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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유전자를 어떻게 조종할 수 있을까

인간은 유전자를 어떻게 조종할 수 있을까

: 후성유전학이 바꾸는 우리의 삶, 그리고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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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8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27쪽 | 490g | 153*224*30mm
ISBN13 9788993635409
ISBN10 899363540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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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암호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스스로를 유전자의 꼭두각시로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체질과 신진대사와 인성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믿어야 한다. 지난 몇십 년간 ‘바이오-숙명론자’들이 계속 주장해왔던 것과는 달리 우리의 삶은 아주 작은 것까지 유전적으로 결정된 것이 아니다. 물론 생물학적 운명, 즉 신체와 정신을 주관하는 유전 프로그램은 분명히 있고 그것은 질병에 대한 저항력, 뚱뚱하고 날씬한 정도, 수명, 암에 걸릴 가능성, 성격, 중독에 빠질 가능성, 지능 등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우리 스스로도 이런 운명에 적잖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생활방식을 변화시켜서 자손에게까지 이어지는 생화학적 선로를 준비하라. 그럼으로써 자신의 미래는 물론 자녀와 손자에게도 눈에 띄지 않게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그들을 계속하여 도울 수도 있다. 우리의 환경과 행동은 후성유전체를 통해 때로 앞으로 몇십 년간을 좌우하며, 우리 자신과 자손의 신체 및 정신에 일어날 일을 미리 결정한다.
동시에 여러 학문 분야가 후성유전학 덕분에 거대한 진보를 이루고 있다. 특히 줄기세포 연구와 암 연구에서도 그 진보를 목격할 수 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후성유전학이 노화 연구에 미치는 영향이다. 장수 노인의 커다란 비밀은 무엇보다 그들 세포의 후성유전체에 숨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분자생물학적 스위치는, 효모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유기체에 존재하는, 소위 ‘생명연장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프로그램이 작동된다면 우리 중 몇몇은 틀림없이 무병장수할 수 있을 것이다. --- p.17-18

인간은 운명을 좀 더 좌우할 수 있다
자연은 의도적으로 외부 세계가 가장 내부에 있는 세계, 즉 유전물질에 접근하도록 해놓았다. 브레멘 야콥스대학교의 생화학자 알베르트 옐치Abert Jeltsch는 “후성유전학은 환경과 유전체 사이의 의사소통을 위한 물질적 기초다”라고 정의한다. 간단하게 들리지만, 아주 광범위한 결과를 암시하는 말이다.
유전자와 환경 간의 의사소통 덕분에 우리 인간들은 새로운 자유를 누리게 되었다. 우리가 삶을 변화시키면 환경과의 관계가 변화되고 그 변화는 우리의 생물학적 유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후성유전학자 토마스 예뉴바인은 “후성유전학은 우리에게 유일무이한 개인으로 살 자유를 선사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은 조상들의 유전정보들로 대충 스케치된 자신의 삶에 대한 그림을 후성유전을 통해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셰 스지프는 이런 자유의 또 다른 측면을 강조한다. “후성유전학은 우리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우리에게 되돌린다”라는 것이다. 앞에서도 암시했듯이, 우리 인간은 자신의 운명을 좀 더 좌지우지할 수 있다. 좋은 방향으로, 또는 나쁜 방향으로 말이다.
제 2의 암호는 환경과 의사소통을 하는 살아 있는 세포들에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단 하나의 후성유전 시스템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후성유전 프로그램에서는 세 가지 생화학적 스위치 구조가 중요하다. 첫째, 직접 DNA에 달라붙어 유전자를 끄는 메틸기들이다. 둘째, DNA가 감겨 있는 단백질의 화학적 변화다. 이런 변화는 감겨 있는 전체 DNA 조각을 읽을 수 있게, 혹은 읽을 수 없게 만든다. 셋째, DNA와 비슷한 작은 분자들이다. 이것은 이미 읽은 유전자가 단백질로 번역되는 것을 방해한다. --- pp.50-51

왜 그 사람만 암에 걸렸을까?
어찌하여 운동도 많이 하고 담배도 안 피우고, 평생 건강한 식생활에 신경을 써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암에 걸려 죽어갈까? 어찌하여 어떤 사람은 100세까지도 아주 명민한 정신력을 유지하는데 어떤 사람은 70세에 이미 알츠하이머에 걸릴까? 왜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먹지도 않는데도 체중이 계속 불고 당뇨병에 걸릴까?
우리의 체질과 건강, 신진대사와 신경계의 상태는 임의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많은 것은 유전자에 의해 규정된다. 암 유전자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병적으로 변화하면 악성 종양에 걸릴 확률이 확연히 높아진다. 유방암 유전자 BRCA 1이 그 대표적 예다. 이 유전자에 의해 암호화된 단백질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변질된 세포들은 더 이상 저절로 사멸하지 않으며, 유방암뿐만 아니라 난소암, 대장암, 전립선암의 위험도 높아진다.
(중략) 암이나 심근경색, 알츠하이머, 지방과다증, 당뇨병 등의 원인은 다양하다. 그런데 이런 병과 관련하여 유전자의 역할은 과대평가되는 편이다. 가령 분석에 따르면 유방암 유전자 BRCA 1의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유방암에 걸린 20명 중 한 명꼴, 최대 12명 중 한 명꼴이다. 돌연변이 유전자를 물려받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무조건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의사들은 해당 위험군의 경우는 신경 써서 조기 진단을 받을 것을 추천하고 있지만 말이다.
(중략) 루돌프 재니시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암, 파킨슨병 같은 전형적인 노인성 질환들은 유전적 요인 외에 환경적 요인에도 강하게 좌우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영양이 커다란 역할을 한다. 재니시는 또한 “일생 동안 먹는 음식이 후성유전체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암 환자를 통해 알 수 있다”라며, 영양이 대장암 위험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확실한 데이터’에 근거한 기정사실이라고 지적하였다.
따라서 1990년대에 많은 여론 주도자들이 설파한 것과는 달리 운명의 생물학은 순수한 유전학 이상의 것이며, 그것은 무엇보다 생활방식과 환경이 신체와 정신에 끼치는 영향에 좌우된다. 그리고 후성유전학 덕분에 우리는 그동안에 거기서 누가 중재 임무를 담당하는지를 알고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세포의 후성유전체들이다. --- pp.97-99

부모에게서 거부당한 경험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자, 부모들은 이런 연구 결과를 직시하여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우려는 노력을 더욱더 기울여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자 후성유전학자 모셰 스지프는 일단 크게 웃으며 말했다. “아직 확실히 말할 수는 없어요. 인간은 쥐가 아니니까요. 진화가 우리에게 설치류와 동일한 메커니즘을 장착해놓았는지 우리는 아직 모릅니다. 자녀를 키우는 이상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고요. 그런 방법이 있는지조차 말이죠.”
물론 마이클 미니와 모셰 스지프가 실험동물로 쥐를 선택한 것은 공연한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실제로 모셰는 “나는 동물 모델이 어느 정도는 우리 인간에게 일어나는 일을 알려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라고 말하였다. 즉 후성유전학적 연구를 통해 신생아 시기와 유아기에 부모에게서 거부당한 경험이 훗날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모셰 스지프에 의하면 이와 관련하여 가장 연구가 많이 이루어진 분야는 스트레스 분야로, 부정적인 경험 때문에 스트레스 시스템이 엉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한다. “우리는 강한 스트레스가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스트레스가 두뇌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작용하는지를 알고 있다”라고 스지프는 설명한다. 또한 그는 부모의 애정과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들의 두뇌에서는 더 많은 부정적인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어쨌든 마이클 미니와 모셰 스지프는 쥐를 통해 이 모든 결과의 배후에 있을 것으로 보이는 과정을 규명할 수 있었다. “살아 있는 사람의 두뇌를 갈라 볼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모셰 스지프의 말이다. 사실 그들의 연구팀이 설치류의 두뇌에서 관찰한 후성유전적 변화들이 인간들에게서도 비슷하게 진행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을까?
바이오심리학 ― 이를 신경 후성유전학이라고 부를 수 있다 ― 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상당히 크다. 스지프는 이에 놀라지 않는다. “사람들은 차츰 아이의 사회적 환경 ― 부모, 양육자, 친구, 선생님 ― 이 나중의 전반적인 사회 행동뿐 아니라, 전신의 생리학에도 깊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라고 그는 말한다. --- pp.126-127

후성유전학이 바꾸는 암 치료법
그때까지 나는 암은 세포가 병적으로 변화된 유전자, 즉 기능을 잃거나 갑자기 잘못된 과제를 수행하는 유전자로 인해 생긴다고 생각했다. 이 역시 틀리지 않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암이 전혀 다른 후성유전적 원인을 가질 수도 있으며, 유전자들 자체가 변화되지 않는 경우에도 암이 생길 수 있음을 알았다. 생화학적 스위치가 계속하여 ‘나쁜’ 유전자를 켜거나 ‘좋은’ 유전자를 침묵시키면, 세포가 악성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암 연구에 희망을 선사한다. 유전적 돌연변이와는 달리, 제 2의 암호의 변화는 원칙적으로 되돌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암을 비교적 간단하게 약물로 치료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세포의 후성유전물질은 나이가 들면서 변한다. 일란성 쌍둥이들이 세월이 흐르면서 달라지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통제되지 않은 후성유전적 변화들과 더불어 암을 막아주는 좋은 유전자가 침묵하게 될 위험도 증가한다. 나이 들면서 세포들이 실수로 종양 억제 유전자를 비활성화시키는 일은 더 자주 발생할 것이고, 그로써 세포들은 스스로 암에 대항하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를 빼앗기게 된다.
원래 종양 억제 유전자에 의해 암호화된 단백질들은 건강한 세포에서 암을 촉진하는 변화들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매일 감지한다. 그렇게 감지한 뒤에는 종양 억제 유전자들이 암을 촉진하는 변화를 고치게 된다. 고치지 못할 경우에는 세포 자살(아포토시스apoptosis)이라는 자살 프로그램을 실행시킨다. 그러면 그런 세포들은 전체 유기체를 위해 희생당한다.
그러나 ‘자살 유전자들’에 미리 후성유전적인 빗장이 질러질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종양 억제 유전자가 꺼지는 것과 마찬가지 형편이 된다. 이런 경우 세포들은 특히 쉽게 변성되며, 일단 종양이 생기면 잘못된 제 2의 암호 때문에 특히 공격적이고 치료되기 힘든 암이 된다. 일반적인 항암제는 보통 암세포를 자살로 몰아가게 하면서 효과를 나타낸다. 그러나 후성유전체가 종양 억제 유전자나 세포 자살 시스템을 미리 침묵하게 만들었다면 화학 치료는 암세포에 아무런 해를 끼칠 수 없으며, 암은 저항력을 키우게 된다.
--- pp.282-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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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가 말한 ‘이기적 유전자’에 대비하여 볼 수 있는 것으로, 유전자를 이타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훈련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후성유전체다. 후성유전체는 유전자와 환경 사이에 놓인 가교라고 할 수 있다. 이 후성유전체의 물결을 알리는 메신저로서의 역할, 또는 길라잡이의 역할을 이 책 《인간은 유전자를 어떻게 조종할 수 있을까》는 제대로 할 것으로 기대된다.
강경훈 (서울대학교 암연구소 교수, 《후성유전학-DNA 메틸화에 대한 이해》 저자)
다양성은 인간이 급격한 환경변화에 적응할 수 있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거의 모든 생명체는 다세포체로 진화하면서 동일한 성질을 가지는 단위세포들이 한 생명체로서 같이 살아가기 위해 다양한 기능을 분담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 그런가 하면 각 개체의 세대 내에서 일어나는 급작스런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여 살아남기 위한 수단도 절실히 요구된다. 후성유전은 이러한 고차원적인 생명체로의 진화과정에서 유전학으로만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풀어낸 자연의 법칙이다. 페터 슈포르크는 《인간은 유전자를 어떻게 조종할 수 있을까》에서 후성유전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특히 교육 및 건강 등 우리 일상생활에 대한 이슈들을 자연과학적 근거와 접목시켜 알기 쉽게 풀어낸 이 책을 많은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김영준 (연세대학교 생화학과 게놈기능제어연구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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