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 중 김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김’은 그야말로 우리나라 국민 반찬이다. 갓 구운 김에 흰 쌀밥, 거기에 김치를 싹 곁들여 먹는다면 아마 없던 입맛도 돌아오지 않을까. 사실, 이렇게 맛있는 김을 거의 세계 최초로 식용하기 시작한 것도 한민족이다. 자랑스러운 한국의 김! 대다수 국민이 우리 밥상의 김을 사랑하겠지만 특히나 김을 추천해 주고 싶은 집단이 있으니, 바로 ‘채식주의자’들이다. 채식에 힘쓰고 있는데 고기를 먹지 않아 기운이 없다고 느껴지는 날이 있다면, ‘김’을 곁에 두고 먹을 것을 딱 추천한다.
---「채식 중 기력을 보충하고 싶은 날 [김]」 중에서
《동의보감》에서는 표고를 ‘마고(?菰)’라고 표현했는데, “성질이 평(平)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 정신을 기쁘게 하고 음식을 잘 먹게 하며 구토와 설사를 멎게 한다. 아주 향기롭고 맛이 있다.”라고 하여 소화기의 기능을 호전시키는 내용을 중점으로 기록되어 있다. 내용 중 ‘정신을 기쁘게 하고’라는 부분이 좀 특이한데, 기쁘다는 내용은 잘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혈관 흐름이 개선되면 두뇌 활동도 개선된다는 것을 함축하여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며칠 내내 집콕한 날 [표고버섯]」 중에서
장어 먹을 때 복숭아는 피하라? ‘장어를 먹을 때 복숭아는 피하는 것이 좋다’는 말은 거의 일반 상식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장어와 복숭아의 관계보다는 복숭아 자체의 성분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복숭아에 함유된 유기산은 십이지장을 거쳐 소장까지 그대로 도달한다. 십이지장과 소장은 위와는 달리 알칼리성이므로, 새콤한 유기산은 장에 지장을 주며 지방이 소화되기 위해 작게 유화되는 것을 방해해 자칫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지방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복숭아를 디저트로 먹지 않는 것이 좋다’가 올바른 상식이다.
---「불끈 솟는 힘이 필요한 날 [장어]」 중에서
‘금의옥액(錦衣玉液)’이라는 말이 있다. ‘비단옷을 입고 있는 귀한 액체’라는 뜻으로, 이는 감을 표현한 시의 한 구절이다. 그다음 구절에서는 ‘이시위선(以?爲仙)’이라 하여 ‘감을 먹으면 신선이 된다’고도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달콤한 감은 우리에게 있어 최고의 간식거리다. 한 입 딱 베어 물면, 그 달달함에 절로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살다 보면 피로 혹은 감기 몸살로 몸이 축 처질 때가 있는데, 이런 날이야말로 달달한 ‘감’ 한 입이 그 어떤 약보다 딱이다.
---「감기 몸살로 몸져누운 날 [감]」 중에서
수많은 관용구와 속담에서 알 수 있듯, ‘꿀’은 단맛의 대명사였다. 기록상으로는 8천 년 전의 동굴벽화에서 꿀을 채집하는 모습이 드러났지만, 벌이 1억 년 전부터 꿀을 이용하는 형태로 진화했다고 하니 아마 인간의 역사와 꿀을 먹은 시기는 비슷할 것이다. 그렇다 보니 꿀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많은 음식 레시피에 들어가며 약재로서도 많이 활용되어 왔다. 아마 한의사에게 ‘꿀 타서 먹어도 되나요?’라는 질문을 하는 것은 단순히 식품으로만 보지 않는 우리들의 무의식의 발로일 것이다. 그렇다면 앞선 질문에 덧붙여 보겠다. ‘꿀을 언제 타 먹는 게 좋을까요?’ 이 질문의 답으로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 “소화 안 될 때, 피로할 때, 기운 없을 때 다요!” 하지만 예상치 못한 답변을 원한다면, “입술이 텄을 때, 꿀을 발라보세요.”라고도 말하겠다.
---「고된 일상에 입술이 다 터 버린 날 [꿀]」 중에서
바다 곳곳 연안과 해저 깊은 곳에서 두루 발견되는 ‘문어’는 지능과 기억력이 뛰어나다. 개체에 따라 성격이 있기도 해 영국에서는 지능이 있는 동물로 분류하고, 잔인한 요리법과 취급을 금하자는 주장이 있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양 문화권에서 문어는 ‘악마의 물고기’라고 해서 괴물로 묘사되기도 했고 말이다. 이런 이유로 대다수의 미국인들과 북유럽에서는 문어를 식재료로 취급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지중해 음식으로 뉴욕을 포함한 각지에서 문어 전문 요리점을 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장어, 주꾸미 등과 같이 강한 기운을 얻고 싶을 때 문어를 찾기도 한다. 요즘 같은 날, 끝나지 않는 업무와 잦은 회식으로 지친 분들이 있다면 이러한 ‘문어’를 딱 추천한다.
---「계속되는 회식으로 지친 날 [문어]」 중에서
매끈한 껍질, 그리고 폭신하게 씹히는 속살의 ‘가지’. 이 독특한 식감 때문에 가지를 찾는 이도, 가지를 피하는 이도 있다. 이렇듯 식성에 따라 호불호가 분명한 ‘가지’는 현재 전 세계에서 재배되고 있다. 흔히 ‘가지’ 하면 보라색 채소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가지의 색은 여러 가지다. 흰색·노란색·자주색·초록색·줄무늬 등의 다양한 색으로 존재하며, 고추 역시 이 ‘가짓과’에 속한다. 그렇다면 이런 가지는 어떨 때 먹는 게 좋을까? 살다 보면 오한이 드는 느낌에 몸이 덜덜 떨리다가도, 갑작스레 얼굴빛이 붉으락푸르락해지며 화가 솟구치는 그런 순간들이 있다. 그게 나일 수도, 나의 가족일 수도 있고 말이다. 이처럼 내 몸과 마음 상태를 종잡을 수 없는 날, 이런 날 ‘가지’를 딱 추천한다.
---「추웠다가 더웠다가 종잡을 수 없는 날 [가지]」 중에서
조선시대에 상추는 이명으로 ‘은근초(慇懃草)’라고도 불렸다. 이는 절단면의 하얀 즙이 정액을 연상시켜 상추가 정력을 올려 준다고 알려졌기 때문이었는데, 당시 엄격한 유교 문화권에서는 이러한 성적인 부분을 대놓고 드러낼 수가 없었다. 그 이유로 ‘은근히 키운다’고 하여 ‘은근초’라는 이명이 붙은 것이었다.
---「온갖 스트레스에 가슴이 꽉 막힌 듯한 날 [상추]」 중에서
‘잣’의 맛에 반한 어느 고을 원님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가? 강원도 평창군에 부임한 원님 상에 잣죽 한 그릇을 올렸는데, 처음엔 ‘고작 잣죽 한 그릇이 뭐냐’며 불평하다가 다 먹은 뒤엔 그 죽 맛을 잊을 수 없어 고을 관례상 오직 첫 상에만 잣죽을 올려야 하는 점을 아쉬워했다는 설화다. 사실 잣은 높은 나무에 올라가 딴 뒤 딱딱한 껍질을 까야 하는 등의 수고로움이 있어 상대적으로 생산량이 적기에 예나 지금이나 가격이 높은 편이다. 물론, 현대에는 수입산도 들어오는 등 비교적 잣을 쉽게 구해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잣은 과연 어떨 때 먹는 것이 좋을까? 바로 ‘뇌세포’를 깨우고 싶은 날이다. 특히나 배움에 대한 도전을 다시 시작한 늦깎이 분들이 있다면, 잠들어 버린 뇌를 깨우는 데에 ‘잣’만큼 좋은 것이 없겠다.
---「늦깎이 공부, 잠들어 버린 뇌를 깨우고 싶은 날 [잣]」 중에서
《동의보감》의 고수에 대한 기록 중 “오랫동안 먹으면 정신이 나빠지고 잊어버리기를 잘한다. 그리고 겨드랑이에서 냄새가 나게 된다.”라는 구절이 있다. 고수를 오래 먹으면 몸에서 특유의 향취가 나고, 그 냄새를 모기도 싫어한다는 속설도 있다. 그러나 동남아에 살지 않는 한 그 정도로 오래 고수를 먹기 어려우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또한, 한국인에게는 유전적으로 암내 유전자가 별로 없는데, 그에 따라 고수 향에 호불호가 더 많이 갈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입속의 깨문 상처가 따끔한 날 [고수]」 중에서
아메리카 원산지인 ‘감자’가 처음 유럽에 전파되었을 때였다. 감자가 땅속에서 자란다는 이유로 ‘악마의 음식’으로 불리며 가난한 사람들이나 군인들이 먹는 음식으로 취급되고 있었다니, 믿어지는가?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옥수수, 밀, 쌀에 이어 세계 4위의 생산량과 소비량을 자랑하는 유용한 채소로 자리 잡았으니 말이다. 감자는 풍부한 탄수화물뿐 아니라 단백질, 무기질까지 다양하게 갖추어 감자만 섭취해도 많은 필수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었기에 역사적으로 가장 보편적인 구황작물이었다. 게다가 재배도 쉽고, 온대지방 대부분에서 자라 가격도 싼 데다가 풍부한 전분으로 다양한 요리에 응용 가능하니, 감자가 널리 퍼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처럼, 언제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감자. ‘꼬르륵’ 소리가 멈추지 않는, 참을 수 없이 허기진 날이라면 이런 ‘감자’가 딱이다.
---「참을 수 없이 허기지는 날 [감자]」 중에서
조선시대 이규경이 편찬한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19세기 당시 우리 조상들이 즐겨 먹던 추어탕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내용인즉슨 “두부에 미꾸라지를 넣어 끓인 추두부탕이 있는데, 부쳐 먹거나 탕으로 끓여 먹는다.”, “맛이 매우 기름지며 한양에서는 천민인 반인(伴人) 사이에서나 성행한다.”라는 것이다. 참고로 그 시대 ‘반인’은 천한 백정과 같은 취급을 받았다. 이처럼 과거 추어탕은 보신하는 용으로 애용하는 지금과는 달리 천민, 혹은 길거리 거지들이나 먹는 음식으로나 여겨졌다.
---「암에 걸리신 부모님께 바깥 음식 사 드리려는 날 [미꾸라지]」 중에서
흔히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매운맛을 찾는다. 그런데 과연, 실제 매운 것을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릴까? 엄밀히 말하면 답은 ‘No!’다.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이 아닌, 도리어 스트레스가 신체에 쌓이게 되는 것이다. 우리 몸은 매운맛을 신체에 대한 공격으로 여기고, 그것을 이겨 내기 위해 뇌에서 행복 호르몬인 ‘도파민’을 배출한다. 그렇기에 매운맛은 ‘미각’이 아니라 ‘통각’인 것이다. 도파민이 배출되면 그 순간은 ‘행복’해지지만, 지나치게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결국 몸은 그것에 ‘중독’된다. 스트레스의 원인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며, 결국 우리는 더 큰 자극을 찾게 되는 것이다. 또한, 매운맛으로 인해 소화기의 상처를 입고 염증이 발생할 수 있기에 매운맛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은 결코 좋은 방법은 아니다.
---「‘나의 머릿속을 채우는’ 꼬마 상식 [우리 모두 매운맛 중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