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은 복잡한 투자 방법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주주를 위한 경영’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투자할 곳을 엄선할 뿐이다. 다시 말하면 ‘주주를 파트너(동업자)로 취급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 투자의 핵심이 된다.
버핏이 주로 정보를 얻는 자료는 누구라도 쉽게 입수할 수 있는 연차보고서(annual report)로, 흔히 상상하듯 경영자와 면담하는 등, 일반 투자가보다 유리한 방법으로 정보를 입수하는 일은 별로 없다. 그는 “연차보고서만으로도 투자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하고 말한다. 주식을 구입하는 방법도 일반 투자자와 다름없이 주식 시장에서 보통주를 구입할 뿐이다. 그래서 그는 ‘월스트리트(wall street, 金融街)’가 아니라 ‘메인스트리트(main street, 大衆街)’의 대변자로 통한다.
그는 고급 프랑스 요리보다 햄버거, 와인보다 체리코크를 좋아하는 등, 여느 대부호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그의 서민적인 성향 때문인지도 모른다. ……
버핏은 투자 대상을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업종에 한한다. 예를 들면, 그의 친구 빌 게이츠가 경영하는 마이크로소프트 등, 첨단 기술 종목은 그의 투자 대상에서 제외된다. 왜냐하면 변화무쌍한 첨단 기술 기업은 10년이나 20년 후의 캐시플로(cash flow)를 예측하기 어렵고, 충분한 안전여유율을 확보하는 그의 투자 스타일과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투자할 때 ‘사업 내용’뿐 아니라 ‘경영자’도 함께 고려한다. 매년 유망한 기업을 찾기 위해 수백 권에 이르는 연차보고서를 읽고 있는 버핏은, 관심이 가는 기업을 발견하면 우선 그 기업의 경영자를 만나 자신이 궁금하게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마치 자신이 기업의 소유주라도 되는 것처럼) 자세하게 묻는다. 그러면서 그 기업의 경영자가 버핏이 궁금하게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얼마나 정직하고 알기 쉽게 설명하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본다.
그것은 그 경영자가 얼마나 오너를 위한 경영, 다시 말해 ‘주주를 위한 경영’을 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함이다. 기업의 오너가 알고 싶어하는 것에 대해 쉬운 말로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경영자는 기본적으로 ‘오너를 위한 경영’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버핏은 “아무리 많은 사진을 보여 주고 이런저런 사항을 설명하는 그래프를 그려 보여 주더라도 기본적인 사실이 빠져 있는 연차보고서는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하고 말한다.
--- p.19~21
1989년 3월, 버핏이 경영하고 있는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코크 주식을 대량으로 취득한 사실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된 자료에 의해 밝혀졌다. 버핏이 코카콜라에 투자한 금액은 10억 달러가 넘었는데, 이것은 코카콜라 총발행주식의 6.3퍼센트에 상당하는 금액이었다. 코크와 오랫동안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은행인 선트러스트 뱅크도 코크 주식을 12.4퍼센트 소유하고 있었지만, 이는 신탁 형식을 띤 것으로 ‘복수(複數)의 주주’를 대표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버핏이 최대주주가 되었다.
물론 버핏에게도 코크의 주식을 사들인 것은 단일 건으로서는 그때까지 최고액에 해당하는 투자였다. 10억 달러는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 시가 총액의 4분의 1에 상당하는 금액이었다.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하고 있던 현금과 예금을 짧은 시간 동안 코크 주식에 전부 쏟아 부은 것이다. 보통의 투자가들이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분산 투자를 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버핏의 대담한 투자 방식에 월스트리트의 은행가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1989년 말에 발표된 버크셔 해서웨이의 보통주 포트폴리오에서 코크는 35퍼센트 이상을 차지하였다. ……
버핏은 쇄도하는 언론의 인터뷰에 다음과 같이 소감을 말했다.
“마치 좋아하는 여성과 결혼한 기분입니다. 그의 눈이 좋으냐고요? 아니면 성격이 좋으냐고요? 아닙니다. 그의 모든 것이 좋습니다. 어느 한 부분만 좋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뉴욕 타임스』의 로버트 콜 기자가, “보유 기간은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계십니까?” 하고 묻자 버핏은, “우리가 원하는 보유 기간은 ‘영원히’입니다.”라고 말했다. 코크를 버크셔 해서웨이의 영구 보존 종목에 올린다는 뜻이었다. 또 『월스트리트 저널』의 마이클 매카시 기자가, “코크 주식을 산 이유가 무엇입니까?” 하고 물었을 때, 버핏은 특유의 ‘짤막한 농담’으로 대답했다.
“나는 내 입이 향하는 곳으로 돈을 돌립니다.”
이 말은 다시 말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투자한다’는 의미이다. 버핏은 체리코크를 좋아했기 때문에 코크 주식을 산 것이다.
체리코크의 열렬한 팬이었던 버핏은 한시도 이 음료수를 손에서 놓은 적이 없다. 1984년 체리코크가 막 출시되었을 때, 도널드 키오는 그때까지 펩시만 마셔 왔던 버핏에게 체리코크를 보냈다. 버핏은 그것을 금방 마음에 들어했고, 1985년에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차주주총회에서 체리코크를 버크셔의 ‘공식 음료수’로 지정한다고 선언하였다.
하루에 체리코크를 다섯 캔 정도 마시는 버핏은 지금도 코크가 떨어지지 않게 항상 열두 개들이 상자를 한 번에 50상자씩 사놓는다. 물론 자신이 직접!
--- p.185~187
버핏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기업 지배 구조는 「회장의 편지」를 읽으면 대강 파악할 수 있다.
“경영자는 주주들로부터 위탁받은 자본을 관리하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최고경영자는 언제나 오너의 입장에서 경영해 나가야 합니다. 오너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오너에게 경영의 실태를 솔직하게 알려 줄 것이고, 무분별한 사업 확대로 자본을 낭비하지 않을 것입니다. ‘유능하며, 정직하고, 일을 열심히 하는 경영자’가 되어야 하는 겁니다.”
기업 지배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최고경영자의 평가를 어떻게 하느냐’이다. 평가 기준이 애매하고 자칫 주관적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고경영자는 경영의 최고 권력자이기 때문에 최고경영자를 관리해야 할 이사회의 독립성이 결여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아무도 최고경영자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 버핏은 이사회가 최고경영자를 제외하고 정기회의를 여는, 즉 최고경영자가 없는 상태에서 최고경영자를 평가하는 것을 가장 이상적인 기업 지배 구조로 여긴다.
--- p.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