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350개 매장에서 연간 5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스위스의 가방 브랜드 프라이탁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을 위한 제품’이라는 콘셉트로 많은 소비자들을 열광시켰다. 세상에 단 하나 존재하는 제품인 이유는 아무리 인기가 있어도 똑같은 것을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트럭의 덮개로 쓰이는 방수 천을 재활용해 만든 이 가방은 필자도 하나 가지고 있다. 가격은 무려 300달러 이상이다. 가방을 구매하기 위해 고객들이 깜짝 놀랄 만큼 길게 줄을 서고 있는 것을 직접 본 적도 있다. 비싸지만 독특하고 멋진 매력이 있다는 증거다. 방수도 되고 내구성도 강한 트럭 덮개 천, 자동차의 안전벨트와 자전거 튜브의 고무를 이용해서 만드는 이 가방은 스스로 만든 가방을 매고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던 두 형제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프라이탁 형제는 메인 소재인 트럭 덮개 천을 무상으로 얻거나 구매해서 사용하는데, 포장 방법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설명을 하고 있다. 다시 제조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회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pp.41~42
최근 급성장한 핸드백 브랜드 쿠론의 디자인을 피에르가르뎅에서 복제한 사건이 있었다. 2013년 초 법원에서 의도적인 모방 의사가 있었음을 인정해 쿠론이 승소했다. 해외 명품 브랜드가 디자인 독자성에 대한 소송을 해 승소한 경우는 많다. 하지만 이렇게 쿠론과 피에르가르뎅 사례처럼 내셔널 브랜드의 디자인을 독창적 디자인이라 인정한 것은 최초다. 일반적으로 은밀하게 존재하는 불법 디자인 카피 관련 사건과는 달리 두 개의 유명 회사에서 생긴 일이라 더욱 주목하게 된다. 비슷한 일은 또 있다. 국내의 한 패션 기업이 이탈리아의 명품 가방을 수입·유통했다. 시즌 품평 과정에서 그 기업의 임원이 회사 내 다른 브랜드 관계자에게 이 이탈리아 명품 가방을 벤치마킹해보라고 지시했다. 이렇게 벤치마킹을 한 결과 너무나 비슷한 상품이 만들어졌다. 그러다가 이탈리아 본사에서 온 방문팀이 매장에서 자신들의 상품과 거의 같은 벤치마킹 상품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일이 화근이 되어 결국 계약은 파기되었다. ---pp.49~50
국내 1호 라면인 삼양라면은 1963년 최초 출시된 이래로 1984년까지 약 20년간 시장 점유율 1위였다. 그후 고급화 전략으로 1983년 농심에서 출시한 안성탕면이 2년 만인 1985년 시장점유율 40.4%를 기록했으며 농심에서 신라면을 출시하기 전인 1991년까지 1위를 차지했다. 현재는 신라면이 부동의 1위다. 하지만 건강 트렌드가 소비자들에게 강력하게 어필하는 요즈음의 상황을 보면 인스턴트 식품의 시장 자체가 줄어들지도 모르는 일이다. 장기적으로 라면의 수요가 유지될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MSG에 대한 거부감 등을 감안하면 부동의 ‘생필품’에서 ‘탈脫생필품’의 추세가 나타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라면보다 더 편의성이 높은 식품이 나타나 소비자의 사랑을 받으려면 시간이 걸리리라 예상할 수 있다. 이때는 두 가지 변화의 방향성이 있다. 건강과 편의를 함께 주는 신상품이 나타나는 경우와 다른 산업영역에서 신상품이 나타나 고객의 수요가 라면에서 신상품으로 완전히 대체되는 것이다. ---pp.81~83
또한 입소문 마케팅은 내가 공유한 내용을 받은 상대방이 이에 호응할 가능성이 높아야 한다. 이 가능성은 우리가 생활하는 평상시에 어느 정도 검증된다. 주변의 사람들이 내 의견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블로그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 등을 통해서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에 퍼 나르는 콘텐츠가 무심하게 소멸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한다. 여행, 음악, 음식, 사진, 그림, 책, 신문기사 등을 편집해서 본인의 블로그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에 소개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편집의 소유 의식’이 담겨 있다. 내 음악이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을 모아 소개하는 것이 곧 ‘내가 소유한 상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는 원저작자로 창의적인 감성을 펼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것이 아닌 작품에 본인의 고유한 의견과 취향을 더해 소개하는 미디어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바이럴 마케팅을 이해했다고 해도 바이럴을 형성하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쉽지 않다. ---pp.102~103
일요일 밤 〈아빠! 어디가?〉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면 아빠와 같은 옷차림을 하고 있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 동일한 브랜드로 잘 차려 입은 아빠와 아이들이 참 보기에 좋다. 최근에 이러한 미니미 룩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아웃도어 캠핑 장소다. 아이들이 아빠, 엄마와 같은 옷을 입고 싶어할지 확신이 가지는 않지만, 부모 입장에서 똑같은 옷을 입고 싶어하는 것은 분명하다. 부모 정체성의 일부를 아이들에게 공유하고 나눠주는 것이다. 이렇게 어른을 줄여놓은 것 같은 미니미 룩이 어색해 보이지 않는 것은 개성적인 소비가 단체적인 소비로 전환되어가는 신호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매년 가족들에게 같은 옷을 입게 하고 한 해를 기념하는 사진을 찍는 친구가 있다. 같은 옷을 입고 사진을 찍으며 한 가족임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 사진을 보면 빙그레 웃음이 나온다. 유니폼을 입는 목적은 군대나 스포츠팀 같이 다른 무리와 자신들을 구별해 ‘하나’가 된다는 일체감 때문이다. 누가 보아도 ‘우리 편’이 누구인지 알게 한다. ---pp.122~123
강서구 소재의 한 식당은 한 고위직이나 VIP라도 예약을 받지 않는다. 누구나 와서 자리가 있으면 평등하게 먹어야 한다. 누구에게도 특별한 대접을 할 필요가 없다는 ‘사회주의형 머천다이징’이다. 일찍 가지 않으면 재료가 떨어져서 먹지 못하는,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도 사회주의와 비슷하다. 반면에 특별한 소수의 고객에게 집중하기 위해서 예약 없이는 들어갈 수 없는 매장도 있다. 특정한 고객에게 맞춘 개인형 서비스로 현재 국내 백화점에도 도입 운영되고 있는 퍼스널 쇼퍼 서비스가 대표적인 ‘개인형 머천다이징’이라고 할 수 있다. 백화점 등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유통 채널이 생기기 이전에는 대부분의 상품 거래는 귀족과 부자 가문을 대상으로 하는 개인형 머천다이징이 일반적인 형태였다. 다수의 고객에 대해 경쟁적으로 다수의 상품이 출시되는 상황은 수요와 공급에 대한 이해, 가격과 수량에 대한 유연한 대응이 필요한 ‘시장 경제형 머천다이징’으로 정의된다. 소위 ‘무림의 경제’라고 할 수 있다. ---pp.133~134
필자가 근무했던 기업에서는 후부를 철수하면서 국내 SPA브랜드 에잇세컨즈에 대한 투자를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오랜 기간 사업을 성장시켜온 글로벌 SPA는 지난 기간 동안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러면서 상품의 구성과 생산에 대한 안정성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국내 SPA브랜드들은 본질적인 경쟁력에 대한 결정을 해야만 한다. 일본에서 들어온 SPA 브랜드 유니클로를 애용하는 고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브랜드를 구입하기보다는 ‘품목’을 구매한다고 한다. 선행적인 상품 기획을 통해 고객이 반드시 열광할 만한 품목을 좋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 유니클로의 핵심역량이다. 유니클로의 CEO는 ‘생필품’이라는 차원에서 상품을 기획한다고 하니 고객의 소리와 맞아 떨어지지 않는가? 대량 기획?생산을 하는 패션 브랜드는 그 특성상 고객에 대한 연구가 매우 중요하다. ‘고객은 다양한 수요를 가지고 있다.’ ‘1인 100색의 개성 시대’ 등 다양한 소비 성향이 공존할 것이라는 예측이 맞을 때도 있을 것이다. ---pp.173~174
유명한 일본 소설가 시오노 나나미는 이렇게 말한다. “핸드백은 여자의 마음, 육체의 일부다.” 뭔가를 들고 다니기 귀찮아 호주머니에다 넣고 다니는 남성은 이 말을 절대로 이해 못할 것이다. 그녀의 말을 더 인용하자면 “여자에게는 핸드백에 무엇이 들어 있느냐가아니고, 그것을 들고 다닌다는 행위 자체가 의미가 있다. 핸드백은 내 인생에 대한 정열의 증거다. 따라서 선택에도 최선을 다한다.”라고 한다. 과거 핸드백에 대한 지역별 조사에서 확인된 경향은 특정 지역은 명품 일색, 나머지 지역은 명품이 아닌 것 일색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조사에서는 지나친 명품 편중이 해소되고 의류 착장도전국적으로 더 멋있어지는 추세다. 여성들의 착장 속에서 발견되는 핸드백들도 다양해지고 있고, 명품 일색이었던 것이 대중 명품들로 더 풍성해지고 있는 것이 나름의 진화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드레스에 한 점 꽃을 다는 마음으로 핸드백을 고른다는 시오노 나나미처럼 여성들의 선택이 ‘잇백’이 아닌 멋진 나를 위해 표현되는 ‘마이백’이 되길 바란다. ---pp.206~207
소셜 네트워크가 활발해지면서 위치 기반 서비스가 증가하고 있다. 위치 기반 서비스는 스마트폰의 GPS 기능을 활용해 인근 지역이나 방문하고자 하는 지역을 검색해볼 수 있는데, 프로모션에도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얼마 전 출장을 다녀온 라스베이거스에서 스마트폰 어플을 실행하면 할인이 되는 식당이 보였다. 위치 기반 서비스의 하나인 포스퀘어의 서비스인데, 필자의 소셜 네트워크에서는 포스퀘어에 가입한 친구가 어디를 방문했는지 볼 수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포스퀘어에서 특정 지역을 방문하면 배지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필자가 어린 시절 간 곳마다 배지를 구입하면서 방문한 곳이 마치 내 영토인 것처럼 느꼈던 것과 유사하다. 포스퀘어의 서비스에 참여한 회원들을 다양한 배지를 획득하고자 노력한다. 그들 중 몇 명은 북극을 제일 먼저 방문해서 ‘라스트 디그리’를 획득하려고 경쟁한 적도 있다. 어린 시절 국립공원의 배지를 구입한 필자에게는 우쭐한 마음 외에 특별한 혜택이 없었다. ---pp.171~173
유행에 민감하고 새로운 수요에 따라 상품을 개발해야 하는 소비재 업종은 운동성이 많이 요구된다. 새로운 것을 찾아 연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참신한 머천다이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시장 조사를 통해 잠재 고객을 연구해야 하고, 더 많은 상품 개발을 시도해야만 승산이 있다.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과 재원의 해체와 조립이 비교적 빠르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측면에서 ‘소프트웨어’가 중요할 수 있다. 표준화된 수요가 있는 업종은 상대적으로 정착성을 고려해야 한다. 초기 투자가 크다는 속성이 있고 자산과 설비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서 최대의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하드웨어’의 경쟁력이 곧 기업의 경쟁력이 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일터의 유목민과 농경민은 각각 서로가 얼마나 다른지, 얼마나 오랜 시간 단절되어 살아왔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그보다 먼저 당신은 유목민인가? 농경민인가? ---pp.184~185
‘고객 만족’이라는 단어가 1990년대 중반부터 여기저기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1970년대는 가격의 시대, 1980년대는 품질의 시대였다면, 1990년대는 고객의 시대가 된 것이다. 그야말로 고객이 왕이었다. 대표이사가 직접 나눠준 쪽가위를 들고 제품의 작은 결함도 제거하겠다는 비장한 표정으로 일하던 필자는 갑자기 ‘고객 만족’이라는 슬로건을 외치면서 귀여운 캐릭터 배지를 달고 고객을 맞이해야 한다는 것이 낯설기만 했다. 고객의 어떠한 요구도 거절하지 않고 48시간 내에 수선제품을 고객에게 전달하고,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최고의 서비스!”라고 외쳐대던 그때 그 시절의 모습이 생각난다. 이렇게 기업들은 이윤 극대화를 위한 핵심 경쟁력과 핵심 가치에 집중하고 기업의 모든 활동을 재배치한다. 고객의 시대가 되면서 고객 만족에 대해서는 CEO의 마인드가 더 중요해졌다. 특히 CEO의 솔선수범과 직원의 반복 교육이 실시되는 추세다. 판매 전문가로서 우연히 고객 서비스에 대해 강의하다가 스타 강사가 되는 일이 업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pp.205~206
기적의 판매왕이라 불리는 빌 포터는 뇌성마비 장애가 있는 사람이었다. 본인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몸이 불편한 빌 포터를 받아 주는 회사는 없었다. 그러다가 결국 한 회사가 빌 포터를 채용했고 가장 어려운 지역을 맡겼다. 몸이 불편한 빌이 그 지역을 가려면 3시간이나 걸렸지만, 매일 복장을 단정히 하고 15km를 걸어 고객을 방문했다. 그의 방문을 거절하는 고객들에게도 두려움 없이 한결같은 모습으로 다가갔다. 이런 식으로 변함없이 늘 약속을 지키고 꼼꼼하게 상품을 설명하는 빌을 신뢰하는 고객들이 많아졌고, 수백만 번 고객의 문을 두드린 빌은 결국 판매왕 자리에 올랐다. 빌은 어린 시절 어머니가 “넌 할 수 있어.”라고 말한 것을 믿었다. 수많은 거절을 받으면서도 빌이 흔들리지 않은 것은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믿음의 눈으로 보니 고객의 거절은 ‘다른 것을 제안해 달라.’라는 뜻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판매왕의 비결은 고객의 거절을 이해한 것에 있었다. ---pp.217~218
과잉 공급과 과잉 소비를 우려하는 가운데 찰스 핸디의 『코끼리와 벼룩』은 2003년에 쓰인 책이지만 지금도 생생한 통찰력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단어 ‘친도구珍道具’는 우리가 사들이는 불필요한 것을 의미하는 일본어다. 예를 들면 여분으로 구입한 자동차용 와이퍼, 신지 않는 구두, 한 번도 매지 않은 넥타이, 책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한 번도 읽지 않은 책이 그렇다. 이 책은 이 단어를 통해 자본주의 경제에서 생기는 과잉의 문제를 지적한다. 친도구에는 또 다른 뜻이 있다. 바로 ‘한번쯤 이런 것이 있으면 어떨까 싶은 특이한 물건’을 의미한다. 물론 완전 엉뚱한 물건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선풍기가 달린 모자, 안전 표시등이 달린 가방, 와이퍼가 달린 안경 등이 그렇다. 만화에 나올 듯한 물건이지 않은가? 이런 천진난만한 아이디어는 진정한 친도구일지도 모르지만 금방 잊히는 물건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한번쯤 이런 것이 있으면’의 발상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인류 역사상 중대한 발명을 만들어왔다. ---pp.229~230
파리를 중심으로 하는 유럽 백화점이 패션 산업에 중점을 두었다면, 미국 백화점은 완구 산업과 가전 산업을 중심으로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 완구 산업의 성장은 1947년 뉴욕을 무대로 제작된 유명한 영화 〈34번가의 기적〉에 등장하는 메이시백화점에서도 볼 수 있다. 가전 산업도 백화점을 통해 성장했다. TV, 라디오, 냉장고, 세탁기, 진공청소기, 에어컨, 토스터, 전자레인지 등 새롭게 출시된 가전제품들은 모두 백화점을 통해 일반 대중에게 소개되었다. 처음에 이 제품의 필요성을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가전제품은 쇳덩이에 불과했다. 현재 전 세계 누구나 가전제품을 사용하지만 당시에는 필요한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필요를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백화점의 ‘상품 교육기능’이 생겼고 지금까지도 이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요즘은 상품 자체에 대한 교육보다 ‘쇼핑 컨설팅’의 기능이 중요하다. 국내에는 아직 생소하지만 ‘퍼스널 쇼퍼’라는 직업이 대표적이다. 고객의 직업과 소득, 체형과 이미지를 고려해 맞춤형으로 상품을 코디하고 구성해주는 쇼핑 도우미 역할이다. ---pp.246~247
소비자들의 마음은 더이상 화려한 광고를 향하지 않고 같은 소비자의 사용 경험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또한 부족한 서비스와 품질에 대해서는 용납하지 않게 되었다. 필자가 몇 년 전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아 어쿠스틱 기타 자마를 판매하는 사업을 한 적이 있다. 맞춤 방식으로 제작되는 고가의 브랜드라서 고객의 수준도 높았다. 그저 기타 연주를 평범하게 즐길 뿐인 필자로서는 도저히 고객들의 실력을 감당할 수 없었다. 나무의 종류와 그에 따른 울림의 특성, 줄감개의 성능, 어쿠스틱 기타의 소리를 앰프로 뽑아내는 기능, 습도 관리 등을 어중간하게 알고 있어서 똑똑한 소비자를 앞설 수가 없었다. 맞춤 방식의 남성 구두 사업을 담당할 때도 비슷했다. 당시 방문 고객들은 구두의 제작 방식, 가죽의 종류, 보관과 관리 방법 등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 고객들의 마음속은 ‘소비 연구소’와 같았다. 좋아하는 상품에 대해 공부하는 것 자체를 즐기고 있었고, 동일한 관심을 가진 동료 소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기뻐했다.
---pp.254~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