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여인」
귀여운 여인 올렌카는 자신의 영혼과 진실한 마음을 누구한테든 바쳐야 하는 인물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아껴주고 그와 동일한 감정을 느끼지 않고는 한시도 살아가지 못한다. 극장주 쿠킨, 목재상 푸스토발로프, 수의사 스미르닌, 스미르닌의 아들 사샤까지 올렌카가 만난 남자들은 그녀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이유는 없다. 그냥 그녀의 본성이 누군가를 진실로 사랑하고 아껴줘야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동정심에서 그다음에는 에로스적 사랑의 감정으로 그리고 나중에는 모성애로 그들을 감싼다.
「사랑이란」
알료힌은 대학 졸업 후 시골에서 농장을 경영하고 있다. 지식인 출신이라는 이유로 마을 재판소의 명예 치안판사가 된다. 재판소 차장 루가노비치의 집에 갔다가 알료힌은 루가노비치의 아내인 알렉세예브나의 매력에 빠져 첫눈에 사랑하게 된다. 그녀의 강렬한 아름다움, 사랑스러운 눈동자를 잊지 못한다. 루가노비치 부부는 정성껏 알료힌을 대접한다. 그럴수록 알료힌은 괴로워한다. 그녀를 무척이나 사랑하지만 사람들의 이목과 루가노비치의 가정을 위해 사랑의 감정을 마음속 깊이 숨긴다. 그녀도 알료힌의 사랑을 눈치채지만 조심스럽게 모른 체한다. 시간이 흘러 알렉세예브나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매사에 불만투성이에 침울한 성격이 된다. 루가노비치가 지방 장관으로 발령받아 떠나고 그녀는 의사의 권유로 요양을 떠나게 된다. 알료힌은 기차에서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키스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알료힌은 과거의 소심했던 자신을 한탄한다.
「쉿!」
삼류 작가 크라스누힌은 밤샘을 하며 글을 쓴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그는 날마다 슬픈 이야기든, 웃긴 이야기든 무엇이든 써야 한다. 그에게 글쓰기는 더 이상 창작이 아니라 고통이자 강박증을 가져다주는 애물단지다. 소재도 고갈되었고 주제 의식도 희미해졌다. 글을 쓰자고 책상에 앉아 있노라면 들리는 것은 아내의 살림하는 소리, 아이들의 잠꼬대 소리, 옆방 하숙생의 기도 소리뿐이다.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여러 사물들 중에 유명 작가의 반신상과 사진은 크라스누힌의 초라한 처지와 대비되어 그를 더욱 초라하게 만든다. ‘제발 조용히, 제발 쉿!’ 하고 그는 외치고창작에 집중하고자 한다. 밤샘 뒤 잠든 낮잠의 꿈속에서도…….
「자고 싶다」
열세 살 바르카는 구둣방에서 하녀로 일하는 집 없는 소녀다. 낮에는 허드렛일을 하고 밤에는 주인 부부의 갓난아이를 돌봐야한다. 도무지 쉴 시간이 없어서 밤만 되면 눈이 감긴다. 요람 속에 있는 아기를 보면서 졸음을 이기지 못한다. 눈을 뜨면 녹색의 램프가, 눈을 감으면 시골집 진창이 보인다. 현실과 꿈을 왔다 갔다 한다. 잠들다 아기가 깨어 울면 영락없이 주인 부부한테 두들겨 맞는다. 그래서 아기 요람을 흔들며 졸다가 깨다가를 반복한다. 결국 바르카는 몽환적인 현실과 현실 같은 꿈 사이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존재는 요람 속의 갓난아이라고 생각한다. 바르카는 아기를 목 졸라 죽인다. 그러나 이 행위가 꿈속에서 일어난 것인지 실제로 그랬는지 알 수 없다. 작품은 그렇게 끝난다. 오갈 데 없는 처지의 바르카가 처한 상황은 잠이 와도 잘 수 없는 인간의 기본 욕구마저 외면하는 사회 병리가 초래한 개인적 비극을 잘 보여 준다.
「진창」
육군 중위 소콜스키는 결혼을 앞둔 청년 장교다. 그는 사촌형 크류코프의 부탁이자 본인의 결혼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려고 주조장 여주인 수산나에게 돈을 받으러 간다. 하지만 수산나의 교묘한 말솜씨, 기이한 행동과 마력에 빠져 돈을 받기는커녕 그 집에서 홀린 듯 지내다가 돌아온다. 이런 수산나를 괘씸하게 여긴 사촌형 크류코프가 나선다. 남성적 무력과 협박으로 돈을 받아 오겠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웬걸. 그도 수산나의 저택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녹초가 되어 돌아온다. 히죽히죽 웃으며 수산나가 보통 여자가 아니라고 혀를 내두른다. 결국 결혼에 필요한 돈 5,000루블을 마련해 소콜스키는 사촌형을 떠난다. 며칠 뒤 크류코프는 알지 못할 힘에 이끌려 수산나의 집에 간다. 그런데 그는 그곳에서 며칠 전 결혼한다고 돈을 들고 떠난 소콜스키가 지내고 있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한다. 수산나의 주조장 저택은 남자들의 내밀한 욕망과 허영, 여성의 기이한 정서와 온갖 이상 취미가 혼합되어 있는 그야말로 진창이다.
「입맞춤」
포병 장교 랴보비치는 수줍음이 꽤 많다. 천성이 그렇다. 부대 이동 중 어느 마을의 퇴역 장군이 장교들을 초대한다. 파티에서 랴보비치는 저택에서 길을 잃고 잘못 들어간 어느 방에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어느 여인의 키스를 받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은 랴보비치를 자신의 연인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방이 어두웠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랴보비치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저택을 떠나 부대에 와서도 내내 그 생각뿐이었다. 동료들의 놀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랴보비치는 그 키스에 대한 기억에서, 상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마침내 그 입맞춤은 운명의 장난이었으며, 파티와 키스, 정체 모를 여인에 비하면 자신의 생활이 너무나 초라하고 형편없다고 느낀다. 우연한 키스 이후 상념에 젖은 랴보비치의 심리가 마을과 자연 묘사를 통해 애잔하고 서정적으로 전달되어 독자들의 마음은 애수에 빠진다.
「불행」
미모의 20대 여성인 소피야는 이미 결혼한 몸이지만 오래전에 알았던 일리인으로부터 끊임없이 구애를 받는다. 일리인은 이웃집에 사는 변호사인데 소피야를 매우 사랑한 나머지 이사를 다섯 번이나 갔다가 결국 다시 돌아오곤 했다. 소피야는 일리인과 집 근처를 산책하며 이제 자신을 포기하라고 호소한다. 진심 반, 거짓 반인 감정이다. 소피야 자신도 일리인을 사랑하지만 가정과 남편 안드레이를 생각해서 일리인과 친구로 남고자 한다. 일리인은 소피야를 존중하고 싶지만 그의 마음에는 그녀가 가득 차 있다. 매우 사랑하는 여인, 아름답고 소중한 여인, 더구나 남의 여자가 됐음에도 더욱더 이끌리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이 여자를 일리인은 절대 포기할 수가 없다.
그들은 숲 속에서 격정적 포옹과 키스를 하고 밀애를 즐긴다. 집에 돌아온 소피야는 가정에, 남편에 충실하고자 마음먹는다. 그녀는 일리인과의 만남을 자책하며 괴로워한다. 이것이 소피야의 ‘불행’인 것이다. 소피야는 일리인에 대한 감정을 접고 이제 딸과 남편에게 충실하리라 다짐한다. 그리고 이곳을 떠나든지 여행을 가자고 남편에게 제안한다. 남편 안드레이는 공증 사무실의 일과 여행 경비를 걱정하며 시큰둥해한다. 남편은 소피야에게 혼자라도 여행을 가라고 한다. 소피야의 마음은 더욱 복잡해진다. 결국 집안 파티 후 술에 취한 소피야는 자신에게 무관심한 남편을 떠나 일리인과 함께 야밤에 집을 떠나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