로 적용하는 훈련이 필요하고, 그 결과가 순종으로 이어지면 더 바랄 것이 없다. 그런 면에서 유진 피터슨(Eugene H. Peterson)의 말은 기억에 새길 만하다.
--- p.53
가정예배를 통해 기도가 습관이 되고 일상이 된 아이들은 일평생 좋은 일 앞에서도, 힘든 일 앞에서도 하나님을 먼저 기억한다. 그러므로 길게 기도하지 않아도 꾸준히 기도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기도가 잘 안될 때도 있다. 기도할 때 뭔가 막히는 느낌이 있으면 먼저 하나님 앞에 솔직하게 마음을 열어야 한다. 우리 가족의 경우는 기도가 막히는 이유를 죄의 문제에서 찾았다. 날마다 감사 제목에 집중하느라 죄의 문제를 간과하고 있었는데 주님이 깨닫게 하셨다. 미움, 다툼, 시기, 질투 등 하나님이 기뻐하시지 않는 죄를 잔뜩 짊어지고 예배의 자리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하나님과 나를 가로막는 죄를 회개하지 않으면 말씀이신 주님이 내 안에 들어오실 수 없다. 빛과 어둠이 공존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천국을 얻으려면 먼저 회개해야 한다. 천국에 가서 회개하는 것이 아니라 회개해야 천국을 얻고, 능력을 받아 깨끗해지는 이 아니라 깨끗해야 능력이 임하는 것이다.
우리는 기도 제목을 나눌 때 회개 제목을 나누기도했고, 성령이 조명해 주시는 은밀한 죄가 있다면 각자가 하나님 앞에 가지고 나가라고 했다. 회개는 눈물 흘리며 죄책감을 갖는 것이 아니라 행위를 고치는 것이며, 죄의 길에서 방향을 바꾸어 돌아서 나오는 것임을 하나님은 말씀을 통해 깨닫게 하셨다. 그러므로 가정예배를 드리기 전에 죄의 사슬을 끊는 회개 기도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 pp.60-61
뛰어난 운동선수는 오랜 훈련으로 만들어지듯, 예수님의 제자도 훈련으로 만들어진다. 가정예배는 성경으로 세상을 분별하는 제자훈련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매일 모여야 한다. 모여서 그날그날 가족들에게 일어난 사소한 이야기를 들어 주고, 감정을 받아 주고, 어려운 일은 함께 고민해 주고, 죄의 문제는 함께 싸워 주어야 한다. 그것이 건강한 가족이다. 실수와 실패의 경험도 솔직하게 나누는 자리가 마련될 때 자녀들의 믿음은 추상이 아닌 실제가 된다. 삶의 현장에서 어떻게 믿음을 사용해야 하는지 터득하게 된다.
--- p.74
가정예배는 단순히 좋은 습관을 기르는 자리가 아니다. 수천 대까지 은혜를 베푸시는 하나님의 사랑이 이어지는 자리다. 개인의 신앙이 아무리 출중하다 해도 믿음의 대를 잇지 않으면 하나님의 사랑이 흘러갈 수 없는데, 가정예배는 그 사랑의 연결 통로다. 마태복음은 예수님의 족보로 시작된다.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라”(마 1:1). 아브라함에게서 시작된 믿음의 계보가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보여 준다. 요즘은 믿음을 잇는 가정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서인지 무려 4,000년에 걸쳐 이어지는 이스라엘의 역사가 기적처럼 여겨진다.
--- p.115
가정예배를 드린다고 해서 가족들이 항상 단란하고 화목하지는 않다. 세상 어디에도 갈등이 없는 청정 지역은 없다. 그런데 우리 집은 갈등을 오래 묵히지 않는 편이다. 마음에 난 상처에도 골든타임이 있기 때문이다. 상처받은 시간을 길게 끌수록 치유되는 시간도 늘어난다. 성경이 말하는 갈등 해결의 골든타임은 해가 지기 전이다. “분을 내어도 죄를 짓지 말며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고 마귀에게 틈을 주지 말라”(엡 4:26-27). 갈등을 다음 날로 넘기지 말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가족 간의 다툼과 분쟁을 해결하는 해법은 역시나 날마다 드리는 가정예배에 있다. 어느 부부는 아무리 화가 나고 힘들어도 가정예배는 반드시 드리기로 신혼 초에 약속했다고 한다. 그들은 해가 지도록 분을 품는 것이 마귀에게 틈을 주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마귀에게 틈을 내어 주면 몸과 마음이 상한다. 가족들의 영과 육이 건강하기를 바란다면 가정예배를 쉬지 말자.
--- p.124
5가지 감사 제목을 나눈다. 5가지가 안 될 수도 있고, 넘을 수도 있는데 가급적 5가지에 맞추기를 권한다. 조리 있게 말하는 훈련이 된다. 감사 나눔은 사소한 이야기도 경청하고 공감해 주는 것이 핵심이다. 경청과 공감은 상대방에 대한 수용으로 이어지고 성품의 변화를 가져온다. 다른 사람이 이야기할 때 대부분 ‘내 차례가 오면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할까?’에 집중하게 되는데, 경청이 우선임을 기억해야 한다. 잘 듣고 “아, 그렇구나” 하며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
--- p.144
가정예배를 매일 드리기로 결정해도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기는 날이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집은 일주일에 평균 3-4회 정도 가정예배를 드린다. 가족들과 함께 몇 번을 드릴지 상의하고, 결정이 되면 그 시간을 잘 지킬 수 있도록 의무감을 갖게 하는 것이 좋다. 새로운 습관이 형성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3주이다. 그러므로 가정예배를 시작하면 한 달간 지속해 보기를 권한다. 습관으로 자리 잡히면 자녀들이 먼저 “153!”을 외치며 예배의 자리로 나온다.
--- p.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