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그리운 냄새가 난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흘러나온 공기에는 금속 기계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섞여 있었다. 10년 만에 비강을 간질이는 냄새였다. 이어서 러시아의 선발대 승무원 세 명이 양팔을 활짝 펼치고 웃는 얼굴로 환영하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우리는 선발대와 뜨거운 포옹을 나눈 뒤 국제우주정거장 안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살폈다. 국제우주정거장은 미국, 일본, 러시아 등 15개국이 참여해 운영하는 우주 기지다. 실험이나 연구를 진행하는 ‘실험 모듈’, 승무원들이 생활하는 ‘주거 모듈’, 전력을 만들어 내는 ‘태양전지판’, 선외 작업에 활약하는 ‘로봇 팔’ 등의 시설로 구성되어 있다. 국제우주정거장이 그대로 지상으로 내려온다면 축구장을 전부 메워버릴 정도로 거대하다.
---「36쪽, 프롤로그. 오늘도 무사히, 임무 완료」중에서
‘이상하네, 벌써 밤인가.’ 의아하게 생각하며 아래를 내려다보니 칠흑의 어둠에 떠오른 밝은 지구가 보인다. 역시 지금은 낮이다. 국제우주정거장의 끄트머리를 바라보면 그 끝은 빛이 닿지 않는 어둠으로 녹아들어 있다. 어떤 존재도 승인하지 않는 허무의 세계가 뻐끔 입을 벌리고 있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작업을 하는 중에도 몇 번이나 어둠의 입구로 빨려들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44쪽, 선외 임무, 공포의 지평선으로」중에서
우주왕복선을 타던 시절에는 우주에 머무르는 기간이 2주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24시간 내내 일할 수 있었다. 2주밖에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면 우주비행사도 성과를 올리려고 더 애를 쓰기 때문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밤새워 작업하고 다음 날 “문제없이 재개했습니다” 하고 지상에 보고하는 것을 훈장처럼 여겼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먹고 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일을 하게 되었다. (…) 하지만 국제우주정거장에 6개월 동안 머무르면서 그런 식으로 일하면 버텨내지 못한다. 그러다가는 번아웃 증후군에 걸릴지도 모른다.
---「70쪽, 우주에서도 ‘워라밸’이 소중하다」중에서
크루 드래건이 우주로 실어 나른 네 명의 승무원은 다양성이 풍부한 멤버들이었다. 군 출신 조종사, 여성, 흑인 그리고 일본인인 나. 군인이냐 민간인이냐에 관계없이 성별을 불문하고, 국적도 인종도 따지지 않고 인재를 기용했다는 점에 나도 모르게 “훌륭하다!” 하며 무릎을 탁 쳤을 정도다. 팀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되도록 구성원의 ‘균일성’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다양성이 있어야 역경에 강하고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 이처럼 다양성을 존중하는 발상이 우주에서 오래 머무른다는 힘겨운 상황을 이겨낼 회복 탄력성(리질리언스)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85쪽, 일곱 명의 우주 동료들」중에서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리 일곱 명이 우주에 머무르는 동안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점이다. ‘모두 함께 살아남기’라는 흔들림 없는 목표 말이다. 반만 살아남고 반만 위기를 벗어나는 일은 없다. 공기 누출이나 화재 또는 유독가스가 발생했을 때 이 우주 공간에서 모두 함께 살아남지 않으면 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한다. 우리는 그런 마음을 공유하고 있었다.
---「92~93쪽, 일곱 명의 우주 동료들」중에서
우주비행사의 세계는 수많은 경쟁을 이겨낸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 뛰어난 조종 기술을 갖춘 테스트 파일럿(시험 비행 조종사) 이나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 박사 같은 사람이 수두룩하다. 완벽주의 성향을 띤 집단이 되기 쉽다는 뜻이다. 그래서 90점을 딴 후보생이 ‘10점 더 받아야 해’, ‘더 잘해야 해’라는 생각에 쉽게 빠진다. 그렇게 자신을 몰아붙이고 스트레스를 주고 만다. 반면 “70점이 합격점이면 됐지”, “아무튼 잘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강하다. 지나간 일에 얽매이지 않고 쉽게 털어 내는 대범함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과거를 질질 끌고 가기보다는 ‘내일은 70점 이상 받으면 되지!’라고 새롭게 마음먹을 줄 아는 사람이 훨씬 더 잘 견뎌낸다.
---「171~172쪽, 불안과 완벽주의에서 벗어나기」중에서
당시 NASA는 거듭 실패하는 스페이스X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었다.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데이터를 좀 더 확인하고 싶다고 말이다. 모든 위험성을 배제해야 한다는 NASA와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스페이스X는 서로 마찰을 빚기도 했다. JAXA의 동료들도 이대로라면 스페이스X의 미래가 걱정이라고 염려할 정도였다. 하지만 스페이스X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그들이 화물 분야에 먼저 뛰어든 이유는 인명을 염려하지 않고 로켓을 발사할 수 있어서일 것이다. 뭐든 직접 해보고 실패로부터 배우고자 하는, 과히 일론 머스크다운 철학이었다.
---「206쪽, 스페이스X가 불러온 우주 혁명」중에서
세 번째 비행을 마치고 지상으로 돌아와 대략 두 달이 지난 시점. 일반적으로 오랜 우주 체류는 우주비행사의 몸에 근력 저하나 골밀도 감소를 불러온다. 그러므로 지구의 중력에 몸을 적응하게 하고 영양소를 보충하면서 45일간 재활 프로그램으로 신체 능력을 회복하지 않으면 바로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없다. 귀환한 우주비행사 가운데는 건강뿐 아니라 우주 임무를 대신할 새로운 목표를 찾지 못해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적응장애를 얻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막 우주에서 돌아온 뒤에는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228~229쪽, 지구로의 귀환 그리고 고민」중에서
크루 원의 동료들은 이러한 리질리언스를 발휘하기 위해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심리적으로 고립되지 않는 것’에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사람들은 감염을 피하기 위해 타인과 물리적으로 멀어졌고, 거리를 두는 과정에서 어느새 마음마저 멀리 떨어트리고 말았습니다. 자발적으로든 강제적으로든 모든 사람이 격리라는 이름의 고독을 강요받았지요. 하지만 인류의 미래는 고독이 아니라 관계와 연대에서 시작된다고 믿고 싶습니다.
---「276쪽, 독자 여러분께」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