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거의 예외 없이 오스왈드에게 끌렸다. 우선 그는 어떤 가격으로도 소유되기를 거부하는 남자였으며,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바람직한 남자가 되었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일류의 지성, 넘치는 매력, 난잡하다는 평판이 기이한 조합을 이루어 강력한 매력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런 안 좋은 평판과 방탕한 면을 잠시 잊는다면, 오스왈드의 성격에는 그가 꽤 흥미 있는 인물임을 보여주는 다른 놀라운 측면이 수도 없이 많았다.
---「〈1권〉 『맛』 - 손님」중에서
마이크가 웃음을 지으며 말하고 있었다. “알잖니, 루이즈, 이건 좀 생각을 해볼 문제야.” “그만하세요, 아버지! 듣고 싶지도 않아요! 참 나,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긴 처음 들어봐!” “아니다, 얘야, 진지하게 하는 말이야. 잠깐만 내가 하는 이야기 좀 들어봐라.” “듣고 싶지 않다니까요.” “루이즈! 제발! 이건 이런 거야. 여기 리처드는 우리한테 진지한 내기를 제안했어. 이 내기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리처드이지 내가 아니야. 만일 리처드가 지면, 상당한 재산을 내놓아야 해. 아, 잠깐만, 얘야, 내 말 마저 들어봐. 핵심은 이거야. 리처드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거야.”
---「〈1권〉 『맛』 - 맛」중에서
그 전당포 주인을 죽여버리겠어.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당장 전당포로 가서 이 더러운 목도리를 그놈 얼굴에 던져버릴 거야. 내 외투를 돌려주지 않으면 그놈을 죽여버리겠어. “내가 오늘밤에 늦게 들어간다고 얘기했던가?” 시럴 빅스비가 손을 씻으면서 말했다. “아뇨.” “지금 상황을 보니 빨라도 여덟시 반은 되어야 들어갈 것 같은데. 아홉시가 될지도 몰라.” “그래요, 알았어요. 그럼 갈게요.” 빅스비 부인은 밖으로 나오며 문을 세게 닫았다. 바로 그 순간, 비서 겸 조수 펄트니 양이 점심을 먹으러 나가며 그녀를 앞질러 갔다. “날씨 정말 좋죠?” 펄트니 양이 활짝 웃는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아주 경쾌한 걸음걸이로 향긋한 향수 냄새를 풍기며 지나가는 그녀는 마치 여왕처럼 보였다.
---「〈1권〉 『맛』 - 빅스비 부인과 대령의 외투」중에서
“말 자르지 말아요, 에드워드, 제발 좀. 그래서 나는 지금 세상에 살아 있는 모든 중요한 작곡가들한테 알릴 생각이에요. 그건 내 의무예요. 나는 그 사람들한테 리스트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알리고, 그를 만나러 오라고 초대를 할 거예요. 그럼 어떻게 되겠어요? 세상 구석구석에서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날아올 거라고요!” “회색 고양이를 보러?” “여보, 저 고양이가 리스트라고요. 아무도 리스트의 겉모습에는 관심이 없어요. 오, 에드워드, 이건 세상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일이 될 거라고요.” “당신이 미쳤다고들 생각하겠지.” “두고 봐요.”
---「〈1권〉 『맛』 - 정복자 에드워드」중에서
“꿩은 건포도라면 사족을 못 써.” 그가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 “건포도?” “그래, 그냥 보통 건포도 말이야. 그걸 아주 광적으로 좋아한다니까. 우리 아빠가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에 발견한 사실이야. 그리고 앞으로 내가 말해줄 방법은 모두 아빠가 발명한 거야.” “언제는 아빠가 주정뱅이라더니.”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밀렵에도 비상한 재주가 있었어. 아마 영국 역사상 최고의 밀렵꾼일걸. 아빠는 학자처럼 밀렵을 연구하셨다니까.”
---「〈2권〉 『클로드의 개』 - 클로드의 개」중에서
브루스 폭슬리는 그 사건을 결코 잊지 않았다. 정말 재수가 없었던 것은 학교에 도착해보니 내가 그와 같은 기숙사에 배정되었다는 것이다. 그뿐이랴, 나는 공부방도 그와 같이 쓰게 되었다. 그는 졸업반에다 반장(우리는 ‘대빵’이라고 불렀다)이었기 때문에, 기숙사의 모든 하급생을 때리는 것이 공식적으로 용납되었다. 나는 자동적으로 그의 개인 노예로 전락해버렸다. 나는 그의 시종이자 요리사, 가정부, 심부름꾼이었으며, 정말 어쩔 수 없는 때를 제외하고 그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도록 시중을 드는 것이 내 의무였다. 내가 알기로 이 세상 어느 사회의 하인도 우리 불쌍한 어린 하급생 심부름꾼들이 학교에서 대빵에게 당하는 만큼 괴롭힘을 당하지는 않는다. 춥고 눈이 오는 날에는 심지어 아침을 먹은 후, 폭슬리가 오기 전에 (난방이 안 되는 바깥) 화장실의 변기에 앉아서 따뜻하게 변기를 데워놓아야만 했다.
---「〈2권〉 『클로드의 개』 - 달리는 폭슬리」중에서
“젠장. 방에 두고 온 모양이로군. 금방 다녀오리다.” “오, 제발!” 그녀가 소리쳤다. “시간이 없어요! 제발 그냥 가요! 소포로 부쳐도 되잖아요. 어차피 시시한 빗 같은 걸 텐데. 당신은 늘 그애한테 빗을 주잖아요.” “빗이 어디가 어때서? ” 그녀가 깜빡 분수를 잊고 주제넘게 나선 것에 남편은 격분했다. “아니에요, 여보. 뭐가 어떻다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 “기다려!” 남편은 명령을 하고는 덧붙였다. “가서 가져올 테니까.” “얼른 와요, 여보! 제발 빨리 갔다 오세요!” 그녀는 가만히 앉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2권〉 『클로드의 개』 - 천국으로 가는 길」중에서
그래, 내가 이 사람을 죽인 거야. 이상하게도 정신이 갑자기 맑아졌다. 그녀는 아주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형사의 부인으로서 그녀는 자신이 어떤 벌을 받을지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좋았다.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사실 마음이 편해지는 면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는 어쩌지? 임신한 살인자에 대한 법이 어떻게 되더라? 둘 다 죽이던가, 어머니와 아이 모두? 아니면 열 달이 되기를 기리려주던가? 어떻게 하더라?
---「〈2권〉 『클로드의 개』 -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중에서
여주인이 빌리의 말을 무시하며 말을 이었다. “템플 씨는 물론 나이가 약간 더 많았답니다. 사실, 스물여덟 살이었어요. 하지만 본인이 말하지 않았다면 나는 절대 몰랐을 거예요, 꿈도 못 꿨겠죠. 템플 씨의 몸에는 반점 하나 없었답니다.” “뭐라고요?” “피부가 마치 아기 피부 같았다고요.” 정적이 흘렀다. 빌리가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더 마시고 조심스럽게 찻잔 받침에 내려놓았다. 그는 여주인이 무슨 말이든 더 하기를 기다렸지만 그녀는 또다시 침묵에 빠진 듯 했다. 빌리가 정면의 거실 구석을 바라보면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3권〉 『헨리 슈거』 - 하숙집 여주인」중에서
“여자일 수도 있지. 남자일 수도 있고. 둘 다 맛은 똑같으니까.” “와, 정말 놀라운 일이군요.” “누구나 살면서 배우는 법이지.” “정말 그러네요.” “사실은 요즘 도살장에서 돼지고기 대신 그걸 많이 갖다주거든.” “정말이에요?” “문제는, 뭐가 뭔지 구별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거야. 둘 다 맛이 좋거든.” “제가 방금 먹은 것도 정말 대단하더군요.” “맛있었다니 다행이군.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건 돼지였던 것 같아. 사실, 거의 확실해.”
---「〈3권〉 『헨리 슈거』 - 돼지」중에서
“맞아요. 하지만 짭새한테 다 털어놔서 좋을 건 없으니까요.” 내가 물었다. “그러면 진짜로 하는 일은 뭡니까?” 남자가 음흉하게 말했다. “아. 그건 말할 수 없죠.” “그 일이 부끄러워요?” 남자가 소리쳤다. “부끄럽냐고요? 내가, 내 일을 부끄러워하냐고요? 난 세상 누구보다 내 일이 자랑스럽다고요!” “그런데 왜 말을 안 하는 거죠?” “작가들은 정말 참견쟁이군요, 응? 답변을 딱 받아내야만 직성이 풀리죠, 안 그래요?”
---「〈3권〉 『헨리 슈거』 - 히치하이커」중에서
구경꾼들 가운데 누군가 외칩니다. ‘하지 마세요! 당신 미쳤군요!’ 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포기하라고 소리쳐요. 저는 돌아서서 사람들을 정면으로 보면서 두 손을 들어 조용히 시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고함을 멈추고 저를 빤히 보죠. 이제 모든 눈이 저에게 집중됩니다. 저는 이상할 만큼 침착해집니다. 제가 머리 위로 도티를 벗어요. 샌들도 벗지요. 속옷 바람으로 거기에 섭니다. 미동도 없이 서서 눈을 감아요.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저는 불에 마음을 집중시킵니다. 저에게는 하얗게 타오르는 석탄밖에 보이지 않고, 석탄이 뜨겁지 않고 차갑다는 생각에 집중합니다. 나는 생각합니다. 석탄은 차가워. 석탄은 나를 태울 수 없어. 저기에는 아무 열기도 없기 때문에 석탄이 나를 태우는 것은 불가능해. 저는 30초를 흘려보냅니다. 너무 오래 기다리면 안 된다는 건 알아요, 제가 어느 한 가지 대상에 완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1분 30초밖에 안 되니까요.
---「〈3권〉 『헨리 슈거』 - 헨리 슈거의 놀라운 이야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