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를 조명의 조광기라고 생각해 보자. 한쪽 끝으로 돌리면 빛이 밝아지고 다른 방향으로 돌리면 빛이 줄어든다. 우리는 이 생물학적 스위치를 성장(엠토르)이나 복구(자가포식, 때로는 장기간의 수리) 방향으로 계속 번갈아 가며 돌리도록 진화했지만, 현대인의 생활 방식은 이를 끊임없이 성장 쪽으로 돌리고 복구 방향으로는 거의 혹은 전혀 돌리지 않게 한다. 그래서 성장기에 이르면 이러한 세포 쓰레기 트럭들이 멈춰 서기 때문에 생물학적 부스러기들, 즉 구조가 변형된 단백질과 병원체, 기능을 하지 못하는 세포 내 소기관들을 제거하는 몸의 능력이 약해진다.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오토파지(autophagy: 자가포식)’라는 단어는 ‘자신을 먹는다’는 뜻으로, 세포 안에 들어 있는 신체의 강력한 자기 정화 스위치를 의미한다. 이 중요한 내부 분해 시스템의 존재는 수십 년 동안 입증되었지만, 그것이 어떻게 그리고 왜 기능하는지 알아낸 것은 지난 몇 년 동안의 일이었다. 2016년, 자가포식의 체내 메커니즘을 밝힌 공로를 인정받아 일본 도쿄 공과대학 세포생물학자인 오스미 요시노리 박사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자가포식의 기전을 풀어 의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끈 그의 연구는 ‘21세기의 발견’으로 일컬어진다.
--- 「머리말 : 스위치」 중에서
2009년 12월부터 나는 노화생물학과 관련한 과학 논문을 하루에 5~10편씩 읽기 시작했다. 2019년 6월까지 읽은 논문이 8만 권을 넘어섰다. 2013년에는 식이 제한(칼로리와 단백질), 단식(간헐적, 장기) 그리고 바로 그즈음에 자가 실험을 시작한 케토제닉(초저탄수화물) 식단을 깊이 파고들기로 했다. 나는 다음과 같은 질문의 답을 알고 싶었다.
이러한 식단이 유익한 영향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 세 가지 방법을 통해 건강과 수명을 개선하는 메커니즘이 유사할까, 다를까?
나는 이 책에서 이 질문들에 답하려고 한다. 이 질문을 탐구하는 500편의 논문 덕분에 나는 엠토르라는 세포 내 복합체와 그것이 꺼질 때마다 시작되는 과정(자가포식)이 무병장수의 비밀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내가 발견한 바로는 칼로리 제한과 간헐적 단식, 초저탄수화물 식단이 수명 연장에 매우 유익할 수 있는 주된 원인은 이 대사 스위치의 방향이 바뀌기 때문이다.
--- 「머리말 : 스위치」 중에서
엠토르의 발견을 유도한 라파마이신을 발견함으로써 과학자들은 엠토르의 활성화 또는 반대로 억제와 그 효과를 이끄는 생물학적 경로를 설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한 관찰 중 하나는 엠토르가 활성화하면 자가포식이 억제되고, 엠토르가 잠잠하면 자가포식이 강화된다는 것이었다. 어
떤 의미에서 이는 세포가 동화(성장) 단계인지, 아니면 이화(집 청소) 단계인지를 조절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엠토르 기능을 세포 신호 체계의 중심 허브, 즉 세포의 명령과 제어 센터로 보는 데 도움이 된다. 엠토르가 20억 년 동안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보존된 데는 이유가 있다. 세포 성장과 대사의 마스터 조절자인 엠토르는 세포 대사(생명)가 세포 안에서 어떻게 조절되는지를 알려 주는 비밀 중 하나이다. 그리고 이것이 스위치의 본질이다.
--- 「1장 이스터섬과 이식 환자」 중에서
세포를 더럽히고 염증 과정에 일조하며 다양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세포 내 찌꺼기들을 집어삼키는 팩맨(일본의 텔레비전 게임 상표명-옮긴이) 같은 구조를 상상해 보라. 염증은 당뇨병과 심장병부터 자가 면역 질환, 치매, 암에 이르기까지 모든 만성 질환의 공통분모다. 가벼운 증상이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 염증은 부상에 반응하거나 감염을 물리치는 신체의 생존 도구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몸이 좋아하지 않는 만성 염증을 앓고 있다. 만성 염증을 부채질하는 것은 무엇이든 염증에 뿌리를 둔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염증 경로가 작동하기 전 세포 내 찌꺼기를 제거해야 하는 이유다.
자가포식 소체는 쓰레기봉투나 쓰레기 트럭과 같으며, 많은 종류의 생체 분자를 분해(또는 소화)하는 효소를 함유한 리소좀이라는 또 다른 공 모양의 작은 주머니와 결합한다. 리소좀은 몸속의 작은 재활용 공장이라 할 수 있는데, 쓰레기 트럭이 싣고 온 폐기물을 처리하고 부품을 재사용하는 일을 담당한다. 리소좀 작용 후 남은 물질은 세포질로 방출되어 세포가 재사용할 수 있다.
--- 「2장 쓰레기 트럭과 재활용 공장」 중에서
칼로리 제한과 자가포식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칼로리 제한의 형태로 몸에 가벼운 스트레스를 가하면 자가포식 다이얼이 올라간다. 그 결과 단백질 순환과 세포 회복이 증가한다. 다시 말해, 몸이 수리와 개조를 강요당한다! 부엌을 개조할 때 예전 가전제품을 버리고 새로운 기구를 들여놓듯이 몸에서도 같은 과정이 일어난다. 어떤 단백질과 조직은 파괴되어 새로운 단백질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자가포식의 원리이다.
가장 설득력 있는 노화 이론 중 하나는 단백질 순환이 결핍되어 노화가 발생한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몸이 새로운 단백질을 만들 때 오래된 단백질을 분해하고 폐기하지 못하면 손상된 단백질이 쌓여 막대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단백질은 심장, 피부 등 몸 어디에나 있기에 단지 근육에서만 그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렇듯 균형 잡힌 단백질 순환은 매우 중요한데 칼로리 제한이 이를 촉진한다.
--- 「4장 오키나와인과 수도사」 중에서
많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암은 고래와 돌고래, 참돌고래에서 매우 드물다. 캐나다 북극에서 조사한 1800마리 이상의 고래류 중에서 암은 단 한 마리에서 발견되었고, 약 50마리의 흰돌고래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1980~1989년에 조사한 죽은 북극고래 130마리 중에 오직 한 마리만이 간에 양성 종양이 있었다. 《북극고래》에 북극고래의 사망 원인에 관해 쓴 L. 마이클 필로는 “북극고래의 병이나 사망률에 종양이 주요 원인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북극고래의 장수와 항암 비결은 무엇일까? 북극고래의 먹이는 여름에는 적당히 있지만, 어둡고 추운 겨울철에는 일반적으로 부족하다. 겨울 동안 이 고래들은 칼로리가 극도로 제한되어 영양소를 대부분 저장된 지방의 케톤 생성과 자가포식에서 얻는다. 1년 중 9개월 동안 스위치를 켜고 다음 3개월 동안에는 끄는 이 패턴은 내 프로그램에서 지지하는 방식이다. 북극고래 이야기는 철마다 간헐적 단식을 하고 칼로리 제한(수도사들처럼)을 하며 가끔 케토제닉 식단을 따르는 것의 가치를 말해 준다. 하지만 영양을 비축하고 새로운 조직과 세포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1년 중 특정 기간에 엠토르를 작동하게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 「8장 고래와 설치류, 흡연자 」 중에서
“자가포식은 차별을 모른다. 우리가 누구든, 어떤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든 우리 모두의 몸에서 이 중요한 과정이 일어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 안에서는 자가포식이 활성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책에서 배운 전략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으므로 일상에서 실행할 의지만 있으면 된다. 당신이 반드시 그렇게 하기를 바란다.”
--- 「결론 : 삶을 건강하게 사랑하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