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은 근육의 움직임이 아니라 타이핑이 되었다. 그런데 플랫폼 자본주의는 ‘타이핑’이라는 이미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각종 센서와 카메라가 부착된 웨어러블 기기들, 모바일 전화, 사물인터넷, 유비쿼터스 컴퓨팅, 스마트 홈이나 스마트 시티 혹은 스마트 자동차에서의 일상적 활동들을 떠올려보라. 손목에 애플워치를 차고 자고 일어나 조깅하고 출근하는 사람은 자면서도, 꿈꾸면서도, 걷고, 숨 쉬면서 이미 노동을 하고 있다. 여가나 스포츠를 즐기면서도 그는 자신의 수면 시간, 패턴, 질質, 심박수, 이동 거리 등에 대한 데이터를 플랫폼 기업에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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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오랫동안 자유로운 경쟁 원리에 기반한 시장경제의 전형으로 인식되어왔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시장경제에 대한 재평가가 수행되었고, 그중 일부 연구 결과는 미국의 시장이 과거에 비해 경쟁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밝혔다(Philippon, 2019). 미국 시장 내 경쟁의 정도는 과거에 비해서도 상대적으로 약하고,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봐도 상대적으로 약하다. 미국 시장의 경쟁 정도의 약화는 혁신의 축적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기보다, 소수의 기업들이 자신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정치인들을 로비한 결과라고 알려져 있다. 경쟁이 약화되어 과점 혹은 독점 현상이 나타남에 따라 투자, 생산성, 성장, 임금 등은 감소하고, 재화의 가격은 상승하여 경제 불평등이 심화된다(Posner and Sunstein,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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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중반, 민간 영역에서 IT 기업이 출현했다. 중국 정부는 실리콘밸리 모델을 벤치마킹하여 베이징의 중관촌中?村을 대학, IT 기업, 산학, 창업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산업단지로 만들었다. 1990년대는 또한 창장삼각주(상하이, 항저우, 난징 등), 주장삼각주(광저우, 선전 등) 등 지역에 자본이 집중되기 시작한 시기였다. 중관촌 모델은 아니지만 이 지역에도 IT 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출현했다. 탈사회주의 경제개혁의 흐름에 힘입어 1998년 텐센트Tencent, 1999년 알리바바Alibaba, 2000년 바이두Baidu가 중국의 핵심 경제 3블록에 있는 선전, 항저우, 베이징에 설립되었다. 미국에 기축 플랫폼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가 있다면, 위의 기업들은 중국의 기축 플랫폼 대명사인 BAT를 구성하는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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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9일 영국 대법원은 우버Uber 회사의 항소를 기각하여 소위 우버 사건Aslam & others v. Uber의 사법적 판단이 일단락되었다. 2016년 고용심판소의 심리에서 시작된 이 재판의 원고들은 런던에서 일하는 우버의 전·현직 운전자들이다. 우버가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점, 노동시간법상 유급휴가를 부여하지 않은 점에 대한 판단을 요청한 사건이다. 우버는 원고들이 자영업자이자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소비자라 주장하였다. 그러나 고용심판소는 우버 운전자들은 ‘노무제공자worker’라 판결하였다(Carney, 2017). 이 사건은 영국에서의 고용구조 유형 문제를 넘어, 플랫폼 자본주의에서 노동과 노동자의 성격과 지위에 대한 주요한 논쟁을 촉발하였다(Kenner, 2019). 이 논쟁은 노동자-소비자, 노동시간-여가시간, 노동공간-사적공간 등 기존의 자본-노동의 이원적 관계로는 더 이상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또한 갖고 있다. 이 글에서 나는 영국 우버 사건을 플랫폼 노동의 비물질성 문제를 중심으로 재구성하면서, 몇 가지 사회이론적 쟁점을 도출해보려 한다.
--- p.95~96
플랫폼 노동이 전통적인 노동이 지닌 문제점을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관심과 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성별에 따른 임금 불평등의 경우 플랫폼 노동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여성들의 경우 남성들에 비해 평균적으로 2/3의 소득을 제공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이버 설문조사 결과는 지난 1년간 플랫폼 노동 경험이 있는 사람 중 58.8%가 남성으로 여성의 비율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앞으로 5년 안에 플랫폼 노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필요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43.1%로 지난 1년간 플랫폼 노동에 종사해본 사람의 비율(12.7%)에 비해 훨씬 높게 나타났으며 이들 중 여성의 비율 역시 47.5%로 종사경험자의 여성 비율(41.2%)보다 높았다. 이는 플랫폼상에서 남성과 여성의 임금 불평등 문제에 대해서도 보다 진지한 논의가 필요함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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