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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능력주의 (큰글자도서)

한국의 능력주의 (큰글자도서)

: 한국인이 기꺼이 참거나 죽어도 못 참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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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182*280*30mm
ISBN13 9791189143329
ISBN10 1189143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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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1루를 밟지 못한 사람, 아예 야구 경기에 초대받지 못한 사람도 적지 않다. 어떤 이들은 뛰어난 재능을 가졌어도 불우한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교 입학은 꿈도 꾸지 못한다. 심지어 사회적 성취를 위한 ‘노력’ 자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 p.14

한국인들 대다수는 추천제나 기부금 입학제도를 혐오하며, 같은 문제를 풀어 ‘전국 1등부터 꼴찌까지’ 분명히 가려져야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제도와 문화 역시 그렇게 형성되어왔다.
--- p.79

대학을 다니거나 졸업한 많은 사람들이 평생에 걸쳐 열패감과 좌절감에 시달린다. 능력이 있음에도 그만큼 대우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좌절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능력이 없어서 좋은 대학, 좋은 과를 가지 못했기에 열악한 처우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고 체념하기도 한다.
--- p.82

한국의 고시제도 하에서는 거의 필연적으로, 평범한 국민들을 무시하고 민주주의를 냉소하는 엘리트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고시는 과소한 민주주의 교육이 과도한 능력주의 신화와 결합할 때 어떤 ‘괴물’이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준 거대한 사회 실험이었다.
--- p.121

시험 성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좋은 대학 출신이 아니란 이유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한국인들은 아무렇지 않게 타인을 향해 차별, 비하, 멸시적 발언을 내뱉는다. 환경미화원, 아파트 경비 노동자들은 본인 눈앞에서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된다”며 제 자식을 훈계하는 주민들을 수시로 마주친다.
--- p.135

한국은 근대화 이후 백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시험 성적으로 사람을 서열화하고 차별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사회였고 현재도 여전히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어렸을 때부터 이런 서열체계를 통해 정체성을 형성하게 된다. 타인이 그 서열체계를 이유로 자신을 무시하는 것에 분노하면서도 획일적인 기준으로 한 인간의 삶 전체를 줄 세우는 서열체계 자체가 문제라는 생각을 좀처럼 하지 못한다.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논리 앞에 약자들에게는 대항논리가 없었다.
--- p.175

결론만 말하면, 한국은 놀라운 수치를 기록했다. 소득 불평등에 대한 압도적 찬성이다. 다른 나라와 너무 차이가 커서 데이터 세트 원본을 몇 번이나 확인했을 정도다. 6차 세계가치관조사(2010~2014년) 결과 중에서, 한국을 포함한 6개국을 살펴보자. 중국은 평등 52.7%, 불평등 25.8%로 평등이 높았다. 일본은 평등 28.6%, 불평등 25.1%로 양이 비슷했으나 평등이 조금 더 높았다. 서유럽 사회민주주의 국가의 대표주자인 독일은 평등 57.7%, 불평등 14.6%였다. 북유럽 복지국가 모델의 상징 스웨덴은 평등 42.7%, 불평등 30.6%였다. 미국은 능력주의와 ‘아메리칸드림’의 나라답게 평등에 찬성한 비율보다 불평등에 찬성한 비율이 높게 나왔다. 평등 29.6%, 불평등은 36.2%다. 그럼 한국은? 한국의 경우 평등에 찬성한 비율은 23.5%였고 불평등에 찬성한 비율은 58.7%였다. 최근 조사인 7차 자료(2017~2020)는 더 경이로운 수치를 보여준다. 한국인의 64.8%가 불평등에 찬성했고, 12.4%만 평등에 찬성했다.
--- p.176

조국 사태, 미국 입시 비리, 그리고 인류의 역사를 통해 알수 있는 사실은 특권이 강할수록 부패가 기승을 부린다는 점이다. 특권과 부패는 정비례하며 특권이 클수록 능력주의도 강해진다. 요컨대 특권, 부패, 능력주의는 붙어 다닌다. 특권을 그대로 둔 채 특권을 둘러싼 부패와 불공정에 분노하는 것은, 음식을 한곳에 쌓아두고 벌레가 꼬인다고 역정 내는 짓이나 다름없다.
--- p.208

비유컨대 능력주의는 ‘화석연료’다. 한때 그것은 성장의 필수 연료로 각광받았지만, 오늘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족쇄가 되었다. 현장 역량보다 학업 성적 위주인 각종 공채시험 제도, 소선거구제 등 승자독식적인 정치제도, 제왕적 대통령제, 엘리트의 부정부패와 선민의식, ‘재벌’에 대한 특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극단적으로 분절된 노동 및 고용체제 등 사회 전 영역에 격차와 특권을 당연시하는 제도와 문화가 만연해있다.
--- p.302

어떤 대안은 황당무계한 몽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더 나은 세계를 향한 몽상은 포기되는 대신 구체화되어야 한다. 격차와 불평등을 동력삼아 모두가 전쟁처럼 살아야 하는 사회는 정의롭지도, 행복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 이런 가망 없는 짓은 이제 그만두자.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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