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책 빚쟁이 생활을 이제는 청산해 보는 게 어떨까 합니다. 빚에 쫓기기 시작하면, 낯선 번호로 걸려 오는 전화벨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고는 합니다. 책 빚에 짓눌리면 책 이야기만 나와도 왠지 주눅 들고, 부담스럽고, 마음 한편이 무거워집니다. 물론 책 따위와의 교류는 여태까지 없었고, 지금도 없으며, 앞으로도 절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분이라면, 그런 압박도당연히 없겠죠. 하지만 이런 사람에게도 “(앞으로 태어날) 자녀들에게 책을 전혀 읽히지 않으실 겁니까?”라고 물으면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책 빚을 잊으려고 하지만, 부채감은 여전히 가지고 있거든요
---「프롤로그_ 열두 달 북클럽을 시작하며」중에서
처음책을 말 그대로 ‘태어나서 처음 읽은 책’이라고 정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입니다. 그럼 엄마가 읽어 준 책도 처음책일까요? 유치원에서 받은 교재도 해당이 될까요? 사실 여기서 말하는처음책은 실제로 처음 읽은 책을 찾자는 게 아니에요. ‘자신이 어릴 때 읽었던 책 중에 유난히 기억에 남는 책’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죠. 어릴 때 읽었던 책 중에 가장 앞선 기억에 있는 책을 ‘처음 읽은 책’이라고 해 두자는 거예요.
흔히 얘기하는 ‘인생책’이나 ‘내 인생을 바꾼 책’은 어른이 되어서도 나타날 수도 있고, 아직 안 나타났을 수도 있습니다. ‘처음 읽은 책’이라는 말을 ‘인생책’같이 생각하지는 말고, 그냥 생각나는 책 중에, 가장 어렸을 때 읽은 책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자는 가벼운 제안입니다.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제1장_ ‘처음책’ 최초의 독서에 관해」중에서
이전 시대에는 역주행이 일어났다고 하면 대부분 지나간 작가들을 발견하고 평가해 주었던 평론가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대중은 잘 모르는 작가지만, 평론가가 발견하고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과정에서 대중도 그 작품을 알아보기 시작하는 거죠. 하지만 이런 과정이 그저 ‘운’은 아닙니다. 뒤늦게 작품을 발견한 평론가들은 지금 시대에 맞는 정신을 그 작품에서 발견한 것이거든요. 뒤늦게 히트한 작품이 운이 좋아서라기보다는, 그 작품이 담고있는 정신이 공명하는 시대를 만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렇게 생각하면 작가가 살아 있을 때 작품이 인정받지 못한 것은 시대를 조금 앞서갔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제3장_ 베스트셀러는 왜 베스트셀러가 되었을까?」중에서
도대체 어떤 책이 잘 읽히는 책일까요? 물론 자신의 관심사에 관한 책이라면 엄청 잘 읽힙니다. 게다가 실용적인 필요성과 맞물리면 더욱 그렇죠. 예를 들어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싶어서, 비트코인 투자에 대한 책을 읽는다면 밤새워 읽어도 재미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암호화폐 자체가 그냥 하나의 암호 같아서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런 책은 한 장 넘기기도 힘든 노동이 됩니다.
---「제5장_ 눈을 뗄 수 없는 책들, 몰입감의 비밀」중에서
조금은 씁쓸한 고전도 있습니다. 시대가 달라지면서 상황이 개선되어야 하는데, 거의 바뀐 게 없어서 여전히 많은 이가 공감하는 소설이 있죠. 바로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입니다. 19세기 말 독일의 교육제도 아래에서 학생들이 느끼는 시험이나 공부에 대한 압박이 놀랍게도 21세기 대한민국의 학생들이 느끼는 압박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합니다.
---「제7장_ 고전이 고전인 이유」중에서
인문학이나 경제 분야의 벽돌책들은 대부분 사례를 담고 있어요. 어떤 주장이나 명제를 앞에 두고, 그것을 증명하는 사례들을 두 번, 세 번 반복해 들면서 증명을 합니다. 그래서 이런 책을 처음 읽는다면 비슷한 얘기가 계속 반복되는 것에 질릴 수 있거든요. 보통 사례들도 재미있기 때문에 여유가 있다면 읽으면 되지만, 시간을 아껴야 한다면 그 사례들 가운데 한두 가지 정도는 빼고 넘어가도 됩니다.
또한 문학 분야의 벽돌책들은 사회에 대한 서술과 배경 묘사가 꽤 장황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죠. 물론 소설에서 주 사건이 일어나는 배경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진행이 급한 경우에는 일단 주요 인물의 사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도 좋습니다.
---「제11장_ ‘벽돌책’을 격파하는 법」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