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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런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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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8월 2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376g | 111*190*28mm
ISBN13 9791167900296
ISBN10 1167900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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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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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윤고은, 대거상 수상 이후 첫 장편] 사라진 친구의 흔적을 따르던 중 찾은 『안심결혼보험 약관집』, 이 의문의 책으로 얽힌 이들의 사랑과 우정. ‘안심결혼보험’이 필요한 안심할 수 없는 현실은 윤고은의 독창적 세계 안에서 더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도 기어이 남는, 사라지지 않는 마음들을 헤아리게 하는 이야기 -소설MD 박형욱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밤의 여행자들』이 현실을 벗어나 이국의 여행지에서 맞닥뜨린 놀랍고도 섬뜩한 재난 서사였다면 『도서관 런웨이』는 현재에 당도한 전 지구적 공포인 ‘코로나’를 배경으로, 바로 지금 우리의 현실 속에 포진한 일상적 재난을 구축한다. 그것은 뜻밖에도, 보험과 결혼이다. 이 두 가지는 언뜻 연결 고리가 없어 보이지만, 작가는 이런 농담마저 슬쩍 숨겨놓고 있다. 우리는 “보험약관처럼 소원을”(33쪽) 빌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이제 보험이 결혼을 다루게 된 것은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84쪽)라고. 그러니 못 이기는 척 이야기를 따라가면 좋을 것이다. 이제 소설이 보험과 결혼 을 다루게 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닌 셈이니까. 금세, 빠져들게 될 테니까.
--- 「작품해설」 중에서

안나는 고요한 책들 사이로 걸어가는 걸 좋아했다. 키 높은 서가들이 담벼락처럼 이어진 도서관에서는 아무렇게나 걸어서는 안 됐다. 신발 밑창, 특히 뒷굽을 지면에 잠깐 접촉한다는 느낌으로 내려놓아야만 소리가 나지 않았다. 포스트잇을 한 장씩 바닥에 붙이는 것과 비슷하게. 안나는 자신의 걸음이 바닥에 오래 흔적을 남기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접촉에 대한 부담 없이 총총 걸었다.
--- p.9

걔네’의 정확한 이름은 AS였다. AS손해보험. 언니는 매달 보험료로 5만 900원씩을 납입했는데, 그 납입 내역을 보면서도 K는 이 보험의 존재 여부에 대해 의심했다. AS손해보험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지만, 이런 종류의 보험이 정말 존재한단 말인가? 언니가 K의 속마음을 읽은 것처럼 말했다.
--- p.74

결혼은 한 사회의 그릇이나 상자 같은 거라고 했다. 결혼을 통해 담아낼 수 있는 인간사들이 무수하다면서. k는 아빠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그러나 과거의 결혼이 택배 상자 5호 정도의 크기였다면 지금은 2호 상자쯤 되는 거라고 말했다. 50년 전의 결혼이나 30년 전의 결혼에 비해 지금의 결혼이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면 단지 상자의 크기가 작아진 것뿐이라고 말이다. 크기가 5호에서 2호로 작아졌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결혼이라는 상자 안에 담을 수 있는 것들이 적어져 진짜 중요한 것들만 담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했다.
--- p.94

2015년 간통죄가 폐지된 후 결혼보험이 ‘배우자의 부정행위’라는 항목에 대해 특별히 적용할 수 있는 조치는 없었다. 그러나 기러기는 몹시 특수한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조금 달랐다. 이 시기는 부부가 서로 노력해야 하는, 자녀 교육을 위해 협력해야 하는 시기였다. 먼 곳까지 날아가 가족을 위해 먹이를 물어 오는 기러기의 행동이 우스워져서는 곤란했다. 어느 한쪽 배우자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게 안심 결혼보험의 입장이었다. 보험 가입자가 부부 중 하나이고 가입자 아닌 다른 한 사람의 외도를 증명할 수 있을 때, 그들이 기러기 특약에 가입된 상태라면 일정 부분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다. 정신적 충격에 대한 상담도 3회 받을 수 있었다. 어느 한쪽에 의한 학비와 생활비도 그걸 사용하는 쪽에서 상의 없는 사용, 나름의 횡령, 배임, 편취 로 해석될 수 있는 행동을 한다면 보험금 청구 대상이 될 수 있었다.
--- p.105-106

글쎄요. 그런데 결혼이란 게 동거에 따른 고독을 선택하는 거 아니겠어요? 그건 예상 불가한 일이 아니었을 것 같아요. 그러니 보험사에서 보장해줄 수 있는 게 아닐 듯하고요.
--- p.109

누군가의 숨이 위협이 되는 시대, 마스크로 코와 입을 다 틀어막아야 하는 시대, 안경을 쓰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감염 위험이 적어진다는 통계가 읽히는 시대, 생일 촛불을 입김으로 불어서 끄는 것도 모험이 되는 시대, 거리두기의 시대에 나는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유예하지 못하고 의심하지도 못하고 그 위로 미끄러졌다. 그리고 책달 아래서 마치 지상 처음인 것처럼 키스했다.
--- p.191-192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보험약관집을 경유한 소설의 시선은 명실공히 두 사람의 세계로 구축된 결혼생활 속에서 사랑이 어떠한 모습으로 존재하는지 주시한다. (……) 결혼을 둘러싼 욕망과 삶의 여건 속에서 사랑은 희박해지고 이제 결혼을 지탱하는 적은 자기 배당금을 챙겨 각자의 길로 떠날 미래에의 담보이다. “결혼이란 게 동거에 따른 고독을 선택하는 거 아닙니까? 기꺼이 말이죠” 되묻는 보험사 직원은 이 서글픈 사랑의 변모 과정이 기러기 부부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짚는다. 이제 지속 가능한 결혼생활을 위한 지침서라는 이 보험약관집의 부제가 도드라진다. 지금 이 순간 미래를 위한 보험금 납입을 멈추고 이 결혼이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를 물어야 될 때가 아닌가.
- 박신영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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