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교육에서 좋은 문학을 학생들과 나누는 건 중요한 일이다. 학생들이 문학에 나타난 여러 사적-공적 문제와 결정에 대해 적극적인 참여와 토론을 통해서 좀 더 나은 삶을 숙고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밝히고 자신의 의견을 수정하면서도 외부의 강압으로 자신의 기본권이 침해되었을 때 저항하는 방법도 배울 것이다. 그만큼 시민교육에서 좋은 문학을 나누는 것은 학생들을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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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교육은 학교교육 모든 부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 학급운영, 교육과정의 구성과 실제에서 공기처럼 인권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우리 교육 현장에 절실하다. 학생, 학부모, 교사 등 교육공동체 모두가 서로 인권을 존중할 때, 진정한 교육과 인간으로서의 성장이 이루어질 것이다. 기본기가 탄탄해야, 그것을 바탕으로 더 성장할 수 있다. 시민교육에 있어서 인권교육은 기본기에 해당한다. 공동체 안의 모두에게 동등하게 주어진 인권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나, 너, 우리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서로 권리를 존중하고 의무를 다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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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교직 생활 중 이렇게 방학을 학수고대하긴 처음이다. 정말이지 마지막 주는 하루하루를 손꼽아 가며 방학을 기다렸다. 올해 우리 반에는 발달이 늦은 학생이 여럿 있다. 수업 중 소리를 지르고, 교실을 뛰쳐나가고, 반 학생들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해 교무실로 도움을 요청하기 일쑤였다. 쉬는 시간에도 감히 교실을 비우고 화장실에 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점심시간에는 시원한 커피 한 잔 타러 가는 것에도 결심이 필요했다. 3월에 비하면 학부모들의 항의성 민원 전화는 많이 줄었지만, 오늘 하루도 무사하기를 속으로 되뇌며 하루하루 살얼음 위를 걷는 기분으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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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이해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 사회에서 ‘차이’에 대한 관점을 어떻게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어야 하는지, 아이들에게 차이에 대한 관점을 어떻게 설명하고 받아들이게 하는지가 고민이었기에 여러 얘기를 나누었다. 특수교사의 10여 년의 경험에 바탕을 둔 이야기는 많은 부분에 있어 나의 차이에 대한 인식에 큰 변화를 주며 나의 무지를 일깨워 주었다. 그러나 지금 그 순간의 자각만이 두근거릴 뿐 기억은 가물거린다. 기억에 남는 특수교사의 말이 있다. “장애를 극복시켜야 하고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웃기는 말인지요. 중요한 것은 장애를 받아들이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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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아리에스의 『아동의 탄생』1)은 아동에 대한 존중이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18세기에 이르러서야 아동은 어른과는 다른 순진무구한 존재로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림책은 이런 어린이에 대한 시선의 역사적 변화를 반영하며, 19세기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그림책이 대중적으로 주목받았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무수한 그림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림책의 발전은 어린이 세계와 함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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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100만 번 산 고양이』3)에서 강한 자기애로 똘똘 뭉친 고양이는 하양 고양이를 만난다. 그런 존재를 백만 번이나 사는 동안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채로 하양 고양이를 만난 것이다. 저자 사노 요코는 긴 삶에서 삶을 빛내는 것이 오직 나에게만 달려있지 않다고 말한다. 하양 고양이는 주인공 고양이를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 인정한다. 다른 존재를 외부적 시선을 제거하고 있는 그대로 보는 일은 어렵다. 백만 번을 사는 동안 고양이는 충분하게 만족하지 못하였지만, 결국 하양 고양이를 만나서 충만해진다. 충만함은 서로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일이다. 다른 동화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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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톨의 작은 냄비』는 냄비라는 친숙한 소재와 아기 하마가 생각나는 귀여운 인물의 등장으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려낸 책이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는 앞으로 사람을 볼 때 냄비를 보지 않아야겠다는 일차원적인 다짐과 함께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다시 책을 읽었을 때는 좀더 세부적인 부분에 눈길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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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의 첫 만남에서 나는 이 책을 읽어주고 중요한 사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각자에게 중요한 사실!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마치 우리는 그 사람의 겉포장만 살짝 보고, 중요한 사실에는 접근조차 하지못한다. 오래 만나게 되어 자연적으로 그 사람을 자세히 알게 되면 좋지만, 필요할 때는 이 책을 이용해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것은 때로 그 사람에게도 자문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나에게 중요한 사실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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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새로운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가장 중요하게 진행하는 수업은 ‘나’에 대해 알아보는 수업이다. 프로젝트 형식으로 한 학기 전체에 걸쳐 길게 이어나간다. 나는 어디에서 왔으며, ‘나’라는 사람을 특징짓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내가 무엇인지 나의 존재에 대한 개념이 바로 서야 우리 가족, 우리 마을, 우리나라라는 공동체로 자연스럽게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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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뭔가에 쓰이는 게 아니야. 물건처럼 딱 한 가지 정해진 쓰임새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단다. 무엇이든 될 수 있지. 그리고 너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단다. 그건 바로 네가 엄마 아빠의 행복이라는 거지. 네가 있어서 엄마 아빠는 매일 웃고 매일 행복하거든.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아이들은 이야기의 결말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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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실수투성이 엄마 아빠이지만 너를 사랑해』5) 역시 올해 새롭게 추가된 목록이다. 다른 학급의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사례를 접한 후, 서둘러 내책꽂이에서 찾은 책이다. 학생들과 함께 책을 읽고 책 속의 아이들처럼 야단을 맞거나 혼난 이야기를 나누며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은 없는지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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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표제작인 「금이 간 거울」에서 도둑질을 할 때마다 금이 가는 손거울은 주인공의 마음을 대신 보여주는 것 같다. 나의 상처받은 영혼을 봐 달라고, 봐주지 않을 때마다 금이 간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 주인공이 직접 자신을 봐달라고 말하면서 작품은 끝난다. 문제를 드러내고 맺는 방식은 다섯 작품마다 다르지만, 주인공들은 상처받은 영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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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 마음을 묻다』1)에서 최혜진 작가는 “지금 이 순간의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직시하고 한계를 받아들일 때 놀랍게도 성장이 시작될 수 있다” 고 말했다. 그는 이 지혜와 저지르는 용기를 『점』2)에서 얻었다고 한다. 다른 친구가 그린 그림들이 좋아 보인다고 흉내 내거나 따라 하는 게 아니라 베티 자신이 할 수 있는 ‘점 그리기’에 몰두한 장면이 『점』의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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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오늘 아침에 죽었다.” 훅 들어오는 첫 문장에 중압감이 느껴진다. 물기 없는 펜으로 거칠게 쓴 제목 『무릎딱지』1). 마음의 준비를 하고 책을 읽어나간다. 어젯밤에 죽었지만, 아이에게는 아침이다. 아이는 자고 있었기에 ‘나한테는 엄마는 오늘 아침에 죽은 거다’라는 문장으로 엄마의 죽음이 자신에게 어떤 사건일지 좀 더 의미를 부여하며 전개될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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