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며 마음속으로 얼마나 많은 말들을 받아 적었는지 모른다. “나치가 죽이는 방식이 잔인하다고는 다들 인정하는데, 그럼 부모가 자식 때려 죽이는 방식은 안 잔인해요?” 처음에는 이 잔인성에 대해, 그러니까 장애인들의 살해와 감금, 방치에 대해 적었다. 다음에는 지난 20여 년의 장애운동에 대해, 출근길 지하철에서 이제 욕설까지 듣게 되었다고 자랑스러워하는 이 이상하고도 놀라운 운동에 대해 적었다. 그러다가 책의 어느 곳부턴가 나는 나의 삶에 대해, 나의 해방에 대해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지하철의 닫힌 문 앞에서 그가 외쳤던 말들은 그의 해방이 아니라 우리의 해방에 대한 말이었다는 것을. ‘함께 나비가 되자’는 저자의 마지막 말까지 받아 적었을 때 내 마음에서 나비 떼가 날아올랐다. 우리 앞에 닫혀 있는 모든 문의 경첩들, 우리에게 특정 속도를 강요해온 컨베이어 벨트의 너트와 볼트들, 그러니까 우리들 모두가 나비가 되어 날아오른다면, 우리는 이 거대한 억압 장치가 힘없이 주저앉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 고병권 (노들장애인야학 철학교사)
박경석의 말과 행동은 20년 전부터 한결같이 내 주위를 맴돌았다. 나는 그를 만나면 종종 피하고, 그의 말이 들리지 않는 곳을 향해 숨고, 때로는 어떤 말에 대해 반론을 펼쳤다. 그러나 내가 어디를 향하고 무엇을 듣고 어떤 쟁점에 관해 동의하든 하지 않든, 사회적인 존재로 삶을 지속하는 모든 순간의 밑바닥에는 박경석의 몸이 있었다. 그와 그의 운동에 함께한 중증장애인들은 하나의 세계를 지어냈고, 그 위에서 비로소 집 안에만 갇혀 살던 어떤 장애인은 회사를 다니고, 글을 쓰거나 춤을 추고, 유튜브를 하고, 정치인이 되었다. 이 책을 박경석이 소수의 ‘장애인 집단’ 안에 머물며 비현실적이고 이념에만 경도된 주장을 한다고 여기는 사람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다. 구체적인 삶 속에서 자신과 몸도 생각도 전혀 다른 타자를 끝없이 만나가며, 그들과 늘 투덕거리며, ‘현미경’처럼 개개인의 삶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본 사람이 결코 자신의 신념을 잃어버리지도 않았을 때, 이 책에 쓰인 말들이 탄생한다.
- 김원영 (작가, 공연창작자)
각자도생의 대한민국에서 약함은 악함이다. 우리는 마치 악한 것을 밀어내듯 약한 것을 밀어낸다. 숫자화하고 서열화하고 분리하고 배제하여 이 사회의 끄트머리에서 간신히 살아가게 하거나 그저 내버려둔 채 잊어버린다. 약자에게 허락된 목소리는 오직 동정과 시혜를 베풀어달라는 읍소뿐이다. 이것이 우리 사회가 장애와 우리 안의 약함을 대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약하지 않은 인간은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매일 우리를 추방하고 있다. 전장연과 박경석, 정창조의 ‘출근길 지하철’ 투쟁은 이 비인간적 추방에 맞서는 투쟁이다. 컨베이어 벨트 같은 지하철을 멈추며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장애인의 인간다울 권리를 외치는 이 투쟁은 곧 우리 모두의 연약해도 존엄할 보편적 권리를 위한 투쟁이다. 모든 인간은 결국 연약하다. 연약하기에 불안하고 불안하기에 내달린다. 우리는 사실 매일매일 연약한 우리 자신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출근길 지하철을 각자도생을 위한 투쟁의 길이 아닌 모두의 존엄을 위한 연대의 길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이 투쟁에 연대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생의 마지막 순간에 존엄할 것인가.
- 장혜영 (21대 국회의원)
전장연 지하철 투쟁에는 경찰이 정말 많이 온다. 경찰은 비장애인(혹은 그렇게 보이는 사람)에게는 퇴거해달라고 정중하게 말한다. 퇴거하지 않으면 경찰은 나가는 방향을 가리키거나 팔을 가볍게 잡고 이끈다. 그러면 나는 팔을 뿌리친다. 경찰은 더 이상 강요하지 않는다. 반면 휠체어 사용자는 위에서 덮치고 사방에서 찍어 누른다. 휠체어에서 강제로 분리해서 사람을 짐짝처럼 들어서 강제로 가지고 나간다. (데리고 나가는 게 아니다.) 이 과정에서 휠체어 사용자 활동가들이 다치고, 그들의 몸이자 발인 휠체어는 고장 나고 부서진다. 강제 퇴거의 과정, 연행의 과정을 보면 국가권력이 장애인을 어떻게 취급하는지 알 수 있다. 장애인은 물건이고 짐짝이다. 그래도 전장연은 포기하지 않는다. 박경석 대표는 구속돼도 수감돼도 벌금형을 받아도 지하철 투쟁을 한다.
“사람의 존엄이 돈의 논리를 이겨먹는” 세상을 위해 박경석 대표는 그렇게 버티고 또 버틴다. 지하철역에서 강제 퇴거 당할 때마다 나는 뒤에 남는 휠체어 사용자 동지들이 무척 걱정되었다. 길 건너 출구에서 경찰에게 강제로 들려 운반되어 나오는 박경석 대표님, 이형숙 대표님을 보며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출근길 지하철』 지지의 말을 쓰겠다고 해놓고 막상 본문을 펼치자마자 울기 시작해서 한동안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지만 무엇보다도 한국어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다 『출근길 지하철』을 읽어주시면 좋겠다. 이 투쟁에 참여하시는 분들이라면 나와 함께 울고 함께 자랑스러워하고 함께 지지하는 경험을 하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장애인 권리 투쟁에 참여해보지 않은 분들이라면 지금이라도 전장연을 후원하자. 국민은행 009901-04-017158 예금주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 정보라 (《아무튼, 데모》 저자)
출근길 지하철 시위로 단숨에 대한민국 최고의 빌런이 된 박경석. 도로를 막고 버스를 점거하고 지하철을 멈춰 세우며 전과 30범을 넘긴 그의 오랜 꿈은 장애문제가 〈100분 토론〉의 주제가 되는 것이었다. 그가 그토록 원했던 토론의 공간은 그가 ‘욕의 무덤’ 속으로 기어이 ‘기어서’ 들어간 후에 만들어졌다. 그가 위험을 무릅쓰고 만든 공간에서 사람들은 마음껏 소리치고 울고 웃고 춤추고 노래했다. 쏟아지는 비난과 조롱, 모욕과 멸시 위에 찬란한 권리의 언어가 향연을 펼쳤던 그 아름답고 토할 것 같았던 봄을 잊을 수 없다. 차별받은 자들 사이에서 태어나 거리에서 끊임없이 세상과 부딪치며 다듬어진 박경석의 말은 구체적이면서 생생하고 자유분방하면서 논리적이며 현란하고 전복적이고 통쾌하다. 어떤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당연하게 선물처럼 받는 권리를 어떤 사람은 평생 싸워서 얻고,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상식을 바꾸는 데 누군가의 평생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건 비참한 게 아니라 인생을 걸 만큼 근사하고 가치 있는 일임을 나는 박경석에게 배웠다.
- 홍은전 (기록활동가)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생각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러 다니고, 재미있게 놀러 다니고, 뭔가 배우러, 보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러 세상을 자유롭게 쏘다니는 삶. 그리고 나만큼이나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살고 싶을 거라 생각한다. 그 사람이 몸이 불편한 노인이거나 어린이거나 장애가 있거나 말이다. 교통 약자들이 나다닐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라면 당연히 모두에게 더 안전하고 편리할 거다.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다. 당신이 살고 싶은 삶, 꿈꾸는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인지.
- 황선우 (작가, 팟캐스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의 이야기를 추천할 수 있는 영광과 함께 책을 먼저 읽어볼 기회를 가질 수 있어 기뻤다. 지하철 타기 운동과 관련한 뉴스가 단 한 번이라도 당신의 관심을 끌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책에는 “비장애인들만 누리던 영토에 우리의 존재를 새겨둔 거야”라는 문구가 나온다. ‘출근길’이 바로 ‘비장애인들만 누리던 영토’의 가장 대표적인 공간이다.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타기 운동’은 비장애인들만 있어야 한다고 여겨지는 공간에 장애인들이 나타나서 ‘우리도 지금 이 시간에, 지금 이 공간에 있을 수 있다, 있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운동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운동은 기존의 사회질서에 대해 질문하고 도전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의 사회질서를 편하게 받아들인 이들에게는 이런 운동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여성운동은 남성중심의 사회가 익숙한 남성들에게 불편할 수밖에 없고 노동운동은 자본중심의 사회가 익숙한 자본가들에게 불편할 수밖에 없다. 장애운동은 비장애인중심의 사회가 익숙한 비장애인들에게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나의 일상을 흔드는 장애운동에 연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운동은 이 세상이 정해놓은 ‘표준의 몸과 정신’ 즉 ‘정상인간’의 기준을 해체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당연한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는 자본이 원하는 능력을 갖추고 자본이 원하는 속도를 낼 수 있는 ‘효율적인 인간’이 되길 바라게 된다. 그래야 이 세상에서 ‘능력 있다’는 평가를 들으며 ‘잘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든 그 ‘정상인’의 속도로부터 낙오되는 날이 온다. ‘일시적 비장애인’이라는 표현이 알려주듯, 지금 현재 비장애인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도 그저 일시적으로 비장애인으로 살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누구나 늙는다.
노화되는 과정은 장애를, 또는 질병을 가지게 되는 과정이다. 우리는 누구나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정상적인 속도’, ‘생산성’이나 ‘효율성’이라는 잣대에 맞출 수 없는 사람이 된다. 이렇게, 장애운동은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전제 자체를 질문하고, 나아가 바꾸는 운동이다.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여온 자본의 논리에서 모두가 함께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는 운동이다. 당신도 그런 세상을 꿈꿔본 적이 있다면 전장연과, 박경석과 함께하자.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국제앰네스티가 주최하는 ‘Write for Rights(편지쓰기 캠페인)’의 올해 사례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제앰네스티, 그리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함께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집회시위의 자유, 이동권운동, 장애권리운동을 널리 알리며 ‘누구도 남겨두지 않는’ 세상을 위한 이 운동에 동참하자.
- 김지학 (앰네스티 한국지부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