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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엔드

해피 엔드

[ 양장 ] 소설Q이동
이주란 | 창비 | 2023년 10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6 리뷰 5건 | 판매지수 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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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68쪽 | 272g | 128*188*20mm
ISBN13 9788936439439
ISBN10 893643943X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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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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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경이 아닌 누구였더라도 꼭 서로의 모든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을까. 어떨 때는 그냥 덮고 넘어가는 것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유쾌하지 않을 이야기를 굳이 다시 할 필요가 있을까 싶으면서도 사실 나는 서로를 가장 가깝게 여겼던 우리를 멀어지게 만든 마음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은 것 같다.
--- p.12

새도 아파서 죽을까. 어떤 새가 아파서 죽고 어떤 새가 괴로운 삶의 과정을 겪을까. 어느 세계에나 그런 일은 있는 것일까 모르겠다. 모르겠지만 태어났다면 삶이라는 건 태어난 것들을 가만 내버려두지만은 않겠지. 몇마리의 새는 비틀거리겠지. 삶이란 건 원래 고통이라는 말에 큰 위안을 받곤 했을 때도 사실 내 깊은 곳에서는 그 말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
--- p.27

하지만 원경 앞에서는 뭔가를 일일이 설명하거나 이해시키려 하지 않아도 되었고 심지어 사람들이 모두 부당한 일로 화를 낼 때, 그래도 나는 정당하게 화를 내는 사람들이 부러워,라고 말해도 되었다. 또 덤덤하게 내 결핍을 드러내도 지적을 당하거나 못나 보이는 사람이 되지 않았고, 그저 나 자신 그 자체가 되었다. 해명하는 듯한 기분이 들지 않았고 그게 좋고 나쁨이나 옳고 그름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었고 어딘가 부족하더라도 왜인지 그것을 감추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동안 세상의 시선을 너무 많이 의식해왔구나, 그런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인지 원경과 멀어지고 난 뒤에는 지금까지 가까웠다 멀어진 몇몇 사람들과의 경우와는 다르게 몹시 괴로웠다. 지금의 상황을 바꾸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나를 받아들이려 애썼으나 여전히 잘되지 않을 만큼.
--- p.28

아무렇지 않게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웃기도 하고 하던 일도 계속 하고. 누군가를 돕기도 하고 짧은 여행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그러니까 그날로부터 시간이 흘러 많은 것이 흐릿해진 것 같으면서도 자려고 불을 끄고 누우면 문득 아무 일이 없는데도 사는 것이 두렵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 p.31

우리는 이제 아무 쓸모가 없다. 내가 너무 사랑하는 사람은 이런 글을 쓰는구나.
--- p.101

나는 말없이 걸었다. 사실 자체는 오래전에 사라지고 내 생각만이 남아 있다는 것을 지금 알게 되었으니까. 그러니까 아주 오랫동안 나는 가진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보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더 길게 얘기할 수 있었는데.
--- p.151~152

나는 왜 그토록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어했을까. 기쁨이나 슬픔은 그렇지 않은데 나조차도 이해하기 어려운 이 오래되고 깊은 마음들은 왜 꼭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어했는지 잘 모르겠다.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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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해피 엔드』는 기주가 이 여행을 예감하고 결심하고 실행하는 지난한 과정입니다. 여정의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그것을 알고 싶고 또 그것을 알고 싶지 않은 모순된 마음을 품은 채, 원경을 만나러 가는 이 길은 끝없이 유예되고 정체되고 미끄러집니다. 소설의 시선은 실물의 세배 크기로 보이는 거울처럼 그것을 더 가까이 더 면밀히 들여다봄으로써 오히려 여정이 가진 본래 맥락과 핵심에서 슬며시 벗어납니다. 길을 헤매는 모든 이들이 그러하듯이, 나아갈수록 모호해지는 행로 위에서 생생하게 남는 건 오직 지나온 길목의 요모조모와 마주친 얼굴들입니다. 낯선 이들의 대수롭지 않은 친절과 함께 나누어 먹은 음식들입니다. 사람이 가진 연약함과 외로움과 두려움입니다. 끝을 향해 가는 길 위에서 주저하고 머뭇거렸기에 만난 풍경들. 저는 주란 언니가 보는 사람의 삶이 텅 비어 있지 않고 어린이처럼 작고 건강한 풍경들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에 자주 안도하곤 합니다. 또 어지러운 세상에서 우연히 포착한 장면들을 그러모아 지면 위에 소중하게 내려놓는 언니의 손길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이것은 설명할 수도 없고 전해본 적도 없는 말이지만 왠지 변할 것 같지 않은 마음입니다.
- 우다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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