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편차는 건 돈의 액수의 제곱에 비례하고 기대치는 건 돈에 비례한다. 이 말은 게임을 오래 할수록 잃을 돈이 딸 돈보다 많아지므로 점점 더 카지노를 이기기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게임에 임할 때 사람들이 너무 소심해지지 않으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같은 게임을 1,000번 할 때에 비해 1판만 할 때는 변동성이 훨씬 높다. 다시 말해, 게임을 반복할수록 하우스 에지에 가까운 비율만큼 돈을 잃게 된다.
--- p.68
이 오류는 1913년 8월 18일 몬테카를로 카지노에서 있었던 사건 때문에 몬테카를로 오류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날 룰렛 테이블에서 스물여섯 번 연속으로 공이 검은 쪽에 떨어졌다. 일부 고객들은 이 룰렛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당시 카지노에 있던 대부분의 도박꾼들은 이제 붉은색이 연속으로 나올 것이라고 믿어서 여기에 돈을 걸었고 결국 수백만 프랑을 잃었다. 비록 스물여섯 번 연속으로 검은색이 나왔다고 해도, 이 테이블이 정상적인 것이라면 그다음부터도 매번 붉은색과 검은색이 나올 확률은 사실 똑같다.
--- p.113
애플은 아이팟을 출시했을 때 저장된 음악을 일정한 순서 없이 골라서 재생하는 기능에서 이와 관련된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많은 사용자들은 같은 가수의 노래가 빈번하게 재생되거나 같은 곡이 자꾸 재생된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 기능이 수록곡을 무작위로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기준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결국 인간이 인식하는 무작위성이라는 건 전혀 신뢰할 수가 없다는 이야기다.
--- p.117
유명한 ‘완벽 예측 사기’에도 비슷한 원리가 이용된다. 사기꾼들은 대체로 결과가 두 가지로 나오는 사건을 대상으로 선택한다. 그러고는 자신들이 완벽하게 결과를 예측하는 방법을 갖고 있다거나 내부 정보를 입수했다고 주장하며 편지나 이메일 1만 6,000개의 절반에는 A가 이길 것이라고, 나머지 절반에는 B가 이길 것이라는 내용을 담아 발송한다. 결과가 나온 뒤에는 맞는 결과를 보낸 수신자를 다시 반씩 나누어 다음 경기나 주식시장의 결과를 예측하는 메일을 보내고, 그다음 주와 그다음 주에도 똑같이 한다. 그러면 4주 뒤에는 연속 4번 결과가 맞은 메일을 받은 사람 1,000명이 남게 된다. 이제 이 사람들에게 계속 정보를 받고 싶으면 100달러를 내라고 한다.
--- p.185
어떤 면에선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이유 대부분은 그저 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살아남은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에 지나친 확신을 가지면서 그간 누렸던 운의 역할은 과소평가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헤지펀드 업계에도 비슷한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 몇 년 동안 계속 좋은 실적을 낸 펀드 매니저들은 마치 신처럼 추앙받고 엄청난 투자금도 몰리지만, 그런 펀드 중 굉장히 많은 곳이 실패하고 만다.
--- p.187
피라미드 사기는 폰지 사기와 유사한 구조이긴 하지만 폰지의 경우처럼 최초의 고안자가 모든 것을 총괄해서 운영하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다. 보통 투자자들이 직접 다음 단계의 투자자들을 유치하는 방식이며 뭔가 이상한 엉터리 물건을 판매하는 형식을 띈다. 건강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데 투자해서 참여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식이 가장 흔하다. 하지만 피라미드 사기이건 폰지 사기이건 근본적으로 부를 창출하지 않고 재분배할 뿐이므로 태생적으로 결함이 있는 구조에 불과하다.
--- pp.189~190
1960년대 초 루마니아의 경제학자 스테판 만델은 외국으로 이민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는 해외로 가는 항공권을 구입할 자금도 부족했다. 그래서 복권의 6개 숫자 중 적어도 5개를 맞출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다행히 운이 좋았던 만델은 첫 시도에 당첨이 되어 가족과 함께 호주로 이민 갈 자금을 마련하는 데 성공한다. 호주에서 만델은 조금 더 대담한 시도를 계획한다. 그러고는 충분한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수준의 조직을 구성했다. 이후 수십 년 사이에 이 조직은 호주에서 1등 복권에 열두 번 당첨된다. 큰돈을 번 만델은 이후 은퇴해서 남태평양의 작은 섬으로 이주했다.
--- pp.195~196
“여기 세 개의 문 뒤에는 각각 자동차 한 대와 염소 두 마리가 있습니다. 문 하나를 선택하면(이 문을 문1이라고 합시다) 제가 나중에 그 문을 열어드립니다. 제가 그 문을 제외한 문 중 하나를 열면(문3) 염소 가 있습니다. 이제 선택하면 됩니다. 계속 문1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문2로 선택을 바꾸시겠습니까? 자동차를 타려면 선택한 문을 바꿔야 할까요, 아닐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생각하기엔 선택한 문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 닫힌 문이 두 개이므로 둘 중 어느 문 뒤에라도 자동차가 있을 확률은 50%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처음 선택한 문 뒤에 자동차가 있을 확률은 33.33…%이고, 문2 뒤에 자동차가 있을 확률은 66.66…%이므로 선택을 바꿔야 한다.
--- pp.200~201
왜 여전히 여론조사 결과가 자꾸 틀리는 것일까? 이렇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이고 복잡하기도 하지만, 투표 패턴이 크게 바뀐 것이 가장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브렉시트와 트럼프의 승리는 이제껏 좀처럼 투표하지 않던 계층이 대거 투표에 참여하면서 예상을 뒤엎은 결과가 나온 경우다. 정치적으로, 또는 대상이 되는 제품을 둘러싼 주변 상황이 급격하게 변하는 시기가 여론조사 결과의 신뢰성이 가장 떨어질 때다.
--- p.213
페이스북 알고리즘의 예에서 보듯, 사용자와 페이스북 사이의 모든 동작은 다시 알고리즘에 반영된다. 모든 클릭, 좋아요, 동영상 시청, 거부한 광고, 팔로우하는 모든 그룹과 사람 등. 이런 것들이 하나도 빠지지 않고 알고리즘에 다시 반영되고 모든 정보 사이의 ‘관계도(relevancy)’를 정하는 데 사용된다. (...) 예를 들어 평소 일부러 제외해두었던 뉴스 사이트를 방문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사용자들 스스로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알고리즘은 모두를 더욱 자신들만의 가치관이라는 보이지 않는 감옥 안에 가두어놓을 것이다.
--- pp.228~229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개인 투자자도 대부분 제로섬 게임에 참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누군가의 수익은 주식을 매입한 다른 누군가의 손실이 될 수 있고, 반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런 논리를 전체 주식시장이나 파생상품 시장까지 확장하기 어려운 이유는 전체 시장에 의해서 새로운 부가 만들어지기(혹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 유입된 자금이 경제 전반에 순환되는 방식과 파생상품이 위험을 분산하는 방식 모두 이론적으로는 부를 창출하는 바탕으로 작용한다.
--- p.243
결과적으로는 단지 파생상품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지표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인해 파생상품 거래가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 일부에서는 퀀트 펀드가 제공한 블랙-숄즈 방정식이 시장에 잘못된 믿음을 주었다고 지적하며 이 방정식을 세계 금융위기의 원흉으로 꼽기도 한다. 파생상품 방정식의 문제는 이 수식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이것이 어디까지나 모형이라는 사실과, 상황에 따라서는 전혀 엉뚱한 답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종종 간과한다는 데 있다.
--- p.246
금융시장에서 수학이 주목받게 된 과정은 수학 천재 짐 사이먼스의 경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이먼스는 수학계에서 고도의 위상수학 이론인 천-사이먼스 3형식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또한 널리 알려진 헤지펀드인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이 펀드는 2015년 10월 기준으로 650억 달러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으며 자산의 대부분이 직원 소유다. 이 회사에 금융계 출신 직원은 드물고, 대부분 학계나 이론 연구 분야의 배경을 갖고 있으며, 셋 중 하나는 수학이나 물리학 박사학위 소유자다.
--- p.247
과거 필자는 업무상 고객과 기업 사이에 짧은 미팅이 이루어지는 다양한 전시회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상사는 판매할 상품의 가격을 추산해야 하는 경우가 있으면 ‘전시회의 수학’을 활용해보라고 조언했다. 처음엔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는데, 쉬는 시간에 상사는 내게 판매직에 있는 사람에게 가장 유용한 것 중 하나가 무언가를 추산할 때 암산을 잘하는 것이라고 설명해주었다.
--- p.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