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은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한 반응이다”라는 말은 통증의 정의가 아니라 통증에 관한 절대적 진실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연구 결과와 인터뷰가 말해주는 진실이며, 통증이 왜 그토록 이상하고 변덕스러운지, 왜 상처가 치유되고도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은지를 설명한다. 통증이 손상의 직접적인 척도라는 생각에만 머문다면 우리는 통증의 이런 측면을 절대 이해할 수 없다. 통증은 몸을 보호하기 위한 반응이며 반드시 조직 손상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첫 번째 단계다.
--- p.34, 「1장 ‘통증의 본질은 무엇일까’」 중에서
통증을 과잉 충성하는 반려견이나 과잉 대응하는 경찰쯤으로 생각해도 좋다. 어쨌든 통증은 신체의 손상이 없어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고질적인 만성 통증은 뇌의 과잉 보호가 원인일 때가 많다. 만성 통증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증거 기반 치료법이다. 즉, 뇌에 위협이 되는 증거는 줄이고 안심할 수 있는 증거를 계속 제공하는 방식이다. 현재 상태를 부정하고 통증과 ‘싸우는’ 방식은 효과가 없다. 체내 조직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문제를 없애는 방식도 거의 효과가 없다. 어쨌든 그 치료법이 의도하는 방식으로는 그렇다. 현대 의학은 병에 맞서 싸운다는 표현을 좋아한다.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외부 감염체나 암세포같이 고장 난 자기 세포로부터 몸이 공격을 받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통증은 우리를 돕기 위한 반응이므로 통증과 싸운다는 표현은 적당하지 않다. 통증은 우리를 지켜주는 보디가드이자 수호천사다. 고마운 친구이자 의사 같은 존재다. 통증으로 삶이 힘들 때조차 통증은 ‘항상’ 우리 몸을 지켜주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정확히 아는 것이 만성 통증과 함께 살아가는, 나아가 줄이거나 없앨 수 있는 첫걸음이다.
--- p.44~45, 「1장 ‘통증의 본질은 무엇일까’」 중에서
뇌의 기대와 예측은 통증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 이는 서양 의학의 바탕인 심신 이원론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공개 라벨 위약이 진짜 효과가 있는지는 시간이 좀 더 걸려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대 효과’로 통증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일 방법은 많다. 우선 진료실의 물리적 환경이나 의사의 태도같이 긍정적인 치료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부가 서비스가 아닌 필수 항목이 되어야 한다. 또한 환자를 돌보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환자에게 신뢰감을 주고, 불필요하게 불안감을 주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으며, 긍정적인 연상작용을 강화하고, 실제적이면서 긍정적인 확신을 심어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대 효과를 활용하는 것은 위약을 주거나 플라세보 효과로만 낫는 치료를 권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에 근거해서 병이 낫는다는 확신을 키워주고 불안감을 낮추는 것이다. 무엇보다 의료 행위를 더 인간답게 만들어서 치료를 받는 사람과 제공하는 사람 모두가 희망과 회복에 초점을 두도록 해준다.
--- p.118, 「4장 ‘플라세보 효과는 정말 존재할까’」 중에서
전측 대상피질이라는 뇌 영역은 감정과 감각 입력을 혼합해 하나의 통합된 경험을 생성하는 부위다. 제빵사로 보자면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마스터 제빵사에 비유할 수 있다. 부메랑처럼 생긴 이 영역은 ‘감정’에 관여하는 변연계와 ‘인지’ 기능에 관여하는 전전두엽 피질 사이에 위치하는데, 전측 대상피질의 역할을 이해하려면 이런 해부학적 구조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전측 대상피질은 문틀에 발이 찍혔을 때 발끝에서 느껴지는 위험 신호와 같이 몸에서 뇌로 오는 감각 정보의 흐름을 감시한다. 전측 대상피질은 우리 몸에 어떤 위험이나 손상이 없는지 계속 주시하고 있지만 통증을 감지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통증의 의미를 파악하는 더 고차원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다시 말해 전측 대상피질은 전두엽 피질이라는 일종의 상아탑 위에 앉아 위험 신호가 어디서 오는지와 같은 사소한 정보를 파악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 통증의 ‘의미’를 찾는다. 그래서 우리가 소외감, 불안, 우울 같은 감정을 느낄 때 물리적, 감정적, 사회적 요인을 통합해서 통증의 의미를 해석한다. 전측 대상피질은 누군가 우리의 감정을 상하게 했을 때 우리가 실제로 감정을 다치고 고통을 느끼도록 관여한다. 따라서 육체적 고통뿐 아니라 우리가 버림받았다는 고통을 느낄 때도 활성화된다.
--- p.125, 「5장 ‘통증의 의미는 무엇일까’」 중에서
만성 통증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통증에 대한 통제력과 대응력을 기를 수 있다면 통증의 강도와 불쾌감 자체를 줄일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통증의 실체를 정확히 아는 것이다. 어떤 것이 진짜 통증이고, 어떤 것이 진짜 통증이 아닌지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통증에 대응하는 법을 배워나가야 한다.
--- p.132, 「5장 ‘통증의 의미는 무엇일까’」 중에서
아파하는 사람들을 도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통증은 전염성이 강하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통증은 전염성이 강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통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시발점이자 ‘공감’을 실질적인 ‘행동’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 p.180, 「7장 ‘통증은 왜 전염성이 강할까’」 중에서
노래, 춤, 운동, 종교 활동은 사람들과 긍정적이고 규칙적인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에게 약물보다 좋은 진통 효과를 가져다준다. 하지만 여러 사람과 상호작용이 있어야만 진통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만성 통증을 다스리는 데는 단순한 친구 관계도 모르핀보다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또한 옥스퍼드 대학교의 로빈 던바 연구팀은 인간관계 폭이 넓은 사람일수록 통증 역치가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회적 유대관계가 활발하면 오피오이드 수용체에 엔도르핀이 결합해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이러한 결과는 사회적 고립과 우울증, 만성 통증이 서로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도 입증한다. 의미 있는 상호작용은 통증만 줄이는 것이 아니다.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정신 건강과 육체 건강의 모든 면에서 도움이 된다.
--- p.188, 「8장 ‘사회적 통증에 주목하라’」 중에서
통증은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한 반응이다. 통증에 관한 진실은 그것이 전부다. 우리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노력할 점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안정감을 높이는 것이다.
--- p.236, 「10장 ‘현대 사회의 역병’」 중에서
통증을 많이 예상할수록 뇌가 통증을 많이 생성하게 되고, 통증이 더 많이 생성될수록 통증을 더 많이 예상하게 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자기충족적 예언의 효과가 점점 증폭된다. 인간은 확증 편향에 빠지기 쉽고, 자신의 믿음을 지지하는 정보에 더 관심을 가진다. 게다가 인간의 뇌는 생존 문제에 관한 한 비관적인 성향이 강하다. 통증을 느끼기는 쉽지만 한번 느낀 통증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상처가 회복되고 몸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깨닫지 못할 때가 많은 것이다.
--- p.243, 「11장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중에서
결국 통증은 개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치료에 대한 접근도 개인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통증은 인간의 전체를 보호하고 싶어 한다. 그러므로 통증을 줄이고 뇌가 안정감을 느끼게 하려면 인간 경험의 모든 측면을 다룰 필요가 있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통증 전문가 숀 C. 맥키는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만성 통증은 신체만의 문제도 아니고, 뇌만의 문제도 아니다. 모든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전체를 살펴야 한다. 삶 전체를 되찾아야 한다.”
--- p.282, 「12장 ‘새로운 희망을 찾아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