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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치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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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7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550g | 140*225*30mm
ISBN13 9788960901650
ISBN10 896090165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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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감동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인간의 마음 깊숙하게 호소하는 제임스 앨런 맥퍼슨의 잔혹할 만큼 섬세한 필치는 도시의 기하학적 율동에 맞춰 허수아비 춤을 추어야 하는 꺼풀 인간의 허화를 벗긴다. (…) 물론 저자인 맥퍼슨이 흑인 작가이기 때문에 이 모든 작품들의 밑에는 인종 문제가 끈끈할 만큼 짙게 깔려 있기는 하지만, 인간은 인종이기 이전에 인간이기에 우리는 보다 절박하고 뼈아픈 얘기를, 감정의 결핍이 자아내는 짙은 감정을, 사랑을 찾으려고 하기 때문에 사랑을 상실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정성껏 읽는다. (…) 누추한 현실의 세밀화를 차곡차곡 담은 이 작품집은 인간이 인간을 찾으려는 필사적인 노력의 기록이라고 해도 되겠다. 막말과 욕설을 웅변이라고 착각하는 우리나라의 몰상식한 여러 집단과는 달리, 맥퍼슨은 분노와 불만을 아주 작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얘기한다. 그래서 그의 감동적인 서술은 흔히 아주 작은 하나의 사건을 지적이고도 우아한 필치로 집요하게 파고들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아무리 밟아도 깨지지 않을 만큼 단단한 호소력을 지닌다.
---「안정효, 옮긴이의 말」 중에서
그는 흑인이라는 신분이 무엇을 의미하며, 다른 사람들은 어째서 흑인이 아닌지를 깨닫게 된 과정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그런 차이 때문에 세상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도 깨달았다. 같은 흑인이었기 때문에 거기서 기다리는 주정뱅이들을 보면 마음이 편안했고, 교회를 그만두기 몇 달 전부터 이곳을 지나다닐 때마다 그가 먼저 인사를 했기 때문에 그들이 자기를 좋아했으며 또 기꺼이 인사를 받아주었음을 알았다. 어머니는 인사를 나눌 이웃이 없다면 남부 흑인들의 인생은 너무나 힘들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에게 길거리 사람들과 대화를 주고받도록 항상 가르쳤다. 그러나 그는 아홉 살이 되었을 때, 세상에는 그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는 사람들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자신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서 그들이 대답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어휘의 문제」 중에서

그 시절에는 인권이니, 시위니, 개선을 위한 폭동 같은 게 없었지. 그 시절에는 무엇 하나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무엇인가 할 만한 일을 찾아내면 그냥 그 일에 정을 붙이는 그런 식이었다네.
---「닥터를 위한 독백」 중에서

오랜 시간이 흐른 다음인 지금 돌이켜보면, 진심으로 관리인이 되지 않으면서도 관리인 노릇을 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에 나는 그 일을 맡았던 듯싶고, 파티나 친목회에서 무엇으로 밥벌이를 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흐뭇한 기분을 느끼며 조끼 호주머니에 엄지손가락을 걸치고는 느긋한 태도로 말했다. “견습 관리인이야.” 히피들은 그런 직업이 퇴폐적이라고 생각해서 정말 나를 좋아했다.
---「황금 해안」 중에서

“저 쓰레기가 다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나?” 그는 수북한 쓰레기통을 힘없이 머리로 가리켰다. 때마침 그쪽을 쳐다보게 된 나는 가장자리로 삐져나오려는 국수 가닥을 챙겨 담았다. “맞았어.” 그는 얘기를 계속했다. “유대인들은 세상에서 식성이 제일 좋아. 그리고 최고급으로만 먹고.”
그러자 나는 내가 닭고기 수프만 먹던 세대의 사람이고, 유대인들은 날마다 은행에 다녀올 기운을 차릴 만큼만 식사를 한다고 믿어왔다는 고백을 했다.
“그렇지 않아!” 그는 힘을 주어 대답했다. “이런 말을 못 들어본 모양이구만. ‘유대인들이 다녀가기 전에 식당에 가자’라는 소리 말이야.”
---「황금 해안」 중에서

동물처럼 인생을 살아가려는 자들에게는 삶이 정말로 단순하다. 인간의 숲에는 쫓는 자와 쫓기는 자가 있을 따름이다. 내 생각에 사회적인 계층이란, 먹이를 이미 찾아내어 벌써 차지하고는 그것을 다른 사냥꾼들에게 빼앗기지 않기를 바라는 성공한 사냥꾼들의 종교처럼,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신비한 발명품이나 마찬가지다. 성공한 사냥꾼들이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그들이 잡은 먹이를 동굴에 안전하게 숨겨두면, 보다 운이 나쁜 다른 사냥꾼들이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고 돌아다니다가 숨긴 먹이를 찾아낸다. 그러면 이제는 성공한 사냥꾼이 쫓기는 자가 된다.
---「모두가 외로운 사람들」 중에서

동성애자를, 특히 여지껏 그런 줄을 모르고 같이 지내온 동성애자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는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동성애를 하는 남자들에게 따로 감정은 없다는 사실을 밝혀두겠고, 이 나라에서 손꼽는 사람들 가운데에도 동성애자가 좀 있는 터이지만, 하루 전만 해도 아무렇지 않다가 갑자기 그런 인간임을 알게 된 남자와 차를 타고 국토 횡단을 하고 싶어 할 사람은 없으리라. 적어도 마음속으로는 그가 그런 사람으로 여겨졌다. 그를 이해하게 된 나는 이제 잭에게 불쾌한 태도를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우리 두 사람 가운데 누가 이사를 나가야 하는지를 어서 결정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새로운 터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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