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에 관한 책을 쓰는 중이라고 말하자 친구들과 고객들은 두 가지 반응을 보였다. “내게 꼭 필요한 책이야. 서둘러줘.” “그 사람[남편, 아내, 동료, 직장 상사, 사위 등이] 읽으면 좋겠군.” 빈도와 강도는 다르겠지만 우리는 모두 쉽지 않은 결정 앞에 선다. 약하거나 무능해서가 아니다. 도리어 지극히 정상이라는 뜻이다. 불안하기는 해도 우리가 뻗어나가고 성장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심사숙고해서 결정할 만한 게 없는 세상은 끔찍하게 지루하고 진부한 곳이리라. 진짜 문제는 이것이다. 그런 결정을 ‘어떻게’ 하는가? 일상생활에서든 직장에서든 우리는 지금 과거에 내린 결정의 결과물 위에 서 있다. 그리고 미래는 앞으로 내릴 결정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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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이라는 말의 라틴어 뿌리인 ‘카이데레’(caedere)는 문자 그대로 ‘잘라냄’을 의미한다. 다른 선택과 기회, 더 나을지도 모르는 결과를 잘라내고, 자유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이 결정이라면, 그것이 왜 그렇게나 어려운 일인지 이해된다. (…) 더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면, ‘결정’에 해당하는 고대 그리스어가 ‘분리’를 의미하는 단어와 어원이 같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여기에는 신성한 의미가 담긴 ‘판단’이라는 뜻도 있는데, 고차원적이고 형이상학에 가까운 의사결정을 가리킨다. (…) 그렇다면 결정과 분리, 판단이라는 의미가 다 들어 있는 고대 그리스어는 무엇일까? 어원사전을 뒤져보다가 한동안 어안이 벙벙해졌다. 결정에 해당하는 고대 그리스어는 다름 아니라 위기를 뜻하는 ‘크리시스’(krisis)였기 때문이다. 결정할 때 우리가 얼마나 애쓰는지를 보면 결정을 위기의 한 형태로 인식하는 것도 이해된다. 위기는 반드시 통과해야 할 결정 과정일 수 있다. 결국 결정을 잘하려면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대로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 p.17~18
우리가 결정하지 못하고 행동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결정하기 전의 상태에서 기만적인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결정하지 않음으로써 우리는 가상의 마법 세계로 들어갈 수 있고, 그곳에는 모순된 두 가지 견해가 행복하게 공존한다. 아직 결정한 게 없고 어떤 선택도 포기하지 않았기에 모종의 가능성을 기대하며 안이한 환상 속에 머무르는 것이다.
--- p.25
완벽주의는 종종 꾸물거림의 변종으로서 결정과 행동을 미루는 변명으로 쓰인다. 결함의 여지를 남기지 않고 가장 나은 결과를 추구하는 것이 뭐가 나쁘냐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미 좋은 결과를 향상하기 위해 더 많은 자원과 노력을 들이는 것은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일이 아닐 때도 있다. (…) 꾸물거림에 관한 그릇된 통념, 즉 ‘오늘 결정할 일을 내일로 미루면 지금보다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결정을 바꿀 만한 핵심 정보가 무엇인지 물어봐야 한다. 다시 말해, 17,520일을 살아온 나보다 17,521일의 내가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지식을 오늘과 내일 사이에 얻을 수 있는가? 답은 이것이다. “그럴 가능성은 적다.”
--- p.36~37
다음은 의사결정을 할 때 직관의 도움을 좀 더 많이 얻을 수 있는 전략이다.
- 시간을 가지라
직감은 빠르게 일어나지만, 이를 처리하는 데는 몇 시간, 며칠 또는 몇 주가 걸릴 수 있다. 정해진 일정에 얽매이지 말라. 그러면 의사결정 과정에서 직관이 제 역할을 하기가 어렵다.
- 조용한 장소를 찾으라
부산스럽지 않고 조용한 곳에서 상황을 곰곰이 생각하면, 직관을 통해 답을 찾을 가능성이 커진다. 깊이 생각하라. 의식적으로 심호흡을 하며 스트레스를 멀리하라.
- 모르페우스에게 물어보라
모르페우스는 음성인식 가상 비서가 아니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꿈의 신이다. 충분한 수면은 직감이 발동되기에 완벽한 조건이다. 꿈에서 답을 얻는 것은 아니지만, 푹 자고 일어난 다음 날 아침에 내면의 목소리가 좀 더 잘 들릴 것이다.
--- p.146
말로 표현하는 것은 혼자 생각하고 행동할 때에라도 의사결정에서 매우 중요한 돌파구가 된다. 어쨌거나 우리는 모호한 생각 더미에 말과 감정, 느낌을 섞어 넣으며 끊임없이 내면의 대화를 하고 있지 않은가. 혼합물을 걸러내는 한 가지 방법은 요약문을 작성하듯 언어로 자기 생각을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적확한 문구 하나가 의사결정에 유용한 나침판이 될 때가 많다.
--- p.169
인생의 핵심 교훈은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고, 개선할 수 있는 것은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에서든 인생살이 전반에서든 자신을 특별하게 가꾸는 자기계발이 여기에 포함된다. 좀 더 명확하게는 주변 환경을 바꾸는 일, 이를테면 프로젝트에 적합한 팀 선발, 올바른 목표 설정, 팀원 동기부여 등 최대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
--- p.173
몇몇 자기계발서나 경영서들이 16세기에 미켈란젤로가 걸작 ?다비드?를 완성하자 교황이 그를 방문한 이야기에 대해 썼다. 이 이야기의 다른 버전에서는 교황이 다비드상에 찬사를 보낸 뒤 미켈란젤로에게 그의 예술적 천재성의 비밀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순간을 묘사한다. 미켈란젤로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주 간단합니다. 다비드가 아닌 것을 다 없애면 됩니다. (…) 먼저, 우리가 아닌 것을 깎아냄으로써 ‘무엇을 결정할 수 없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그리고 수건을 쓰고 보는 것처럼 흐릿하게 보이는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우리 존재의 표면을 덮고 있는 막을 걷어내야 한다.
--- p.272~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