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식 있는 사람조차 영양에 관해서라면 혼란스러워한다. 당연하다. 달걀은 되도록 안 먹는 것이 좋다는 말을 방금 들었는데, 돌아서면 달걀을 권한다. 월요일에 체중 감량에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이라는 조언을 들었는데, 화요일이 되면 식이요법에 비하면 운동은 복부 살을 빼는 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통알곡이 건강한 식단의 기본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지만 과연 심장 질환이 아침에 오트밀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아서 생기는 건지 아니면 더 해로운 다른 원인 때문에 초래되는 건지 우리는 모른다. 인터넷과 뉴스 매체들은 모두 새로 발표된 과학 소식을 전하려 하지만, 대다수 매체에서 다루는 내용과 선정적인 헤드라인은 제대로 된 정보의 전달보다는 웹사이트 방문자 수를 늘리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의사, 영양학자, 심지어 정부조차도 보이지 않는 힘의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믿어야 할지 과연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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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신선한) 다불포화지방은 산화에 취약하나 대부분의 자연 식품에선 본래 비타민 E처럼 지방을 보호하는 항산화제와 함께 들어 있다. 그러나 열이나 화학 처리를 거친 기름에 있는 다불포화지방은 그렇지 못하다. 이렇게 추출된 기름은 여러 가공식품의 제작에 사용되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주요 독소 중 하나다. 이런 기름은 시판되는 샐러드드레싱이나 마가린처럼 우리가 포함 여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식품에 들어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쿠키, 케이크, 그래놀라바, 감자칩, 피자, 파스타, 빵, 심지어 아이스크림처럼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식품에 들어 있는 경우도 많다. 아침 식사로 먹는 시리얼에는 ‘광택제’처럼 이런 기름이 발려 있고, 기름 없이 볶았다고 명확히 밝힌 경우를 제외하면 모든 ‘구운’ 견과류 역시 이런 지방으로 덮여 있다. 뿐만 아니라 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도 우리는 다불포화지방을 무의식적으로 섭취하게 된다. 대부분의 식당은 열기 있는 주방에 기름통을 꺼내둔 채 몇 달간 방치하고, 한 번 쓴 기름도 여러 차례 재사용하는 등 보관과 위생이 놀라우리만큼 형편없다. 프렌치프라이, 새우튀김, 치킨 핑거 같은 음식들은 모두 생화학적으로 변형된 기름의 매개체이며 이런 음식들의 조리 과정에서는 ‘알데히드(aldehyde)’라 불리는 위험 화합물이 대량으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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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의 급속한 확산, 그리고 전 세계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버리는 엄청난 양의 음식을 생각하면 현대인의 몸이 영양 결핍 상태에 있다는 말이 의아하게 들리기도 한다. 혹시 많은 가공식품들이 어째서 그토록 ‘비타민 함유’를 내세우고 있는지 궁금했던 적은 없는가? 지구에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물이 약 5만 종 이상 있다.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시절의 인류는 그런 식물을 통해 특별하고 이로운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먹는 음식은 고작 세 가지로 압축된다. 밀, 쌀, 그리고 옥수수다. 이 곡물들은 전 세계 사람들이 섭취하는 열량의 60%를 차지한다. 이 같은 곡물은 싼 비용에 조달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지만, 영양학적인 가치는 아주 낮다. 식품영양학적 측면에서 생각했을 때, 몇십 원어치 비타민(대체로 합성 비타민)을 이런 식품에 첨가하는 건 돼지에게 립스틱을 바르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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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은 하루에 탄수화물을 300g 이상 섭취하는데 그 대부분을 시중에서 판매되는 빵, 페이스트리 같은 가공식품, 첨가당이 든 음료수, 통밀로 만든 과자나 쿠키 같은 정제된 탄수화물 형태로 먹게 된다. 그렇게 되면 몸에서는 인슐린이 끊임없이 생성된다. 그런데 인체의 일부 조직(예를 들면 눈의 신경세포나 심장 근육)은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에너지원으로 쓸 지방을 얻을 수 없게 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근래에 발표된 한 연구는 지방이 눈 속 광수용체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 에 실린 이 연구는 광수용체 세포에 지방산이 공급되지 않으면 노인성 황반변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슐린이 지방산 분비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것(결과적으로 인슐린 분비를 줄이는 것)이 사람들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중요한 생활방식의 변화가 될 것이다.
--- pp. 133~134
현대인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뭔가를 먹으면서 보내기 때문에 배가 비어 있을 틈이 거의 없다. 우리는 흔히 잠에서 깬 순간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먹는다. 그러나 인류 역사의 대부분은 이런 식습관과는 거리가 멀었다. 요즘은 단식이 종교적인 관행이나 다이어트를 위한 칼로리 제한처럼 신중하게 선택해서 실천하는 행위가 되었지만, 농경사회가 태동하기 전 인류의 조상들은 식량의 수급에 따라 단식을 자주 경험했다. 이 때문에 우리의 뇌는 몸에 영양분이 공급되었을 때와 공급되지 않았을 때를 오가는 동안 각 상황에 훌륭히 적응하도록 조성됐다. 우리는 정기적으로 음식 섭취를 제한함으로써 케톤이 생성되도록 만들 수 있다. 단식을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음식을 마지막으로 섭취한 뒤로부터 열여섯 시간이 지날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는 방법이 가장 일반적인 ‘16:8’ 단식으로, 열여섯 시간 동안은 음식 섭취를 제한하고 나머지 여덟 시간 동안 음식을 먹는 식이요법이다. 이 방식은 인슐린을 줄이고 비축된 지방을 분해하는 등 단식의 이로운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여성의 경우 처음에는 열여섯 시간이 아니라 열두 시간 혹은 열네 시간 금식에서 시작하도록 권한다. 여성 호르몬 체계가 영양분 부족 신호에 더 민감하게 작용해서 생식력을 낮추는 등의 부정적인 영향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 pp. 204~205
지방을 몸의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게 되면 간헐적으로 고탄수화물 식사를 하는 것이 건강한 렙틴의 기능을 증진하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도 있다. 탄수화물을 섭취할 때 분비되는 인슐린이 강력한 렙틴 촉진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렙틴 수치가 급격히 높아지면 시상하부에서는 몸의 대사 출력을 높인다. 만약 규칙적인 운동과 함께 일주일에 1회 고탄수화물 식품을 섭취하면 에너지 소비량을 늘리고, 기분을 조절하고, 지방을 효과적으로 감량할 수 있게 된다. 탄수화물을 100~150g만 섭취해도 이와 같은 영양 공급 효과가 충분히 나타난다. 그러나 정크푸드로 탄수화물을 섭취해도 될 거란 생각은 버리자. 또한 탄수화물을 간헐적으로 섭취할 때 먹는 음식은 지방 함량이 적어야 한다. 고탄수화물 고지방 음식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방은 렙틴이 혈관-뇌장벽을 건너가지 못하게 막을 수도 있다. 영양 재공급 수단으로 좋은 탄수화물은 쌀, 감자 등 전분이 많은 탄수화물, 혹은 과당 함량이 낮은 키위, 베리류, 감귤류 같은 과일이다.
--- pp. 327~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