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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 단편선
문고판

체호프 단편선

: 키스·사랑에 대하여· 귀여운 여인·약혼녀 (외)

범우사르비아문고-071이동
체호프 저 / 박형규 역 | 범우사 | 1999년 06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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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1999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31쪽 | 265g | 127*187*20mm
ISBN13 9788908030718
ISBN10 890803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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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on Chekhov
1860-1904. 러시아의 소설가이자 극작가. 16세 때 집이 파산하여 모스크바대학 의학부에 입학함과 동시에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방편으로 단편과 콩트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황야』『지루한 이야기』『등불』등을 발표하며 작가로서의 확고한 위치를 굳히게 되었으며 30세 때 시베리아 횡단 여행을 기점으로 사회문제를 주제로 한 작품을 많이 다루며 사회 활동에도 참여하였다. 44세 때 병세가 악화되어 생을 마쳤다. 주요작품으로는 『귀여운 여인』『골짜기』『6호실』『사할린섬』『세 자매』『벚꽃동산』『갈매기』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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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黃昏). 크고 축축한 눈송이는 방금 불이 켜진 가로등 옆을 너울너울 춤추면서, 지붕이며 말 잔등이며 어깨며 모자 위로 떨어져서는 얄팍하고 포근한 층(層)을 이룬다. 마부(馬夫) 요나 뽀따뽀프는 유령(幽靈)처럼 전신이 새하얗다. 그는 살아 있는 육체가 굽힐 수 있는 데까지 최대 한도로 몸을 굽히고 마부대(馬夫臺)에 앉은 채, 꼼짝달싹 않고 있다. 만일 그 위에 눈사태가 떨어진다 해도, 그는 자기 몸에서 눈을 털어 버릴 필요성을 느끼진 않았으리라…… 그의 말도 역시 새하얗고 움직일 줄을 모른다. 그 부동성(不動性), 모가 난 형태, 말뚝처럼 꼿꼿한 다리로 해서 가까운 곳에서 보아도 1코페이카짜리 설탕과자 말과 흡사하다. 그 말은 어느 모로 보나, 무슨 생각에 잠겨 있는 것이 분명했다. 쟁기에서 벗어나고 낯익은 평범한 경치에서 떠나서, 괴물과 같은 불빛이며 멈출 줄 모르는 소음이며 부산스럽게 뛰어 다니는 사람들로 뒤덮인 이 도가니 속에 굴러 떨어졌으니, 어찌 생각에 잠기지 않을 수 있으랴…….

요나와 그의 말은 벌써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점심 전에 숙소에서 나온 것이지만, 아직껏 개시를 못 하고 있다. 그러나 거리에는 벌써 저녁의 어둠이 깃들기 시작했다. 파리하던 가로등 불빛은 그 자리를 생생한 빨간색에다 양보하고 거리의 혼잡은 점점 소란해진다.
--- 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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