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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도깨비와 함께 산다

한국인은 도깨비와 함께 산다

: 도깨비로 보는 한국 사회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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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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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년 0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558g | 152*210*30mm
ISBN13 9791189706951
ISBN10 1189706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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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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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도깨비들은 다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도깨비를 몰아낸 이들은 누구인가? 어두컴컴한 밤에만 출몰하던 도깨비들이 종내는 사라지고 말았다. 밤을 낮처럼 쓰는 전깃불에 밀려 산으로 바다로 도망 다니는 것일까? 어쩌면 탄소 문명이 도시 밖으로 몰아냈을지도 모르겠다. 밤이면 밤마다 마을이면 마을마다 도깨비들과 함께 살았던 우리들에게 이 상실의 무게는 얼마큼일까? 밤도 없고 낮도 없으니 만물이 소생하는 아침도 없고 만물이 죽는 저녁도 없다. 시작과 끝이라는 시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니 삶과 죽음의 경계까지 모호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도깨비 이야기는 삶과 죽음의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그 이유를 본문에서 풀어본다. OECD 여러 나라들 중 자살률 1위를 한 지가 십 수 년이 넘었고 고독사율마저 상위를 점하는 이유들이 모두 연관돼 있다.

일부의 사람들이 무의미하고 하찮아 보이는 도깨비들을 좇아 그 의미를 부여하려고 애쓰기도 했다. 잃어버린 우리들의 신격, 이미 행간으로 숨어들고 여백에만 존재하는 무정형의 캐릭터가 되어버린 그들에게 도대체 어떤 숨어있는 의미들이라도 있는 것일까? 이 책은 그것을 추적하기 위해 썼다.
---「프롤로그 : 한국인들은 도깨비와 함께 산다」중에서

또 이상한 점은 지금 우리가 상상하는 도깨비에는 대개 여성격은 없고 남성격의 도깨비들만 거론된다는 점이다. 대신에 도깨비들은 도깨비방망이를 통해 재화를 제공해주는 후덕한 남성의 이미지로 그려진다. 왜 그럴까? 현재 치우라는 형상으로 고착된 듯 보이는 용면와(龍面瓦) 혹은 귀면와(鬼面瓦)의 형상들은 언제부터 도깨비라는 이름을 뒤집어쓰게 되었을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우리의 질문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개보다 그리기 쉽다는 도깨비가 도대체 뭐란 말인가.

도깨비에 대한 가장 적절한 정의는 ‘엉뚱한 녀석, 엉뚱한 짓거리’다. 국어사전에서도 ‘주책없이 망나니짓을 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하거나, ‘동물이나 사람 형상을 한 잡된 귀신의 하나’ 혹은 ‘비상한 힘과 재주를 가지고 있어 사람을 홀리기도 하고 짓궂은 장난이나 심술궂은 짓을 많이 하는’ 어떤 존재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민담에서는 빗자루나 불의 형상 등 인공물, 자연물, 자연현상 등으로 그려내는 것이 보통이다. 많이 헷갈린다. 도깨비의 또 다른 이름이 허깨비인데, 문자 그대로 헛것이어서 그런 모양이다.

우리가 추적하는 행간과 여백의 결과도 그러할지 모른다. 그러면 다들 이렇게 얘기할까? 이런 엉뚱한 결말이라니. 도깨비 같은 녀석! 여기에는 숭고하고 엄격한 정격의 신들에 비교되는 하찮고 초라하고 혹은 이 핑계 저 핑계 대도 무방한, 그래서 언제고 아무 때고 그 무엇에나 투사하여 소환할 수 있는 부정격의 신성을 가진 존재라는 숨은 뜻이 들어있다.
---「제1장 도깨비와 귀신은 같을까 다를까」중에서

그렇다면 도끼나 방망이로 상징되는 도깨비방망이의 정체는 무엇일까? 재화와 안녕, 복락과 희망을 선물하는 방망이 말이다. 일부 연구자들은 도깨비방망이가 일본 오니의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앞서 예로 든 광범위한 불교의 도깨비들 혹은 도깨비로 해석 하는 신장(神將)류, 나찰(羅刹)류의 문지기들을 참고하면 방망이의 출처를 일면적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마을 숲과 계곡의 늪에서 살던 도깨비들의 방망이가 갯벌로 나아가게 되면 어장을 보호하고 항해의 안전을 지켜주는 보호신이 된다.

제주도의 영감 도깨비는 퇴치의 측면이 강조되기에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전국의 참봉, 생원, 서방 등의 도깨비들이 그렇다. 이들 도깨비들은 잘났다고 나서지도 않으며 힘이 좋다고 뻐기지도 않는다. 막걸리 한 잔 나눌 벗의 위치, 그런 친구들의 위상을 지녔을 뿐이다. 높은 산에 오르지 않아도 먼 바다에 나가지 않아도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마을 숲과 동구 밖 갯벌에서 사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도깨비들은 일상적이지 않다. 돌발적이고 돌출적이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사람들을 도와준다. 금방 들킬 것 같은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한다. 문제는 이들 도깨비들을 사람들이 선택해왔다는 것이다. 불교의 야차와 나찰, 그리고 복과 재화를 주는 방망이도깨비들의 양가성 혹은 양의성을 어떻게 온전하게 독해해낼 것인가가 연이어 과제로 떠오른다.
---「제3장 문지기가 된 목랑」중에서

나도 어렸을 때 도깨비불을 본 기억이 있다. 남도 지역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우리 마을 사람들도 이를 인불 혹은 혼불이라 불렀다. 도깨비불에 대한 구술사례는 아주 많다. 화장터 근처나 무덤가에 혼불이 날아다닐 확률이 훨씬 크다고 한다. 근처에 뿌린 뼛가루가 인(燐) 성분이니 그럴 것이요 날씨가 흐리면 이 성분이 푸른빛을 띠기 때문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위의 양초귀신은 ‘독갑이’ 즉 도깨비이다.

1900년도 초에도 일반적으로 도깨비를 독갑이 혹은 돗갑이로 불렀음을 알 수 있는 자료이기도 하고, 냇물 혹은 강과 불의 대칭관계가 매우 선명하게 드러나는 민담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방정환이야 이를 지식 없는 미신과의 대조를 위해 인용했겠지만 의도치 않게 도깨비의 서식처는 물론 불과의 관계를 드러내주고 있는 자료다. 우연하게 포착된 것처럼 보이는 도깨비들의 서식처는 이처럼 물이나 강이다. 늪이나 숲, 『삼국유사』의 기록으로부터 오늘날 구술 자료들까지 예외 없이 도깨비가 출현하는 서식처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7장 물과 불의 아이러니, 레퓨지움의 전화」중에서

2016년 악한 기운들이 극을 향해 치달았던 시국은 어떤 기득권자 개인들에 의해 국가 시스템이 동원되는 마치 도깨비판 같은 상황이었다. 여기저기서 ‘이것이 나라냐’고 외쳤다. 이 상황에 불을 지른 것이 세월호에 대한 성찰이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 자유에의 의지를 수호해야 할 국가가 어떤 기득권자들에 의해 일시 정지되거나 이상한 방향으로 국면을 재구성하는 풍경, 이것은 마치 악귀와 도깨비들이 판을 치는 시뮬라크르(Simulacrum)의 세계에 비유된다. 물론 지금도 변함없이 국면을 재구성하는 풍경은 이어진다.

도깨비는 마을 숲과 호수, 늪과 갯벌이라는 분명한 전이지대의 고향을 가지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사람들의 욕망을 수용해 이미지들을 창출하고 그 욕망이 지시하는 바에 따라 성격과 기능을 달리해왔을 뿐이다. 도깨비는 신의 복제물이 아니라 인간의 복제물이라는 점에서 원본 없는 허상의 세계 시뮬라크르와는 성격을 달리한다. 도깨비 같은 세상이라는 언설은 실재가 존재하지 않는 허상의 세계를 말할 텐데, 듣는 도깨비 기분 나쁠 것이다.
---「제9장 유쾌한 반란, 도깨비굿의 심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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