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수프는 어디에나 있다. 오늘날 플라스틱이 없는 곳은 지구 어디에도 없다. 플라스틱 조각은 바다뿐만 아니라 강과 운하에도 있다. 물속에도 땅 위에도, 심지어 공기 중에도 있다. 주변 환경에 쌓이고 조각조각 부서지고 있는 플라스틱은 이제는 단점이 장점을 집어삼키고 있다. 1000종이 넘는 동물이 어떤 형태로든 플라스틱에 영향을 받는다. 동물들은 플라스틱을 삼키고, 플라스틱 때문에 다치거나 질식한다. 모든 플라스틱 쓰레기는 인간에게도 해가 된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플라스틱 수프로 인해 인간도 병들고 있다. 플라스틱이 건강에 해롭다는 증거는 쌓여가고 있다.
--- p.9, 「들어가는 말」 중에서
아무도 바다에서 나노플라스틱을 본 적은 없지만 나노플라스틱이 있고 그 숫자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나노플라스틱은 아주 작아서 아직도 자연에서 나노플라스틱을 측정하고 관찰할 적당한 방법이 없다. 입자가 작을수록, 유기체가 나노플라스틱을 삼킬 확률이 높다. 나노플라스틱은 너무나 작아서 신체 조직, 기관, 뇌, 개개의 세포 즉 인체 어디에도 스며들 수 있다. 이런 입자들은 큰 플라스틱 조각보다 독성이 훨씬 강해 부분적인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모든 종류의 생리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노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수프 문제에서 가장 잘 알지 못하는 대상이지만, 가장 위험할 가능성이 높다.
--- p.58, 「나노플라스틱의 위협」 중에서
2016년 8월 한 국제학회에서 지질학자들이 완신세에 공식적으로 작별을 고했다. 이제 우리는 인간이 지배하는 인류세Anthropocene를 살고 있다. 지질학적 시간표는 암석층을 기반으로 기期와 휴지기休止期로 나뉜다. 지구는 46억 년이 되었지만, 인간의 활동이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플라스틱은 자연에서 생성되지 않는, 인간이 만들어낸 물질이다. 이제 이 새로운 물질은 어디에나 있고 계속 쌓여가는 곳도 있다. 2014년 하와이 카밀로 해변에서 지질학자들은 한 형태의 돌을 발견하고 플라스티글로머리트라는 과학적 이름을 붙였다. 침전물이 뭉쳐진 덩어리를 부르는 지질학적 용어, 역암(콘글로머리트conglomerate)과 플라스틱을 합친 말이다. 녹은 플라스틱이 산호, 용암, 혹은 모래 등의 다른 물질과 합쳐져 영원히 변하지 않는 형태의 새로운 돌이 만들어졌다. 미래 세대는 우리 시대의 플라스틱 오염 때문에 플라스티글로머리트라는 돌의 연대를 쉽게 알아낼 것이다. 플라스틱은 지금 형성되고 있는 지질학적 지층의 전형적인 특성이 될 것이다.
--- p.62, 「플라스티글로머리트」 중에서
네덜란드의 데이브 하켄스는 ‘소중한 플라스틱’이라는 해결책을 내놓았다. 그는 누구라도 세계 어디에서나 자신만의 미니 재활용회사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켄스는 간단한 기계를 만들었다. 하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작게 자르고 다른 기계는 플라스틱 조각을 녹인다. 녹인 다음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녹은 플라스틱을 틀에 넣어 쓸모 있는 물건을 만들거나 3D 프린터에 사용하는 필라멘트로 만들 수 있다. 그가 만든 장치는 설계도를 온라인에서 구할 수 있고 조립하기도 쉽다. 이렇게 해서 플라스틱 쓰레기로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팔고 싶은 사람들에게 사업 진입 문턱을 낮췄다. 그의 아이디어는 현재 세계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 p.97, 「플라스틱에 가치를 더하다」 중에서
2012년 말쯤 유니레버는 다국적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제품에서 마이크로비즈를 자발적으로 제거하겠다고 발표했다. 3년 뒤에 마이크로비즈가 첨가된 개인위생 용품의 생산과 판매를 금지하는 미국 연방법이 제정되었다. 유니레버에 뒤이어 다른 주요 화장품 회사들도 그에 필적하는 발표를 내놓았으나, 이는 전략적 움직임에 지나지 않았다. 전에는 미세플라스틱이 주로 얼굴 스크럽과 치약에만 들어간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립스틱, 마스카라, 데오도란트, 매니큐어와 다른 화장품에도 사용한다. 다양한 기능을 가진 수십 종의 미세플라스틱이 있기 때문이다. 산업체들은 자발적으로 제거하겠다는 입자를 매우 좁은 범위, 즉 폴리에틸렌 마찰 입자로 정했지만, 다른 모든 미세플라스틱은 계속 사용할 여지를 남겨두었다.
‘마이크로비즈를 없애자’는 캠페인은 세계적으로 거의 100개에 가까운 단체의 지지를 받고 있다. 캠페인 협력 벤처는 소비자들의 도움으로 화장품에 들어간 모든 종류의 미세플라스틱이 세계적으로 금지되기를 원한다. 입법화가 불가피한 이유는 자발적인 제거 선언만으로는 회사가 빠져나갈 구멍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이크로비즈를 없애자는 캠페인은 주안점을 바꾸었다.
2015년부터 화장품 회사에 ‘모든 제품에 플라스틱이 100퍼센트 없다’는 선언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요청을 받아들인 회사는 화장품에 ‘제로를 희망하며Look for the Zero’ 라벨을 붙일 수 있다. 점점 더 많은 화장품 회사가 소비자에게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 p.103, 「마이크로비즈를 없애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