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기업을 운영하면서 가족과 지인에게 손 벌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실제로 약 10년간 손 벌리지 않고 운영해왔던 내 경험으로 보면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6개월의 운영비용을 미리 확보하는 것이다. 여기서 6개월은 우리 회사를 기준으로 한 숫자다. 우리 회사가 속했던 B2B 대상 IT 솔루션 업계에서는 프로젝트 기간이 길어봤자 6개월이 고 대금 지급도 그 안에 보통 완료되기 때문이다.
둘째, 정책금융이다. 정부의 각 부처에서 중소기업을 위해 낮은 이율과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해주는 제도가 있다. 특히 요즘 같이 창업기업을 정책적으로 키우려고 하는 시대에는 대출 규모가 상당하다. 어떤 금융은 창업자의 연대보증도 없이 오로지 법인의 능력만 보고 대출을 제공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마이너스 통장 개설을 추천한다. 마이너스 통장은 사용한 만큼만 이자가 나가므로 평소에 사용하지 않으면 이자가 전혀 나가지 않는다.
--- 1부 ‘초기 자본금, 플랜 B를 세워라’ 중에서
보통 대표는 창업 초기에 두 가지로만 직원을 분류한다. 밤새며 일하더라도 조직의 성공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사람, 칼퇴근하며 다소 여유롭게 일하고 회사보다는 본인의 삶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직원은 둘로 나뉘지 않는다. 그사이 수많은 형태의 직원이 존재하며, 칼퇴근해도 항상 좋은 성과를 가져오는 아웃라이어(outlier, 평균치에서 크게 벗어나 다른 대상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표본) 또한 존재한다.
--- 1부 ‘열정은 열정대로, 규칙은 규칙대로’ 중에서
채용 실패 사례가 있다. 해당 직원은 경력이 많았다. 우리보다 규모가 다섯 배 이상인 조직에서 본부 임원까지 했으며 화려한 실적을 냈었다. 게다가 우리 사업 분야의 배경지식과 인사이트까지 갖고 있었기에 빠르게 채용 과정이 진행되었다. 마지막 단계로 전 직장 레퍼런스 체크를 하려 하자 그는 경력과 나이가 있는데 이런 체크를 하는 것이 부끄럽다며 자신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건너 뛰어줄 것을 요청했다. 사실 요청보다는 통보나 일방적인 요구에 가깝긴 했다. 이해되지 않는 일이라 좀 의아했지만 역시 동의하고 채용을 확정했다.
그렇게 정말 우리 회사와 맞지 않는 직원을 만났다. 그는 입사 후 한 달 동안 조직 내 모든 팀 리더들과 분쟁을 일으켰으며, 나의 가이드를 무시하고 자기 방식대로 조직을 장악하려 했다. 나는 내 방식이 옳음을 보여주려 했고 그는 자신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며 퇴사했다. 그의 마지막 말은 대표의 나이가 자기와 이렇게 차이 나는 줄 몰랐다는 것이었다.
--- 2부 ‘경력보다 중요한 직원과의 핏’ 중에서
나 역시 월간 회고, 프로젝트 회고, 연간 회고 등 회의에서 익명으로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곤 했다. 대표적으로는 ‘동기부여가 안 됩니다’, ‘회사의 방향을 모르겠습니다’, ‘회사가 무슨 일을 하고 어떤 방향성을 갖고 있는지 헷갈립니다’ 등이 있다. 이런 의견들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충분히 말할 수 있으며 그렇기에 익명으로 의견을 수집한 것이다.
다만 대표 입장에서는 속이 타들어 갈 것 같다. 조선 시대 왕처럼 독단적으로 찍어 누르는 것도 아니고, 급여 수준이 초기 창업기업처럼 열정 페이를 요구하는 수준도 아니다. 나름대로 복지와 문화에 신경 쓰며 회사의 비전과 계획도 공유한다. 하지만 익명으로 설문 조사를 하면 동기부여에 관한 내용이 항상 10∼20퍼센트는 나온다. 기민하게 조직의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대표가 대부분의 시간을 직원의 동기부여에 들여야 하는 걸까. 일분일초에도 엄청난 기회비용이 따르는 창업기업의 대표에게 정답은 과연 무엇일까?
--- 2부 ‘동기, 부여하지 말고 찾아주어라’ 중에서
얼마 전 개발팀의 선임 웹개발자 직원이 퇴사해서 대체 인력을 채용하게 되었다. 채용한 신입사원에게는 다른 일을 맡기고, 퇴사한 직원의 후임이었던 직원이 해당 프로젝트를 이끌기로 했다. 경력이 있더라도 막 입사한 신입사원은 적응 기간이 필요할 테니 기존 히스토리를 잘 알고 있는 후임 직원이 선임이었던 퇴사 직원의 일을 맡는 것이 좋겠다고 개발팀장과 나는 동의했고, 그렇게 팀 운영을 변경하기로 확정했다.
이 상황에서 개발팀장이 면담을 요청하는 걸 보니 변경하려는 사항을 팀 내에 전한 후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개발팀장은 후임이었던 직원이 “일에 대한 책임이 달라졌으니, 그럼 돈을 더 주세요”라고 했다며 그 직원의 연봉 인상 가능 여부를 상담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이런 일은 작은 창업기업에서 자주 있는 일이다. 창업기업은 제품부터 업무 프로세스, 복지, 보상과 페널티 등의 사내 규정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영진과 직원의 나이 차도 얼마 나지 않아서 직원의 요구 사항이 상당히 직설적이고 예상치 못한 것이 많다. 그리고 보통의 큰 조직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사례들, 예를 들면 젊은 직원들 사이의 사소한 싸움이나 연애 등도 이슈가 된다.
--- 3부 ‘소통은 함께, 결정은 혼자 하라’ 중에서
회사의 제품 중 하나가 더 이상의 개발이 필요 없게 되었다. 마침 해당 제품 개발자 일부가 퇴사한 시점이기도 했다. 남아 있는 메인 개발자에게 회사에서 생각하는 앞으로의 제품 방향성은 내부 개발보다는 외부에 맡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당신은 이제 다른 제품 개발에 참여하게 될 것이고 만일 싫다면 퇴사를 해도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그 직원은 일주일 정도 고민 후 퇴사 의사를 밝혔다. 나는 넉넉한 기간을 줄 테니 이직을 위한 준비와 면접도 편하게 하라고 했다.
그런데 며칠 후 경영지원 담당 직원이 그 직원의 사직서에 적힌 퇴사 사유를 내게 보여주면서 ‘권고사직’이라고 돼 있는데 맞는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아서 면담하면서 설명해보려 했으나 이내 마음을 다시 먹고 권고사직으로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내가 처음 면담할 때 한 이야기들에 대한 오해가 분명 있었을 테고 그는 내가 권고사직을 요구했다고 받아들인 것 같았다. 대표와 직원, 사용자와 근로자는 그 시선과 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
--- 3부 ‘자진퇴사인가, 권고사직인가’ 중에서
창업 3∼4년 차, 그 시기 막 입사한 신입 직원이 있었는데 다소 늦게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해서 나와는 서너 살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그는 항상 예의 바르게 행동하고 열정적으로 일했기에 앞으로가 기대되 는 직원이었다. 그도 함께 오후 휴식을 즐기고 있었는데, 아마도 주말에 먹었던 맛있는 음식이 대화 주제였던 것 같다. 그러다가 맛집 이야기가 나왔고 김치찜부터 시작해서 수제버거까지 서로 알고 있는 맛집을 신나게 공유했다. 마침 그가 맛있지만 꽤 비싼 음식을 추천하기에 나는 자주 가는 집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가 이렇게 말했다.
“아니요. 그런 건 법인카드로 먹어야죠.”
나는 순간 얼빠진 사람처럼 멍해졌고 그 역시 자신의 말실수를 깨닫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일단 다른 주제로 화제를 전환했지만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 3부 ‘똑똑한 법인카드 관리 노하우’ 중에서
우리 조직에서 D급 직원이 다른 조직으로 가서 A급 인재가 될 수도 있다. 그만큼 환경과 리더의 관리가 직원의 능력에 많은 영향을 미치며, 그래서 HR 분야의 다양한 연구와 사례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S급 인재는 조금 다르다. S급 인재는 어떤 환경과 리더를 만나도 항상 반짝인다. 리더의 노력에 따라 S급 인재를 우리 조직에 얼마나 잡아둘 수 있을지가 결정될 뿐이다.
--- 3부 ‘스타급 인재,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중에서
창업 7년 차 정도가 되자 나는 완벽한 제너럴리스트가 돼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직원의 업무 전문성에 관한 면담을 하면서, 나 자신에게도 업무 전문성에 관한 의문이 떠올랐다. 아직 30대 중반도 안 된 나이에 회사를 떠나면 나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어떤 부분에 전문성이 있을까? 이런 의문이 머릿속을 꽉 채웠다. 회사를 위해 마케팅도 하고, 영업도 하고, 필요하면 전략도 배우고, 회계도 배우면서 뭐든 할 수 있게 되었으나 전문가와는 거리가 멀었다. 나는 회사를 떠나게 되면 과연 어떤 직업으로 살 수 있을까.
전문성에 대한 불안이 7년 동안의 정신적 스트레스와 맞물리면서 결국 번아웃을 불렀다. 무기력해졌고 감정의 업다운이 심해졌다. 심리 상담도 받아보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제주도에 가서 닷새 동안 혼자서 사색하며 휴식을 취했다. 내가 이렇게 있으면 회사가 큰일 날 수 있겠다는 압박감도 있었으나 생각하지 않으려 고 애썼다. 그렇게 재충전과 생각의 시간을 통해 결국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이 회사를 떠나면 나는 무엇으로 살 수 있을까’의 답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였다.
--- 4부 ‘대표는 다능인이 되어야 한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