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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유 재산

나의 사유 재산

: 메리 루플 산문집

[ 양장 ]
리뷰 총점10.0 리뷰 2건 | 판매지수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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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2월 1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68쪽 | 242g | 118*188*14mm
ISBN13 9791196591380
ISBN10 1196591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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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열감에 대해선 많은 얘기를 들어봤겠지만, 열감은 정말로 약과다. 어느 모로 보나 하찮기 그지없다. 우리의 몸은 기이한 순간에 증기다리미처럼 달궈진다. 그래서? 미디어에서는 열감이 유일하고 가장 중요한 증상인 양 말한다. 거기에 주의를 집중하고 그들의 상품에 흥미가 끌리도록. 하지만 나는 폐경을 떠올릴 때 열감을 떠올리진 않는다. 열감에 대해 얘기하고자 이러고 있는 것이 아니다.
--- 「멈춤」 중에서

어렸을 적 한 점쟁이가 내게 말하기를, 죽고 싶어 하는 늙은 여자가 어쩌다 내 몸에 깃들었다고 했다. 천천히, 오랜 시간에 걸쳐, 라벤더로 목욕을 하거나 뒷마당에 열쇠를 묻는 의식을 거행하는 등 비밀리에 전해져온 방법을 세심하게 따른 끝에, 나는 그 여자의 존재를 몰아냈다. 이제 나는 죽고 싶어 하는 늙은 여자이고, 내 안에는 살고 싶어 죽을 지경인 젊은 여자가 깃들어 있다. 나는 이제 이 여자를 설득하려 한다.
--- 「개인적 기록」 중에서

파란빛 슬픔은 가위로 길게 잘라낸 뒤 다시 칼로 잘게 썬 달콤함이다. 그것은 백일몽과 향수(鄕愁)의 슬픔이다. 가령 그것은, 이젠 그저 기억일 뿐인 행복의 기억일 수도 있다. 손을 뻗어도 닿지 않기에 먼지를 털어낼 수 없는 틈새 속으로 물러나버린. 선명하지만 먼지투성이인 파란빛 슬픔은 그 먼지를 털어내지 못하는 당신의 무능력에 기인한다. 그것은 하늘만큼 멀리 있어 닿을 수 없다. 그것은 모든 사실의 슬픔을 비추는 사실이다.
--- 「파랑」 중에서

내 친구 비키와 나는 울워스 백화점의 간이식당에 앉아 주문한 밀크셰이크(비키는 초콜릿, 나는 바닐라)를 기다리고 있었고, 비키는 일어나서 화장실에 갔다. 비키가 자리를 비운 사이 초콜릿 셰이크가 나왔고, 나는 장난으로 소금과 후추를 그 위에 살짝 뿌렸다. 왜냐하면, 그때는 몰랐지만, 나는 어리고 냉혹하고 잔인했기 때문이다. 비키가 돌아와서 자기 빨대의 포장을 뜯고, 빨대를 밀크셰이크에 꽂은 후, 영겁과도 같은 긴 시간 동안 빨대를 쭉 빨았다. 그러고는 영원처럼 느껴지는 시간 동안 셰이크를 삼켰다. “지금까지 먹어본 밀크셰이크 중에 제일 맛있어.”
--- 「밀크셰이크」 중에서

내가 쓴 전형적인 시 한 편에서는, 한 여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홀로 앉아 있다. 그 여자는 탁자 위를 기어가는 파리 한 마리의 존재를 알아채고는 불쑥 그와 대화를 시작한다. 그러다 무척이나 극적인 일이 벌어지고, 시는 끝난다. 이런 일은 매일매일, 한 권의 시집에 실린 시의 개수만큼 일어나고, 여자는 결국 지쳐버린다.
--- 「자기비판」 중에서

검은빛 슬픔은 작은 잿더미다. 그 잔해는 여러 지역에 걸쳐 흩어져 있다. 그것은 갈퀴의 슬픔이자 하이픈으로 연결된 이름의 슬픔이고, 자신을 포도라고 생각하는 구름의 슬픔이다. 그것은 가슴이나 목에 달 수는 있지만 아무도 거기에 서린 세밀한 슬픔을 보지 못하기에 너무나 슬퍼지는 브로치의 슬픔이다. 그것은 줄 없는 기타를 치는 여자의 슬픔이고, 여우로부터 헛되이 도망치는 토끼의 슬픔이다.
--- 「검정」 중에서

그때는 여름이었고 구름이 너무 많이 끼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하늘에 구름이 넘쳐흘렀다. 우리의 거리에, 우리의 집에, 우리의 서랍에, 우리의 수납장에 구름이 있었다. 구름은 우리의 차에, 우리의 버스에도 있었고, 나는 택시에서도 구름을 보았다. 그 누구도 그렇게 많은 구름을 본 적이 없어서, 너무나 자주 배가 터질 듯이 나타나서, 아무도 구름이 없었던 때를 기억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우리의 입법자들은 그 구름을 다른 나라로 실어 보내려 했으나, 다음과 같은 질문만이 돌아왔다. 그토록 많은 구름으로 대체 뭘 하겠는가?
--- 「구름 속에서」 중에서

슬프게도, 슬프지 않게도, 요즘은 그 누구도 예술로서의 슈렁큰 헤드(shrunken head)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남자도, 여자도, 아이들도 거리를 걷고 들판을 가로지르고 숲으로 들어가고 바다의 가장자리를 따라 뛰어다니지만, 그 누구도, 내가 아는 한, 슈렁큰 헤드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슈렁큰 헤드에 대해 생각하지만 그 생각은 나 혼자만, 즉 내 머릿속에만 간직한다. 그 주제가 언급되기라도 한다면, 슈렁큰 헤드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잘라내는 데 수반되는 폭력을 떠올림으로써 공포와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 「나의 사유 재산」 중에서

가을이 어린 여우를 자극했다. 분노와 공포 속에서 그는 지저분한 얼굴을 하고서 따끔거리는 작은 손에는 달콤한 향기를 풍기는 제비꽃을 무심결에 움켜쥔 채로 애통하게 울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다지 아늑하지 못한 굴 안에서 그는 제비꽃을 탁자 위의 겨자단지 속에 넣어두고는, 아주 오래전에 죽인 어린 토끼 반 마리를 초라한 저녁 식사로 먹었다. 죽은 지 오래됐으니 이제는 늙은 토끼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었다. 그는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가을의 이 페이지들을 책장을 넘기듯 넘겨버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다.
--- 「야생 숲의 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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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메리 루플은 여성만이 쓸 수 있는 글, 특히 노년을 향해 가는 여성만이 쓸 수 있는 글을 썼다. 이렇게 또 한 명의 호방한 언니가 우리에게 도착했다. 울었던 횟수를 하루하루 기록해야 했던 나날에 대해, 언젠가 다시 그걸 펼쳐볼 때에 웃음이 나올 날에 대해 이해한다면, 당신은 이 책이 반가울 것이다. 시와 소설과 에세이의 무경계에 대해 상상해본 적이 있다면, 당신은 이 책의 가장 좋은 독자가 될 것이다. 메리 루플의 세계에서는 슬픔과 행복도 경계가 지워져 있다. 같은 것이 될 수 있다. 젊음과 늙음도, 과거와 현재도, 살아 있음과 죽어감도 경계 없이 넘나들며 경계를 지워간다. 『나의 사유 재산』은 그러므로 한 번에 다 읽지 말아야 한다. 이유가 너무 많아서 도리어 아무 이유 없이 침울한 날에 다시 펼쳐야 한다.
- 김소연 (시인)

메리 루플의 작품은 한눈에 즉시 알아볼 수 있다. 그 어떤 위대한 시인의 작품과도 확연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 마이클 클라인 (시인)

메리 루플은 내가 친구들에게 가장 자주 소개하는 작가다. 혹시 이 글 읽어봤니? 이 글을 읽으면 그래도 기분이 조금 나아질 거야, 라는 말과 함께. 일례로, 그의 에세이 『멈춤』은 내가 읽어본 폐경에 관한 글 중 단연 최고다. 메리 루플은 독자의 손을 움켜잡고 자꾸만 어딘가로 이끈다. 그 손을 잡으면 어디로 향할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사는 세계와 우리가 깃든 육체를 동시에 탐험하리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 린 울만 (소설가)

메리 루플은 미국 최고의 현대 시인이다.
- 잭 엘리엇 마이어스 (시인)

미국에서 가장 강렬한 시를 쓰는 메리 루플은, 마치 멸종 위기에 처한 낯선 새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의 유별한 작품들은 도피주의적 환상도, 성급한 손길로 살짝 건드렸다고 와르르 무너질 귀중한 공예품도 아니다. 오히려 메리 루플의 독특한 목소리는 지금껏 수많은 시인들과 일반 독자 모두로부터 폭넓고 열성적인 지지를 받아왔다.
- 토니 루치 (시인)

메리 루플은 우리 모두가 겪는 평범한 경험들을 종종 무력하게 바라보지만, 그럴 때조차 신선하고 활기찬 시선을 놓치지 않는다.
- 찰스 시믹 (시인)

메리 루플은 에밀리 디킨슨의 정신적 절망과 월리스 스티븐스의 수사적 기교를 합친 듯한, 이성보다는 본능에 밀착한 글을 써내는 작가다.
- 토니 호글랜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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