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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브

다이브

[ 양장 ] 소설Y이동
단요 | 창비 | 2022년 05월 2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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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5월 27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282g | 134*194*15mm
ISBN13 9788936438777
ISBN10 8936438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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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언제나 한국의 동의어였다.
세상의 얼음이 모두 녹아서 바다가 건물을 뒤덮었어도, 그래서 인천이 수몰된 다음에도, 온갖 나라들이 전쟁을 벌였을 때도, 한국을 지켜 주던 댐이 무너지고서도 서울 사람들은 계속 서울에 살았다.
--- p.7

서울 밑바닥에서 올려다보는 세상은 청람색 고깔을 엎어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 속에서 태양은 희고 둥근 원이었고, 주위를 감싼 푸른빛은 수심에 따라 점차 어두워졌다.
--- p.9

겉보기로는 사람과 똑같이 생겼지만 살갖을 맞대 보니 느낌이 달랐다. 매끄러우면서도 손톱으로 누르면 푹 들어가는 게 마치 말랑말랑한 유리를 만지는 것 같았다.
--- p.15

“우리는 물꾼이거든. 서울에 잠수해서 옛날 물건을 가져오는 거야. 처음 보는 빌딩 지하층에 들렀는데 웬 사람들이 플라스틱 상자에 담겨 있더라.”
--- p.26

궁금한 걸 알기 전까지는 살아 볼 생각이야. 열흘 만에 알아낼 수도 있고 몇 년이 더 걸릴 수도 있겠지. 그러는 동안 네가 어떤 애인지 지금보다는 더 잘 알게 될 테고. 그러니까, 기억을 찾은 다음에는……. 어떻게 할까?
--- p.87

말끝을 얼버무린 선율은 수호의 손에 자신의 손을 겹쳤다. 한없이 평범하면서도 다정한 감각이 훌쩍 다가왔다. 지금까지 오간 이야기를 하나로 뭉친 다음 낱말을 걸러 내면 따뜻한 온도만 남는 게 아닐까. 그런 온기는 텅 비었는데도 전체를 담고 있어서, 기나긴 설득보다 더 많은 걸 전해 준다.
--- p.113

몸체가 두터운 직육면체들이 새파란 도화지에 먹을 묻히듯 서 있었다. 어설픈 동판화의 각 부분을 뜯어보던 수호는 이윽고 오른편 아래에서 익숙한 숫자를 발견했다.
--- p.136

삶은 어떤 식으로든 끔찍했지만 어떻게든 계속되기도 했고, 둘 사이에는 절묘한 균형이 있었다. 당장에라도 모든 걸 끝내 버릴 것처럼 진저리를 내다가도 결국에 내일을 마주하는 균형이. 거기에 이름을 붙이지는 않기로 했다. 그게 희망이든 타성이든 이제는 아무 상관없었다.
--- p.158

닿지 못할 행복은 생생한 만큼 슬픔이 되고,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은 그대로 남아 후회가 된다. 살아가다 보면 지나간 순간을 다시 볼 기회가 생기지만 그 반대의 일도 얼마든지 일어난다. 과거가 오늘을 옭아매는 것이다.
--- p.172

세상에는 합의도 조율도 거치지 않고, 툭 던져지듯이 오는 순간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만 마주할 수 있는 게 있는데.
--- p.174

수호는 선율과 시선을 맞댄 채 씩 미소 지었고, 잠시 조용했다가, 지아가 한 박자 늦은 웃음을 터뜨렸다. 깔깔거리는 소리가 거세지 않은 파도처럼 커졌다 작아졌다 하고, 투명하기만 했던 햇살이 부드러운 질감을 갖추는 어느 오후.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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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을 거니는 듯한 몽환적인 디스토피아. 단숨에 읽어 버렸다.
물에 잠겨 버린 청람색의 서울. 산에 올라 살아남은 소수의 인류. 과거를 벗어날 수 없는 어른들과 산이 세상의 전부인 아이들. 끝내 물에 잠긴 도시로 걸어가 버린 어른들 그리고 그 어른을 잃은 아이들에게, 아이러니하고도 필연적인 존재 수호가 나타난다.
─진짜 생선 같다. 공기통도 없이 그냥 잠수했다가 그냥 나오고.
─생선이 뭐야. 물고기라고 해야지.
─뭐가 달라?
─생선은 죽은 거, 물고기는 바다에 살아 있는 거.
삶도 죽음도 겪어 본 수호는 삶도 죽음도 아닌 상태로 존재한다.
어디서나 아프고 외로웠을 수호가, 세상 끄트머리에서 사랑을 찾았으면 좋겠다.
- 심달 ([파친코], [보건교사 안은영] 배우)
내가 디스토피아를 읽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는 인물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바로 『다이브』의 선율과 수호처럼. 모든 것이 물속으로 가라앉아 버린 세상에서 그들은 고여 있지 않고 흐르기를 택한다. 아이들은 온전한 나를 찾기 위해 물결을 가르며 과거를 직시하고, 대화를 나누고, 손을 맞잡으며 미래로 향한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끝이 아니라 시작에 관한 이야기다. 마침표 후에 나오는 첫 주어와도 같은 이 이야기를, 삶의 물결을 온몸으로 마주하는 아이들을 꼭 따라가 보길 바란다. 책장을 덮고 난 뒤에야 내가 늘 이런 이야기를 기다려 왔다는 걸 깨달았다.
- 조예은 (『스노볼 드라이브』, 『칵테일, 러브, 좀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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