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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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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336g | 128*188*17mm
ISBN13 9791191043532
ISBN10 1191043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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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시 쓰기가 유일한 취미인 평범한 소년과, 음악에 천재적 재능을 지녔지만 선천적으로 글씨를 읽고 쓰는 게 힘든 발달성 난독증을 가진 소녀. 두 사람의 애절하고 꿈같은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둘은 ‘계속 함께 있을 수 있는 사랑’을 하게 될까? -소설PD 박형욱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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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시마, 너 시 써?”
도사카가 이렇게 물은 건, 바로 그때였다.
“어, 으응. 그거 말인데.”
“알리고 싶지 않았던 거야? 문예대회에도 낸다며?”
“가능하면 반 애들한테는 비밀로 해줄래?”
“말할 사람도 없어.”
도사카는 쌀쌀맞게 말하고는 긴 머리를 찰랑거리며 뒤돌아갔다.
--- p.22

내 인생은 고등학교 2학년에 이미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다. 내가 선택한, 진심으로 나아가고 싶은 길이다. 대학 입시와는 달리, 고졸을 대상으로 한 공무원 시험은 여름이 끝날 무렵에 필기시험을 실시한다. 딱 1년 남았다. 문예대회에 응모를 마쳤으니 이제 공무원 시험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미즈시마와 함께 노래를 만들면 어떨까 하고. 내가 작곡하고 미즈시마가 작사하는 거야.’
도사카의 말이 떠올라 나는 스마트폰의 메시지 앱을 열고 조금 전에 받은 음원을 재생했다. 바람처럼 무언가가 내 가슴속을 훑고 지나갔다.
--- pp.36~37

“있잖아. 내가 어떤 비밀을 갖고 있더라도 미즈시마는 동아리 친구로 있어 줄 수 있어?”
“어.”
“진짜?”
“진짜.”
“배신 안 할 거지?”
“약속할게.”
“알았어. 그럼 얘기할게. 지금까지 이상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러고 나서 도사카가 해준 얘기는 내가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고 보니 모든 상황이 연결되면서 이해가 되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나는 보통 사람들처럼 글씨를 읽지 못해. 그렇게 태어났어.”
--- pp.56~57

“역시 좋아. 미즈시마의 시, 진짜 훌륭해.”
하얀 치아를 내보이며 도사카가 웃었다. 교실에서는 절대 보여주지 않는 웃음이었다.
“솔직히 도사카의 목소리에 정신을 뺏겨서 가사가 어떤지는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았어.”
“나는 반대로 내 노랫소리는 들리지도 않고 가사밖에 머릿속에 안 들어오던데. 시를 소리로 내는 게 즐거워.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다는 게 놀라워. 생각지도 못한 조합으로 단어를 엮다니.”
--- p.67

나는 서둘러 기타 케이스를 집어 들고 다른 한 손으로 도사카의 가느다란 손목을 잡았다.
“왜 그래, 미즈시마!”
“경찰이 오고 있어. 저기 봐, 빨리 도망쳐야 해.”
도사카의 손목을 끌고 나는 그대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녀도 순간적으로 상황을 알아차렸는지 내가 이끄는 대로 따라왔다. 운 좋게도 역 앞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초록색이었다. 일단 뛰어서 도망쳤다. 지나던 사람들이 그런 우리를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건실한 우등생이었던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도중에 우스워서 그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좁은 골목으로 숨어 들어갔다.
“뭐가 그렇게 우스워?”
기타를 들고 달리는 그녀가 물어보는데, 그 모습이 우스워서 또 웃음이 터졌다.
그녀도 웃고 있었다.
--- p.78

‘노래를 잘 불러봐야 기껏 도망치는 데 사용할 뿐이라고.’ 지난번에 그녀는 내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눈을 내리감고 노래를 부르는 도사카는 알고 있을까. 지금 이렇게 많은 사람이 너의 노랫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분명 모르겠지. 생각도 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너의 노래에는 이만한 힘이 있다.
--- p.142

“뭐라고 대답 좀 해봐, 하루토.”
내 생각이 그녀에게는 부담스럽고 독선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수가 될 수 있다면 아야네가 고민의 근본 원인인 난독증으로 괴로워할 일도 없어질 테니까. 그래서, 그래서…….
“겨우 그런 일이야. 나한테는.”
나는 아야네를 좋아하는 마음을 애써 누르고 분명하게 대답했다.
“그러니까 그런 하찮은 망상에 사로잡혀 있지 말고 오디션에 나가봐.”
아야네와 쌓아온 것들이, 내 안에서 한순간에 무너져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 p.177

조금 있자 누군가가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일어났다. 이런 외진 장소에 용건이 있는 사람은, 게다가 뛰어올 사람은 거의 없을 터였다. 후드를 뒤집어쓰고 검은 스태프 점퍼를 입은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 광경을 바라보면서, 나는 최근에 뛰어본 적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는 1초가 아까울 만큼 달려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없었다. 나도 어느새 통로를 뛰어가고 있었다. 보고 싶어서. 보고 싶어서. 지금 1초가, 아까워서.
--- p.255~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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