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이 공간을 휘어지게 만들고, 그래서 우주 전체로 볼 때 우주는 그 자체로 완전히 휘어져 들어오는 닫힌 시스템입니다. 따라서 유한하지만, 경계나 끝도 없고, 가장자리나 중심도 따로 없는 구조라 할 수 있죠. 이것이 바로 아인슈타인이 깊은 사유 끝에 도달한 우주의 모습입니다. (...)
우주의 시공간은 휘어져 있기 때문에 무한 사정거리의 총을 발사하면 그 총알은 우주를 한 바퀴 돌아 쏜 사람의 뒤통수를 때린다는 얘기입니다. 그 사람이 그때까지 살아 있기만 한다면 말이죠. 우주 공간이 평탄하게 보이는 것은 3차원의 존재인 우리가 휘어져 있는 4차원 시공간을 느끼지 못해서 그렇다는 겁니다.
이처럼 우주는 중심도 가장자리도 없는 4차원 시공간입니다. 내가 있는 이 장소가 우주의 중심이래도 틀린 말은 아닌 셈이죠. 공간 속의 모든 지점은 동등합니다. 신 앞에 우주의 모든 것은 공평하다고 하는 것이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인지도 모르죠.
--- p.50~52, 「우주는 끝이 있나요, 없나요?」 중에서
아인슈타인에게 돌직구를 날린 사람이 나타났다. 질문은 전보문으로 날아들었다. 1929년 미국 뉴욕의 유대교 랍비인 골드슈타인이 아인슈타인에게 보낸 전보문은 다음과 같다. “당신은 신을 믿습니까? 50단어로 답해주십시오. 회신료는 선불되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 아인슈타인이 독일어 27단어로 된 답장을 보냈다. “나는 존재하는 모든 것의 법칙적 조화로 스스로를 드러내는 스피노자의 신은 믿지만, 인류의 운명과 행동에 관여하는 신은 믿지 않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위의 전보문 내용을 어느 편지에서보다 자세하게 설명했다. “두 종류의 신이 있다. 우리는 굉장히 과학적이어야 하고, 정확한 정의를 내려야 한다. 만약 신이 우리와 함께 하는 인격적 신이라면, 바닷물을 가르고 기적을 보이는 신이라면, 나는 그러한 신은 믿지 않는다. 크리스마스에 자전거를 사달라는 기도를 들어주시는 신, 이런저런 소원을 들어주시는 신이라면 나는 믿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질서와 조화, 아름다움과 단순함 그리고 고상함의 신을 믿는다. 나는 스피노자의 신을 믿는다. 왜냐하면 이 우주는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이다. 굳이 그럴 이유가 없는데도 말이다. 스피노자는 ‘우주는 신이다’라고 말했다.”
--- p.63~64, 「천문학자들은 신을 믿나요?」 중에서
우주에 관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죠. 특히 초등 어린이들이 이런 질문을 많이 하더군요. 과연 지구의 모래와 우주의 별은 어떤 게 더 많을까요? 놀랍게도 지표에 있는 모든 모래알 수보다 우주의 별이 더 많다는 천문학자의 계산서가 나와 있답니다. 온 우주의 별을 다 계산한 사람들은 호주국립대학의 사이먼 드라이버 박사와 그 동료들로, 이들은 우주에 있는 별의 총수는 7×1022제곱(700해) 개라고 발표했답니다. 이 숫자는 7 다음에 0이 22개 붙는 수로서, 7조 곱하기 100억 개에 해당하는 어마무시한 숫자죠. 당시 관측 가능한 우주에 있는 은하의 수는 약 2,000억 개 정도라 하니까, 평균으로 치면 한 은하당 약 3,500억 개의 별을 가지고 있는 셈이죠. 우리은하의 별 수는 4,000억 개라니까, 평균에 약간 웃도는 셈이네요.
온 우주의 별 개수인 700해라는 숫자의 크기는 어떻게 해야 실감할 수 있을까요? 어른이 양손으로 모래를 퍼담으면 그 모래알 숫자가 약 800만 개 정도 된답니다. 그렇다면 해변과 사막의 면적과 두께를 조사하면 그 대강의 모래알 수를 얻을 수 있는데, 계산에 의하면 지구상의 모래알 수는 대략 1022(100 해)개 정도로 나와 있다고 해요.
따라서 우주에 있는 모든 별들의 수는 지구의 모든 해변과 사막에 있는 모래 알갱이의 수인 1022개보다 7배나 많다는 뜻이죠. 이 우주에 그만한 숫자의 ‘태양’이 타오르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것들을 1초에 하나씩 센다면, 1년이 약 3,200만 초니까, 자그마치 2천조 년이 더 걸리네요. 정말 기절초풍할 숫자임이 틀림없죠.
--- p.85~87, 「우주의 별과 지구의 모래 중 어느 것이 더 많을까요?」 중에서
이 태양계라는 동네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는 지구도 아니고 인간도 아니죠. 그것은 오늘도 하늘에서 빛나는 저 태양입니다. 그런데 태양계라는 동네의 이장님은 별나도 보통 별난 게 아니랍니다. 무엇보다 태양계 모든 천체들이 가진 전체 질량 중에서 태양이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99.86%나 된다는 사실! 나머지는 빼보면 바로 나오죠. 0.14%! 아무리 이장님이라 해도 그렇지, 이건 너무하다 싶죠?
여덟 행성과 수많은 위성 및 수천억 개에 이르는 소행성, 성간물질 등, 태양 외 천체의 모든 질량을 합해봤자 0.14%에 지나지 않는다니, 이건 거의 큰 곰보빵에 붙어 있는 부스러기 수준이죠. 더욱이 그 부스러기 중에서 목성과 토성이 또 90%를 차지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 70억 인류가 아웅다웅하며 붙어사는 지구는 부스러기 중에서도 상부스러기인 셈이죠.
--- p.145, 「태양계는 어떻게 생겨났나요?」 중에서
최근 크리스토퍼 콘슬라이스 영국 노팅엄대 천체물리학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새로운 데이터와 가설을 통해 외계 문명 추정치를 도출하는 방법을 개선한 연구결과를 발표했죠.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지구와 닮은 행성에서 생명체가 형성되는 데 45억 년에서 55억 년이 걸린다는 엄격한 가설을 전제로 우리은하에 4개에서 211개의 문명이 형성됐을 것으로 추산하는데, 이 같은 추산을 토대로 은하계 항성 형성의 역사와 항성 내 금속 함량 등을 고려해 분석한 결과, 최소 36개 이상의 소통 가능한 문명이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렸답니다.
계산 결과에 따르면, 가장 가까운 문명은 17,000광년 떨어진 곳에 있지만, 외계문명이 보낸 신호가 지구에 도달하는 데 너무 오래 걸려 양방향 소통이 거의 불가능할 거라 하네요. 우리 지구 문명이 외계문명과 양방향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 6,120년 동안 살아남아야 한답니다.
--- p.203~204, 「대체 외계인들은 어디에 있는 거죠?」 중에서
만약 우주복 없이 우주로 내동댕이쳐졌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좀 끔찍한 일이긴 하나, 영화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장면이다. 일단, 당장 폭발하거나 죽지는 않는다.
우리 몸은 1기압이고 우주 공간은 0기압이지만, 인체가 의외로 튼튼하여 이 정도 기압차로는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몸의 어느 부분이 돌출하거나 찢어지거나, 안구돌출 같은 것도 없지만, 눈의 모세혈관 같은 것은 터질 수 있다. NASA에서 지원자를 대상으로 진공 감압실험을 해본 결과, 그런대로 견딜 만했다고 한다. 다만 몇 가지 사실이 밝혀졌는데, 물속에서는 숨을 참을 수 있지만 진공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 10명 중 8명은 방귀가 나온다는 것 정도다.
우주 공간에서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은 저압으로 끓는점이 낮아 체액이 끓어오르고 증발하여 질식하는 것이다. 1965년 존슨 우주 센터 우주복 실험관인 짐 르블랑이 우주복이 찢어진 사고를 당했는데, 우주인은 14초간 의식을 유지했고, 사고 발생 후 15초에 압력을 높인 결과 후유증 없이 회복할 수 있었다.
--- p.263, 「우주복을 입지 않고 우주 공간에 나서면 어떻게 될까?」 중에서
아인슈타인의 말마따나 인간이 우주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정말 가장 이해하기 힘든 일일지도 모릅니다. 별이 남긴 물질에서 몸을 일으킨 인간이 스스로를 자각하는 존재로서 자신이 태어난 고향인 물질의 대향연을 바라보고 있는 거죠. 이것이 기적이요, 우주의 대서사시가 아니고 무엇일까요. 생각해보면 우리 인류는 138억 년에 이르는 우주적 경로를 거쳐 지금 이 자리에 존재하게 된 거죠. 오랜 우주적인 사랑이 우리를 키워왔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138억 년 전 빅뱅에서 태어난 수소와 별 속에서 만들어진 원자로 몸을 얻은 우리는 참으로 찰나의 생을 살다 다시 우주로 돌아가 낱낱의 원자로 분해될 겁니다. 그러면 그 속에 이미 ‘나’는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옆에 있는 사람들, 머지않아 헤어질 그들을 더욱 사랑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서로 사랑하는 것만이 이 우주에서 우리를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요?
--- p.280~281, 「우주 속에서 우리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