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들은 지난 30년 동안 수천 명의 은퇴자들을 만났고, 그들이 사는 집으로 직접 찾아가 대화를 나누었다. 그 과정에서 확인한 것은 수많은 후회로 얼룩지고 또 순탄하지 않은 은퇴생활이었다. 우리가 나이를 먹으면서 항상 깨닫는 삶의 진실은 ‘우리는 너무 빨리 늙고, 너무 늦게 지혜를 얻는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이미 흘러간 시간을 되찾을 수는 없지만, 앞으로 남은 인생을 후회 없이 살려면 지금이라도 마음가짐을 가다듬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6쪽)
* 은퇴자들을 둘러싼 경제사회 환경은 갈수록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한국인의 노후준비는 매우 부실한 상태이다. (…) 우리나라는 노후준비가 매우 소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조사한 설문 결과에 의하면, 노후자금이 비교적 충분하거나 아주 충분한 사람들은 9%에 불과하다. 노후자금 준비가 보통이라고 대답한 계층이 42%에 달한다. 하지만 보통이라고 답한 사람들 가운데서도 상당수는 노후 자금이 충분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33~34쪽)
* 이제는 재무적인 문제를 넘어서서 비非재무적인 준비를 종합적으로 포함하는 생애설계life planning를 할 때가 되었다. 생애설계는 은퇴 후 삶의 목적을 결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며,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실천하는 계획을 말한다. 노후준비가 단순한 재무설계를 뛰어넘어야 비로소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한국형 은퇴설계’가 완성될 수 있다. (47쪽)
* 실제로 서양의 은퇴자 중 상당수는 풍부한 연금으로 멋진 생활을 즐기고 있다. ‘국민연금’에서 노후에 필요한 생활비의 절반 정도가 나오고, 직장에서 평생토록 돈을 낸 ‘퇴직연금’에서도 연금이 나온다. 게다가 ‘개인연금’에서도 많은 연금이 지급되니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합쳐서 풍요로운 노후를 보낸다. 전 세계로 여행을 다니고, 일생 동안 하고 싶었던 취미·여가 생활을 즐기고, 심지어 대학으로 다시 진학해서 자기계발에 푹 빠지기도 한다. 이런 연유로 서양에서는 은퇴생활을 ‘황금시대golden age’라고 부른다. 은퇴생활이 황금시대가 되기 위해서는 살아 있는 동안 평생소득이 끊어지지 않도록 조치를 해둬야 한다. 젊었을 때 미리미리 다양한 연금상품에 가입하여 은퇴할 시점까지 연금자산을 크게 불려놓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111쪽)
* 저금리·고령화 시대에선 재산관리의 패러다임이 저축saving 활동에서 투자investment 활동으로 바뀌어간다. 은행 예금금리가 2% 선으로 떨어진 시대에서는 단순히 저축만 해서는 돈을 모으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앞에서 우리나라는 앞으로 아주 오랫동안 저금리 현상을 맞이할 것이며, 인구고령화가 이 같은 저금리 현상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점을 살펴보았다. 저금리·고령화 시대에서 예금자들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2가지밖에 없다. 첫째는 예금금리가 예전보다 크게 낮아졌더라도 허리띠를 더욱더 졸라매면서 상대적인 고금리 금융상품을 찾아 저축을 열심히 하는 것이다. 둘째는 적절한 자산배분전략에 따라 주식과 채권 투자를 병행하면서 리스크가 높지만 수익률도 높은 투자형 금융상품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는 것이다. (168쪽)
* 현역생활이 국가와 사회를 위한 활동 시기였다면, 은퇴생활은 나의 행복을 위한 시기다. 인간의 행복은 진정한 자기발견을 통한 자아自我실현에 있다. 자아실현이란 자기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자신의 꿈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선 자신의 재능과 가치관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 관심사를 찾아내야 한다. 이렇게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는 일은 은퇴생활 초기에 반드시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다. 인생 후반전에 해야 할 삶의 목표를 세우는 데도 필요하다. (241쪽)
* 귀농을 추진할 때에는 농사를 통해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소득규모와 자녀교육에 대한 고려도 해야 한다. 시골생활은 도시생활과 교육여건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귀농 후에 농사를 지어 얻는 소득이 생각했던 것보다 적다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특히 무엇보다 올바른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귀농의 목표는 무엇인가? 농업에 정말로 관심이 있나? 이런 질문에 정확하게 답을 해야 농촌생활의 어려움을 잘 극복할 수 있다. (279~280쪽)
* 은퇴 후의 가장 바람직한 자기계발 전략은 무엇보다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분야, 하고 싶은 분야를 선택하는 것이다. 평소 자신의 관심사를 잘 살펴보고, 앞으로 몇 년 동안 공부를 할 것인지 등 자기계발 계획서를 미리 짜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55세에 방통대 영문학과에 진학하여 60세에 졸업한다’, ‘60세에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하여 63세에 중국어 통역 자격증을 획득한다’는 식으로 자기계발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이다. (328쪽)
* 운동 부족은 한마디로 말해 우리 몸의 노화老化현상을 가속화시키는 지름길이다. 그 악영향이 신체노화에만 그치지 않고, 인지력認知力 저하와 삶의 질質 하락이라는 더 나쁜 결과를 유발한다. 그 이유는 바로 이렇다. 몸의 움직임이 줄어들면 아무래도 만나는 사람이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활동 반경이 크게 줄어듦에 따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일이 줄어들게 되고, 그 결과로 사람들과의 대화가 줄어들어 뇌의 활동 또한 약화된다. 뇌의 활동이 약화되면 인지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385~386쪽)
* 최근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우울증 환자들이 40~50대 중년층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 성과지향 사회에 대한 부적응, 강제퇴직당한 데에 대한 억울함, 삶의 질의 급속한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퇴직자들의 경우엔 은퇴 후 과거의 역할이 상실된 데 따르는 외로움과 무기력증이 큰 데다, 부부관계가 남편 우위優位에서 점차 아내 우위로 바뀌어가는 데 대한 부적응이 문제로 작용한다. ‘열심히 살아왔는데 남은 게 전혀 없다’는 허탈감이 정신적으로 또 신체적으로 허약해진 40~50대를 그로기 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423쪽)
* 행복한 노후생활을 하려면, 탐욕적인 인생 모델에서 벗어나야 한다. 수년 전 입적入寂한 법정 스님이 평생 강조한 말씀이 ‘무소유無所有’의 실천이다. 모두 다 버리라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만 갖는 것이다. 돈 문제에 대해 욕심을 꺼버리면 마음이 편해진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분수를 지키는 안분지족安分知足의 마음이다. (456쪽)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