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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살인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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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504쪽 | 548g | 140*210*24mm
ISBN13 9788952243393
ISBN10 8952243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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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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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더러 한 소녀가 칼에 찔렸다고 상상해보라고 했다. 무슨 칼이냐고 묻자 아마 평범한 부엌칼일거라고 했다. 존 루이스 브랜드의 칼일 것이다. 엘리자베스가 그렇게 말하진 않았지만 내 생각으론 그랬다. 엘리자베스는 그 소녀가 가슴뼈 아래를 칼로 서너 번쯤 찔렸다고 했다. 칼을 쑤셨다 뺐다 쑤셨다 빼는 식으로 아주 심하게, 하지만 동맥을 자를 정도는 아니었다고. 옆에서 다른 사람들이 식사 중이었으므로 엘리자베스는 나지막하게 설명했다. 그녀는 원래 주변을 좀 경계하는 편이긴 하다.
--- p.11

나는 심리 치료를 받아본 적이 없다. 삶의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누가 굳이 풀고 싶을까? 그런 위험은 감수하고 싶지 않다. 내 딸 조애나는 전담 심리 치료사를 두고 있다. 여러분이 조애나가 살고 있는 으리으리한 집을 보면 도대체 이렇게 잘살면서 왜 심리 치료까지 받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될지도 모르겠다.
--- p.31

론처럼 불굴의 의지가 없는 사람이라면 스스로를 재수 없는 존재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그런 입장이 되고 마는 것이 약자의 숙명이기에 론은 기꺼이 약자 입장에 섰다. 혹시라도 약자가 아닌 위치에 놓이게 되면 론은 어떻게든 몸부림치고 상황을 흔들어서 사람들에게 자신이 약자임을 인식시켰다. 론은 자신이 설파하는 내용대로 실천하며 사는 사람이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 크리스마스 때 쓸 돈이 더 필요한 사람, 법정에서 입을 정장이나 사무 변호사가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늘 조용히 도움을 주곤 했다. 어떤 이유에서 든 챔피언의 힘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으면 문신이 새겨진 론의 두 팔 안에서 늘 안전할 수 있었다. 그의 문신은 이제 색이 흐려졌고 두 손도 달달 떨리고 있지만 가슴 속은 여전히 열정으로 뜨겁게 타올랐다.
--- p.47

왜 사람들은 자꾸 내 성미를 건드릴까? 그렇게 해서 끝이 좋았던 사람이 있나?
그때 무슨 소리가 들릴 것 같다. 인식은 했지만 너무 늦고 말았다.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마자 스패너가 얼굴로 날아온다. 큼직한 구식 스패너다. 피할 새도 없다. …… 살인자는 주방 조리대에 사진 한 장을 내려놓는다. 토니 커런의 피가 호두나무로 만든 주방 아일랜드장 주변에 해자(성 주위에 둘러 판 못)처럼 고이기 시작한다.
--- p.56

내가 여기 뭐 하러 왔더라? 노인이 이렇게 멍하니 물으면 손주들은 깔깔대며 웃는다. 아들과 딸은 농담처럼 넘기면서도 부모를 주의 깊게 살펴본다. 이런 생각을 하면 밤에 자다 가도 섬뜩함에 잠을 깨곤 한다. 살면서 잃는 하고 많은 것 중에 하필 기억을 잃는다고? 차라리 다리나 폐를 잃고 말지. 기억이 아니면 무엇을 잃어도 좋겠다.
--- p.118

“우리 모두가 살인 사건의 목격자네요. 이건 정말이지 멋진 일이에요.” 엘리자베스가 말한다.
15마일 떨어진 곳에서 목요일 살인 클럽이 임시 회의를 열었다. 엘리자베스는 현장에서 가능한 모든 각도로 찍은 이안 벤섬의 시신 컬러 사진들을 쭉 늘어놓는다. 구급차를 부르는 척하면서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이다.
--- p.239

“여기서 나가게 누가 손 좀 잡아줘요.” 오스틴이 말한다. “보그단, 좀 도와줄래요?”
보그단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뭔가를 분명히 해두고 싶은지 다시 말한다.
“저기요, 이 얘기는 해야겠어요. 괜찮으시죠? 제가 미친 걸 수도 있으니까요. 지금 이게 정상적인 상황은 아닌 거죠? 그렇죠? 할아버지가 무덤 속에 들어가서 뼈를 들여다보고 있는 이 상황 말이에요. 누군가 살해당한 것 같은데, 아무도 경찰에 신고를 안 하려는 게 정상은 아니죠?”
--- p.296

그만 일어나서 가려고 하니까 좀 더 있다가 가라고 만류하시더라고요. 비난하실 수도 있고 어쩌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문득 머릿속에 또렷한 생각이 떠올랐어요. 이분은 몹시 괴로워하고 있구나. 매서슨 씨가 동물이라면 아마 비명을 지르는 상황이었을 겁니다. 내 말 믿어줘요. 정말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진료 가방에서 주사기를 꺼내 들고 말했어요. 독감 예방 주사를 한 대 맞으면 겨울을 무사히 날수 있을 거라고. 매서슨 씨는 반색을 하면서 바로 소매를 걷어붙였고 나는 주사를 놔 드렸습니다. 그날 암말에게 놔준 것과 똑같은 독극물이었죠. 그렇게 그분의 비명은 그쳤고 고통도 끝이 났습니다.
--- p.457

“엄마가 처음 이 실버타운에 들어왔을 때, 잘못된 결정을 하셨다고 제가 말한 거 기억하세요? 엄마의 삶이 끝장나버릴 거라고 했잖아요. 죽을 날만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멍하니 의자에 앉아 시간만 버리게 될 거라고. 그런데 제 생각이 틀렸더라고요. 엄마는 여기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거였어요. 아빠가 돌아가신 후 엄마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다시는 못 볼 줄 알았어요.”
--- p.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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