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가 약자를 대할 때의 태도를 엿볼 수 있어요. 사회가 동물을 대하는 태도는 곧 그 사회가 약자를 대할 때 바로 나타나게 되죠. 동물 이야기는 결국 우리 이야기예요. 우리는 우리 모습을 동물에게 투영할 수 있어요. 그런 감수성을 지니고 태어났으니까요. 이 책이 우리가 잠시 잊고 살았던 이타심과 감수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그래서 우선 우리는 동물의 이야기를 들어 봐야 해요.
---「프롤로그」중에서
한 해 이 축제를 찾는 사람만 4만 명에 이른다고 해요. 무척 잔인한 축제인데 말이죠. 뱀 사냥꾼들은 야생에서 포획한 여러 종류 방울뱀 수백 마리를 우리에 몰아넣어요. 그리고는 사람을 공격하지 못하게 방울뱀 입을 꿰매고 축제 내내 매질과 발길질을 해 대죠. 대부분 방울뱀의 마지막은 죽음이에요. 사람들은 도살된 방울뱀을 나눠 먹기도 하고, 조각난 방울뱀 몸을 기념품으로 사고팔기도 해요. 이 잔인한 축제의 시작은 뱀을 바라보는 잘못된 시선과 어긋난 모험심에서 비롯했죠.
---「팀버방울뱀」중에서
사람들은 바닷가재를 더 맛있게 요리하려고 산 채로 배송하고 그대로 끓는 물에 넣어 삶아요. 하지만 스위스와 뉴질랜드를 비롯한 몇몇 나라에서는 살아 있는 바닷가재를 삶으면 법적으로 처벌받을 수 있어요. 바닷가재 같은 갑각류도 통증이 뇌로 전달되는 과정을 억제해 진통 작용을 하는 오피오이드 수용체를 갖고 있어 사람처럼 통증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아메리카바닷가재」중에서
현재 난립하는, 동물 복지를 충족하지 못하는 중소 동물원과 동물 카페를 규제해 자격 없는 동물원은 문을 닫게 해야 해요. 동물원만큼이나 우리 관람객도 변해야 해요. 동물은 우리를 즐겁게 하는 움직이는 조형물이 아니에요. 동물도 쉬거나 잠을 자거나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을 때가 있죠. 동물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은신처에서 나오 지 않는다고 해서 돌을 던지거나 유리를 두드리거나 소리쳐서는 안 돼요. 사람이 먹는 음식을 준다거나 동물이 원할 리 없는 일방적인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서도 안 돼요. 희귀한 동물이 없다고 동물원을 압박해서도 안 되고요.
---「동물원이라는 방주」중에서
나무늘보는 한 번도 게으른 적이 없었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가고자 치열하게 투쟁하죠. 진짜 게으른 동물은 편견 어린 시선으로 다른 동물을 바라보며 그 동물을 진정으로 알아 가려 하지 않는 우리 인간이 아닐까요?
---「갈기세발가락나무늘보」중에서
팔색조뿐만 아니라 여러 멸종 위기종이 추가로 발견됐지만 비자림로에서는 공사 재개와 중단이 반복되고 있어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은 오직 개발 논리에 잠식됐죠. 이런 이유로 비자림로를 비롯한 제주의 자연이 많이 훼손됐어요. 우리는 편리 한 교통과 멋진 호텔 때문이 아니라 잘 보존된 자연을 보러 제주를 찾는 건데 말이죠.
---「팔색조」중에서
1996년 알래스카 야생 동물 관리원들은 매우 기이한 장면을 목격 했어요. 본디 해변이나 유빙위에서 지내야 하는 바다코끼리가 거 의 60마리나 절벽을 기어오르다 추락하는 모습이었죠. 2019년 다큐멘터리 〈우리의 지구〉에서도 충격적인 장면이 담겼어요. 수 만 마리 바다코끼리가 좁디좁은 해변에서 서로 몸을 깔아뭉개거나 쉴 곳을 찾아 절벽을 기어오르다 굴러 떨어졌어요. 떨어져 죽은 바다코끼리는 수백 마리가 넘었죠. 바다코끼리가 이런 혼란을 겪는 건 기후 위기로 빙하가 사라졌기 때문이에요. 이들은 일종의 기후 난민이죠.
---「바다코끼리」중에서
불법 거래 문제도 심각해요. 부유한 사람들이 자기 부를 과시하고자 불법으로 치타를 사는데, 2010~2019년 사이만 해도 그 수가 무려 3,600마리에 이르렀어요.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수십 년 안에 치타는 사라지고 말 거예요. 세상에 치타보다 빠른 건 추악하게 퍼져 나가는 인간의 욕망이 아닐까요?
---「아프리카치타」중에서
고라니 수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실제로 몇 마리가 되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동물, 특히 포유류는 경계심이 강해서 개체수를 조사하는 일이 쉽지 않거든요. 고라니 수가 너무 많으면 생태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개체수를 조절할 필요는 있지만, 그러려면 먼저 적정 개체수가 몇 마리인지부터 세심히 연구해야 해요. 지금처럼 무작정, 함부로 고라니를 죽이는 게 능사가 아니에요.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회가 어떻게 약자를 대하는지 알 수 있다고 하죠. 고라니를 혐오 표현으로 쓰는 우리 사회는 어떤가요? 혐오와 배제는 아무것도 해결해 주지 않아요.
---「고라니야, 고라니야」중에서
못생겼다, 징그럽다, 무섭다, 불길하다, 예쁘다, 귀엽다는 평가는 동물을 바라보는 인간의 기준에 따른 것일 뿐이에 요. 모든 동물은 각자 생태계에 적응한 아름다운 진화의 산물이죠. 아직까지 아이아이를 보고 정말 죽었다는 사람은 없어요. 하지만 인간과 마주친 아이아이는 대부분 죽음을 맞았으니 죽음의 징조이자 불길함의 상징은 아이아이가 아니라 인간이 아닐까요?
---「아이아이」중에서
인드리 서식지인 울창한 산림은 화전 농업과 벌목으로 심각하게 파괴됐어요. 과학자들은 다음 3세대 동안 인드리의 약 80퍼센트 가 감소할 것으로 추정해요. 인드리가 사라진다면 우리는 리듬감을 공유하는 영장류를 잃고 말아요. 그러면 사람과 다른 동물이 다르지 않다는 것, 사람만큼이나 다른 동물도 특별하다는 걸 우리에게 일깨워 주는 존재 또한 잃어버리고 말겠죠.
---「인드리」중에서
해마다 인간에게 죽는 상어는 1억 마리로 추산돼요. 그에 비해 상어에게 죽는 인간은 1년에 10명이 되지 않아요. 상어에게야말로 인간이 피에 굶주린 괴물로 보이지 않을까요?
---「샌드타이거상어」중에서
스텔러바다소는 그 자체로 물고기들의 거대한 보호막이 되어 줬어요. 물 밖으로 드러난 두껍고 거친 등에는 따개비와 흡충을 비롯한 각종 갑각류, 기생동물이 살았고, 그래서 바닷새에게는 좋은 먹이 쉼터가 됐죠. 살아 있는 섬이나 다름없었던 스텔러바다소가 사라지면서 바다 생물의 작은 우주도 함께 사라져 버렸어요.
---「스텔러바다소」중에서
큰바다쇠오리가 사라진 후 남반구를 탐험하던 유럽인들은 흰색과 검은색 깃털에 날지 못하는, 무수히 많은 바닷새를 봤어요. 탐험가들은 이 새를 자연스럽게 펭귄이라고 불렀죠. 과거에 북반구에서 펭귄이라고 부르며, 사람들이 무참히 죽였던 새와 너무 닮았거든요. 이제 큰바다쇠오리는 속명 ‘Pinguinus’로 펭귄 이름 속에만 남아 있네요.
---「큰바다쇠오리」중에서
도도는 어리석은 새가 아니라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에 완벽히 적응한 새였어요. 천적이라고 할 만한 동물이 없는 모리셔스 섬에서 굳이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하며 날아다닐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비행 능력이 사라졌죠. 대신 덩치를 키웠어요. 덕분에 다양한 먹이를 먹으며 몸에 더 많은 양분을 비축할 수 있었고, 오랜 굶주림도 견딜 수 있었죠. 도도가 살아 있던 그때나 사라진 지금이나 우리는 편견 어린 시선으로만 도도를 바라봐요. 어리석은 건 도도가 아니라 우리인지도 몰라요. 그런 우리를 도도는 어떻게 바라봤을까요? 그 답은 영영 알 수 없겠죠.
---「어리석은 건 도도가 아니라」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