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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은 잡을 수 있는 것인가

집값은 잡을 수 있는 것인가

: 대한민국 집값의 현실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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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3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480g | 153*224*16mm
ISBN13 9788946080607
ISBN10 894608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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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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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초기부터 집값 상승이 나타났다. 정부 출범 후 3년차 되는 해인 2020년에는 집값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처는 노무현 정부와 똑같이 시작했다. 수요를 규제하는 방법을 택했다. 대출을 규제하고 법제도를 동원해서 수요를 억제하려고 했다. 공급이 문제라는 야당과 일부 언론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수요를 억제해서 집값을 잡아보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런 배경에는 노무현 정부와 같은 상황 판단과 철학이 자리를 잡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집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수요는 투자적 수요라는 판단하에 집에 투자해서 얻는 이익은 불로소득이며 다른 사람들의 간접적 피해를 기반으로 한 착취적 행위라는 철학을 갖고 있는 것이다.
--- p.86~87

도시로의 집중화, 즉 고밀도화가 진행됨에 따라 생산성이 향상되는 것은 분명하다. 물자와 사람과 정보의 이동효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시를 만들기 위한 투자비용과 도시를 사용하면서 지불해야 하는 비용도 함께 증가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도시 집중에 따른 생산성 향상으로 증가하는 효용과 도시 집중에 따른 투자비 및 유지비 상승으로 증가하는 비용 간의 관계에서 초기에는 효용이 비용을 능가하지만 어느 시점부터 비용이 효용을 능가하게 된다. 한계효용은 체감하고 한계비용은 체증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순간을 과밀이라고 부를 수 있다.
--- p.106~107

문재인 정부에서는 주택의 가격을 상승시키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는 공급이 분명 감소되었다. 공급 감소는 좋은 위치의 땅이 소진되는 것처럼 불가피하게 일어나기도 하고 때로는 수요 예측을 잘못해서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나타난 공급 감소는 그것과 다르다. 매우 의도적이다. 그런 의도를 일정 부분 정당화시켜 주는 것은 주택보급률 및 총 주택 수 증가와 함께 살펴본 자가보유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인 공급 감소가 시장에서 주택 가격 상승을 촉진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 p.147

요약하자면 문재인 정부는 ① 시장에서 가수요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② 가수요가 시장 가격을 상승시킬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③ 그리고 그러한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가수요에 부응해서 가장 즉각적으로 가격 안정화를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은 공급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④ 그런 공급이 재개발, 재건축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수요를 억제하고 공급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는 정책을 선택했다. 명분은 있지만 실효는 없는, 그리고 집값의 지속적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불러온 대책이었다.
--- p.155~156

문재인 정부가 지금보다 두 배의 물량을 실수요 시장에 쏟아부었더라도 주택 가격은 안정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이유는 크게 보아 두 가지다. 하나는 정부가 공급한 물량이 위치나 평형대, 그리고 전매조건에서 볼 때 투자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가수요 시장의 수요자는 실수요 시장에 참여할 자격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다.
2020년에 주택 가격이 상승한 원인은 공급 때문이기도 하고 공급 때문이 아니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의 주택 정책에서 공급은 상대적으로 충분하기도 하고 반대로 부족하기도 하다. 모순처럼 들리는 주장이다. 그런데 해결하기에 별로 어려울 것 없는 모순이다. 시장이 두 개이기에 그렇다. 주택시장에는 한편에는 실수요를 대상으로 하는 시장이 존재하고 다른 한편에는 투자적 수요를 대상으로 하는 시장이 존재한다.
--- p.160~161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큰 방향은 옳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효과적이라고 표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옳다고 표현한 것이다. 옳지만 효과를 낼 수는 없다. 실수요 시장에서는 옳을지 몰라도 가수요 시장에서는 틀린 정책이기에 그렇다. 무주택자라는 실수요에만 매달려서는 서울의 집값을 잡을 수 없다. 서울의 집값을 좌우하는 것은 가수요 시장의 기존 주택 보유자들이기 때문이다. 가수요 시장의 엄연한 존재를 애써 부인한 것이 문재인 정부가 시행한 부동산 정책이 실패하고 있는 주요 원인이다.
--- p.180

현재 상황에서 집값 상승에 대한 대책의 큰 방향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방향은 단기적 대책이다. 단기적으로는 가수요에 대해서 어떤 방식으로든지 대응을 해야 한다. 둘째 방향은 장기적 대책이다. 장기적으로는 서울 집중을 해소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균형발전이 최선이다. 셋째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 국민적 공감을 얻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명분과 의지는 높이 살 만하지만 여기에 대해 국민적 공감을 얻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 p.188

지나치게 당연한 명분은 현실을 보는 눈을 어둡게 한다. 부동산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 실수요자들에게 더 많은 집을 주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도 반대하기 힘든 당연한 명분이다. 그러다 보니 정부는 그런 가치와 정책 목표가 국민들에게 당연히 공유되는 것으로 생각한 듯하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집값 안정이 아니라 집값 폭등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사실, 부동산 불로소득이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을 점점 더 어렵게 하고 현실적으로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구조적인 질곡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부동산에 대한 철학과 정책 목표를 국민들과 공유하는 것은 모든 부동산 정책을 시행하기에 앞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다.
--- p.227

인공지능을 장착한 로봇에 의해 사람이 대체되고 로봇으로 대체되고 남은 부분이 재택근무로 채워진다면 이론적으로 더 이상 도심이 유지될 필요가 없다. 도심이 유지될 필요가 없다면 접근성을 이유로 형성된 부동산 가격이 더 이상 지탱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이 가시화되면서 이런 전망에 힘이 더 실렸지만 코로나가 그 속도를 앞당겼다.
--- p.3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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