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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논객

: 우리 사회를 읽는 건축가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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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2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78쪽 | 574g | 145*225*26mm
ISBN13 9788958722182
ISBN10 8958722185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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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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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난 10년의 도시 목격담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좀 넓어진 것 같기도, 유연해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여전히 질문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으니 그건 무엇이냐는 것이다.
--- p.7

빗살무늬토기는 주어진 조건에 최적화된 성취다. 현대로 치면 전기가 없던 시대의 횟집 수족관이다. 흙으로 저 절묘한 도구를 처음으로 만든 그는 도대체 누구였을까.
--- p.13

우리의 계획도시들은 영국과 미국의 두 이론을 강령으로 삼았다. 서울의 강남에서 출발했다. 일조량 절대 확보는 전원도시의 원칙이고, 도시 블록 복판에 자리 잡은 학교들은 근린주구이론의 증거다.
--- p.49

그렇게 만든 신도시는 인접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며 원도심을 위협하는 자충수가 되었다. 균형 발전은 비효율적이고 소모적인 국토 이용의 동의어가 되었다.
--- p.59

일제 강점기에 서울을 호령하던 건물로서의 서울역은 이제는 엉뚱하게 전시관으로 바뀌었다. 새로운 서울역은 민자 역사라는 제도 덕에 수모스럽게도 백화점 부속시설로 몰락했다. 수도 중앙역의 체면이 도대체 말이 아니다.
--- p.97

국가의 정체성은 법전의 문장 외에 도시의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조선의 핵심 공간은 경복궁이었다. 임진왜란으로 경복궁이 불타자 창덕궁이 왕실 거처가 되었다. 국가의 중심 공간이었어야 할 경복궁은 조선 후기 내내 폐허 상태였다.
--- p.113

뒤죽박죽, 엉망진창, 좌충우돌. 많은 이가 묻는다. 도대체 한국의 도시 경관은 왜 이 모양이냐고. 힐난의 탄착점은 건축가들이다. 무능력, 무신경, 무책임. 그런데 거기 건축과 무관하되 신기한 풍경이 하나 추가되었다. 무대는 광화문 광장이다.
--- p.123

대한민국 시대에 궁이 또 버려졌다. 이번 궁은 왕궁royal palace이 아니고 대통령궁presidential palace이다. 청와대라고 불렸다. 문제 많은 위치에 이상하게 배치된 건물이라고 지탄받는 대상이다. 문제는 대개 동의했으나 해결 변수가 복잡했다.
--- p.175

그러나 우리는 불완전한 민주주의를 겪어왔다. 그 과정을 거치며 스며든 제왕적 대통령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다. 가장 상징적인 것은 역시 상상의 동물, 봉황이 새겨진 대통령 휘장이다.
--- p.184

존재 가치를 규명하는 첫 문장을 만들려면 인문학 공부가 필요하다. 국회의사당이 무엇이고, 학교가 무엇이고, 도서관이 무엇인가. 이에 대답하고 문장으로 서술하려면 역사에 대한 성찰과 사회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그래서 건축은 인문학으로 출발해서 공학으로 완성되며 예술작품으로 남기를 열망하는 작업이다.
--- p.202

결혼식은 청춘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루는 의식, 이건 교과서에 쓰였을 법한 소리다. 현실의 결혼식은 신랑 신부를 앞세운 양가 가문의 자존심 대결장이며 유장한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 대가족제 증언장이었다.
--- p.248

전동차의 비상 전화 높이가 낮아졌다. 어린이나 휠체어 사용자의 손이 닿는 높이다. 이게 배려다. 누구나 결국 사회적 약자가 된다. 외국인도 약자다. 우리도 외국 가면 모두 사회적 약자다. 게다가 한국에 살아도 누구나 결국 나이를 먹는다. 배려는 결국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이다.
--- p.265

1990년대가 되면서 통칭 30평형대를 넘는 모든 신규 아파트에는 화장실이 2개씩 설치되었다. 둘 중 하나에는 욕조 대신 샤워기가 붙었다. 한 화장실에 세면대가 2개 설치되던 실험적인 시절도 있었다. 사회 활동 인구 증가와 가부장 체계 해체의 증빙이겠다.
--- p.295

성탄절이 되면 무신론자 건축가에게도 그의 진정한 실체가 궁금하기는 하다. 그러나 인간의 무성 생식, 생명체의 사후부활을 믿지 않는 자에게 그게 중요할 정도는 아니다. 진실로 중요한 것은 목수가 죽음을 무릅쓰고 남긴 평화의 당부다.
--- p.308

그래서 우리의 도시 구조물은 방치나 장식의 양극단으로 치달았다. 경향 각지에 나비, 고추, 사과, 두루미를 매단 육교나 가로등, 심지어 보가 세워졌다. 왜 필요한지 알 수 없는 곳에 논리적 근거도 없는 형태의 현수교와 사장교가 랜드마크라며 세워졌다.
--- p.316

남영동 대공분실도 분명 도면을 놓고 시공하기는 했을 것이다. 그러나 건축가가 어두운 복도로 공포심 유발하고, 좁은 창문으로 탈출 막고, 효과적 고문을 도우려 욕조 설치했다는 건 상상이 그려낸 마귀의 형상이다.
--- p.324

동영상으로 스위스 시계의 무브먼트를 만드는 과정을 보면 경이롭다. 돋보기를 쓰고 끔찍하게 작은 부품들을 깎고 다듬어 조립하는 것은 수도사의 삶을 연상시킨다. 그것은 그 엄청난 가격이 증명하듯 참으로 오래 걸리는 일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스위스에서는 건물도 그렇게 천천히 오랜 시간을 들여 짓는다.
--- p.338

다른 세상에서 뭐라 부르든 그들은 진정 부채 의식 없는 건물을 보여 주고 있다. 그것이 베트남 건축이 지닌 건축적 힘이다. 이제는 지난 2백 년 남짓 이어온 유럽과 미국 중심의 사고가 더 이상 유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 점점 더 확연해 보인다.
--- p.347

우리의 대학 입시는 학생의 미래 가능성에 대한 투자가 아니고 과거 노력에 대한 보상이었다. 보상 근거 자료로 수직 계열화된 대학 명단이 구전돼 유포되었고 덜 노력해 더 높은 계단에 올라선 자에 대한 의심과 불만을 사회가 공유했다.
--- p.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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