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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현대 시 155편 깊이 읽기 1

: 결함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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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16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555쪽 | 652g | 130*195*35mm
ISBN13 9788932042299
ISBN10 8932042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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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들레르는 최초로 대중과의 결별을 선언한 시인이다. 그는 대중에게 이해받는 시인이 되려고 하지도 않았고, 대중을 위한 시를 쓰지도 않았다. “이해되지 못하는 데 영광이 있다”는 그의 말은 고독한 시인의 자존심을 드러내는 것이었지만, 대중의 이해보다 그가 추구하는 ‘언어의 경험les experiences langagieres’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말이기도 했다. 그는 현대 세계에서 모든 ‘표현 불가능한 것’을 ‘표현 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언어의 모험을 초인적으로 감행했다. 그러므로 그의 새로운 시학은 20세기 시인들에게 그대로 살아 있는 전통이 되었다.
---「서문」중에서

시의 언어는 나무처럼 자라서 꿈을 꾸게 하거나 희망의 불빛처럼 인간에게 삶의 위기에서 좌절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와 위안을 갖게 한다. 그것이 바로 시의 힘이다. 시의 힘은 공간과 시간을 초월하여 모든 사람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이 프랑스 현대 시의 축제 혹은 한 마당이 되어 모든 시에 내장된 불꽃의 언어가 때로는 따뜻한 등불로, 때로는 폭죽을 터뜨리는 눈부신 섬광으로 떠오를 수 있기를 바란다.
---「서문」중에서

보들레르는 산문시집 서문에서 “모든 것이 머리이자 동시에 꼬리”이고 반대로 “모든 것이 꼬리이자 머리”인 형태, “우리가 원하는 곳 어디서나 중단할 수 있는” 자유로운 상념의 전개가 가능한 작품을 산문시라고 말했다. 우리는 시인의 말처럼, 산문시의 “풍요로운 상념”에 동참하면서 “시간이 느리게 가”는 생각의 여행을 즐길 수도 있고, 우리의 독서를 “우리가 원하는 곳 어디서나 중단할 수”도 있다. 산문시에 대한 우리의 해석 역시 마찬가지이다.
---「샤를 보들레르, 여행으로의 초대[산문시]」중에서

그리고 나는 잠자리에 눕는다,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 속에서 살았고,
고통을 느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면서.
---「샤를 보들레르, 창」중에서

이처럼 자본주의 사회의 도래를 신성한 것의 상징인 후광의 상실에 비유한 버만의 견해를 받아들일 때, 마르크스와 보들레르는 모든 신성한 가치가 사라져버린다에 위기에 공감했다고 할 수 있다. 보들레르의 「후광의 분실」은 위기의 시대에 시인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시에서 시인-화자는 후광을 쓰고 다니던 중, ‘불바르le boulevard’를 건너면서 혼란스럽게 달리는 마차들을 피해 뛰어가다가 그만 후광을 잃어버리고 만다. […] 보들레르는 이러한 보행자의 상황에서 자신의 예술작품이 어떤 형태가 되어야 할지를 보여준다.
---「샤를 보들레르, 후광의 분실」중에서

이것은 누구의 말인가? 하느님의 말씀인가? 시인의 양심의 목소리일까? 하느님의 말씀이건, 시인의 양심이건, 시인은 자신을 질책하기만 할 뿐, 이 물음에 변명하거나 대답하지 않는다. “넌 뭘 했지?”의 반복은 질책의 어조를 강하게 부각하는 효과를 갖는다. 특히 마지막 행 “네 젊음으로 넌 뭘 했지?”는 순수했던 젊음에 대한 그리움을 환기하면서, 젊은 날의 순수성을 상실하고 방종한 생활에 빠졌던 시인이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는 표현으로 보인다. 이것은 기독교로 전향한 시인이 잘못을 고백하고 하느님에게 용서를 구하는 듯한 모습을 연상시킨다.
---「폴 베를렌, 하늘은 지붕 위로……」중에서

랭보의 작품 중에서 가장 자전적인 시로 알려진 이 시는 주어가 일인칭이 아니라 삼인칭으로 전개된다. 이것은 랭보가 자신의 이야기를 주관적으로 서술하지 않고, 객관화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시인이자 비평가인 이브 본푸아는 이 시를 경탄할 만큼 “뛰어난 시”로 평가하고, 시인의 어린 시절에 대한 “진실한 묘사와 반항적인 정신의 힘이 생생하게” 표현된 작품으로 해석한다. 또한 쉬잔 베르나르와 앙드레 기요가 공동 편집한 『랭보의 작품들』에 의하면, “이 시는 어머니의 이해성 없는 성격이 어떻게 랭보의 반항심을 불러일으키게 되었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동시에, 어머니 때문에 아들이 위선적이 될 수밖에 없었음을 알게 해주는” 작품이다.
---「아르튀르 랭보, 일곱 살의 시인들」중에서

이러한 그의 독서 체험과 함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의 ‘견자’ 시론이다. 이 시론에 의하면, 시인은 ‘모든 감각의 이성적 착란’에 의해서, 미지의 세계를 꿰뚫어 볼 수 있는 투시력le voyance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성적 착란’이라는 모순어법을 통해, 이성과 광기의 경계를 넘어서 또는 이성의 한계를 초월한 광기의 정신으로 시를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취한 배」는 이러한 시론이 반영된 작품이다. 이 시의 주인공인 “취한 배”는 모든 관습과 정신의 구속을 부정하고, 험난한 모험의 길을 떠난 ‘자유인’의 상징이자, 새로운 시적 언어를 모색하고 창조하려는 ‘예시자’ 시인의 상징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이 시는 새로운 인간으로 탄생하려는 자유인의 정신적 모험이자 동시에 ‘모든 감각의 이성적 착란’과 환각의 체험을 통해 새롭고 창조적인 글쓰기를 시도한 젊은 시인의 시적 모험인 것이다.
---「아르튀르 랭보, 취한 배」중에서

화자는 이러한 지옥의 환각 체험을 이야기하면서 “나는 지금 지옥에 있는 기분이다, 그러므로 나는 지옥에서 존재한다”고 진술한다. 이것은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는 경구를 패러디한 것이다. 이 구절이 나오기 전에, 지옥에서의 형벌은 현재형으로 서술되고, 지난날에 지옥보다는 천국을, 악보다는 선을, 지옥의 형벌보다는 천국의 구원을 꿈꾸거나 생각했던 것은 반과거나 대과거로 서술된다. 화자는 천국의 구원을 꿈꾸었던 것은 먼 과거이고, 세례를 받은 것이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었다고 단정함으로써 부모를 원망한다. 그는 지옥에서 지내는 생활도 “인생”이기 때문에, “영벌”이 고통이 아니라 “즐거움”이 되기를 기대하기도 한다. 그다음에 “진실” “정의” “판단” “완전” 등의 명사는 기독교인의 모럴과는 다른 시민사회의 개념이다.
---「아르튀르 랭보, 지옥의 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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