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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지하철

: 닫힌 문 앞에서 외친 말들

리뷰 총점6.0 리뷰 2건 | 판매지수 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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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치 68위 | 사회 정치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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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534g | 135*210*22mm
ISBN13 9791171712250
ISBN10 117171225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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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딱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야! 지하철이란 곳이 진짜로 노동력을 실어 나르는 컨베이어 벨트구나. 그렇게 정시성에 맞춰 컨베이어 벨트가 잘 굴러가야 노동자들도 공장에 가고, 학생들도 쓸모 있는 노동력으로 성장 을 해가지고 자본도 계속 돈을 벌겠구나. 그래야 이 나라도 계속 성장을 할 테고.
--- p.30~31

나치 지배기 동안 죽은 장애인들이 T4 희생자들 포함해서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에서 공식적으로 언급된 것만 30만 명이나 돼요. 비공식적으로 얼마나 되는지는 가늠도 안 되지. 1930년대부터 독일에서는 장애인 단종수술도 당연한 것처럼 이뤄졌는데, 이거까지 치면은 뭐, 정말 나치의 장애인 말살 작전은 어마어마한 규모였던 거야. 그런데 이 엄청난 범죄는 왜 오늘날 이렇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을까요? 특히 유대인 학살이랑은 기억되는 수준이 완전 다르잖아요. ‘나치가 장애인들 죽였다더라. 아! 그렇구나’ 하고서 잠깐 안타까워해 주고 또 금방 잊어먹는 거지. 장애인들 죽이면서 사람 효율적으로 잘 죽이는 기술 배워다가 수용소 가스실에서 유대인들 학살할 때 써먹었다고도 하는데, 이것도 사람들에게는 한 개도 안 중요할 거야. 단순히 유대인이 장애인들보다 훨씬 더 많이 죽어서? 그럼 30만 명은 기억되기엔 너무 적은 건가? 사람 목숨은요, 단순히 숫자로 비교할 문제가 아니에요. 사회에서 존재감이 없는 사람일수록 피해자 개개인의 서사는 사라지고, 단순히 숫자로만 기억되곤 하는데요. 사실은 한 사람만 저렇게 죽어도 얼마나 비극적인 건데요. 한 사람이 맺고 있는 관계 모두가, 한 사람의 세계 자체가 단숨에 아무런 의미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건데.
--- p.73

전 T4 앞에서 우리가 충분히 슬퍼해야 한다고 봐요. 이게 단순한 것 같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냥 자기가 ‘자 이제부터 슬퍼해야지’ 하고서 바로 슬퍼지는 게 아니잖아. (…) 그러니 시민들과 슬픔을 나누기 위해서라도 이 희생자들이 단순히 짐이 아니라, 존엄성을 가진 존재였다는 것을 이 사회가 깨닫게 만들어야겠죠. 우리가 이렇게 투쟁하는 거는요, 단순히 예산 얼마 더 따내기 위한 것만은 아니에요. 예산도 당연히 중요하죠. 그게 제대로 반영이 되어야 한국판 T4도 막아낼 수가 있으니까. 그러니 기재부가 독점하는 사회적 자원의 분배권도 우리들 손으로 조금씩 빼앗아 와야 하고. 그런데 돈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요. 그건 사람들이 아무리 비참하게 죽어도 딱히 슬퍼하지 않는 것들을 제대로 슬퍼하게끔 만들어내는 거예요. 그러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우리 존재가 잊히지 않게 만들어야죠. 기억하게 만들어야죠. 기억하게 만들려면 사회적 관계를 바꿔내야 하는 거고요.
--- p.94~95

박경석은 결의대회 장소로 향하던 도중, 우연히 이 부모들과 맞닥뜨렸다. 부모 십여 명은 대화를 하자며 박경석을 삥 둘러쌌다. 곧 한 사람이 박경석에게 말을 쏟아냈다. “내가 우리 애를 거기에 두고 살겠다는데, 왜 당신들이 와서 참견이에요? 이 애가 시설 바깥으로 나오잖아요? 그럼 얘는 못 살아요. 얼마나 장애가 심한 앤데. 당신같이 머리도 잘 굴리고, 말도 잘하는 장애인이 아니란 말입니다. 가족들이 전부 하루 종일 얘 돌보느라 바깥에 나가서 돈을 벌어먹고 살 수도 없어요. 당신이 이렇게 장애 심한 사람들 만나보기나 했어요? 이제 제발 그만 좀 하세요.”

박경석은 그 말을 듣고서 차분히 말을 건넸다. “여기 계신 어머님들, 아버님들 상황을 제가 모르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제가 하나만 물어볼게요. 국가와 지자체 차원에서 자식분들께 지원이 적절하게 이뤄지면, 부모님들 부담을 많이 끼치지 않고도 시설 바깥 지역사회에서 잘 살 수 있어요. 이건 인정하시죠? 그렇게 되어도 탈시설에 반대하실 겁니까? 저희가 주장하고 있는 건 이런 조건을 부모님들, 달성군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보자는 겁니다. 부족하지만 지금 있는 제도를 통해서도 지역사회에서 지원받으며 잘 살아갈 수 있기도 하고요. 걱정이 되신다면요, 저한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중에 꼭 물어봐 주세요. 명함을 드릴게요. 제 주변에도 탈시설한 최중증 발달장애인들이 정말 많고요, 이 사람들 지금 지역사회에 나와서 잘 살고 있어요.”

대화를 시작할 때부터 유난히 화가 나 있는 듯 보였던 이는 이 말을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격앙된 목소리로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당신을 어떻게 믿어? 이 시설에서도 학대당한 사람은 ‘일부’일 뿐이잖아. 우리 애가 거기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데 왜 당신 같은 외부 세력이 와서 난리야?” 순간, 박경석의 언성도 높아졌다. “선생님 자식이 당장 안 죽었으면 끝입니까? 이미 거기에서 다른 장애인은 학대를 당하고 죽었다고요. 자기 자식 아니면 그렇게 두들겨 맞고 죽어나가도 괜찮은 겁니까? 남 일이라고 그렇게 함부로 이야기하지 마세요. 그리고요, 당신들 자식이 지금 학대를 당한 게 안 밝혀졌다고 해서 시설 안에서 잘 살고 있다고 도대체 어떻게 확신을 하십니까? 이미 학대 정황이 여러 번 확인된 그런 시설에 당신 자식을 방치해두는 게 정말로 당신 자식에게 좋은 겁니까? 당신 자식은 장애가 있다고 해서 지역사회 나와서 꿈꾸며 살아갈 자격도 없는 겁니까?”
--- p.102~103

자립이라는 게 모든 관계로부터 독립되어 가지고, 정말로 나 혼자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잖아. 당연히 중증장애인들 그렇게 못 살지. 그런데요, 자립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비장애인들은 그렇게 저 홀로 ‘독립적으로’ 살고 있나? 이 사람들도 이미 수많은 관계 안에서 의존하고 있으니까, 지금처럼 자립을 하는 게 가능한 거잖아. 중증장애인들도 똑같아요. 시설에서 겪었던 아주 통제적이고 일방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관계를 다른 방식으로, 그러니께네 지금보다 훨 자유로운 방식으로 새로 구성하자는 거죠.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그 과정에서 자기가 어디에 어떻게 의존할 것인지 사회적 관계를 선택하고 새롭게 형성할 힘이란 거를 중증장애인 당사자가 가질 수 있게 차차 만들어가는 거야. 그게 바로 자립, 탈시설운동이란 게 갖는 어마어마하게 해방적인 성격이에요. 자립이라는 게 단순히 말 그대로 혼자서 삶의 모든 걸 책임지겠다는 게 아니라, 함께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관계를 새로 맺어가는 방법을 배워가는 거라는 걸 보여주는 거. 이걸 요새는 어려운 말로 ‘연립’이라고 하는 것 같던데요. 그러니께네 자립이라는 건 곧 연립의 기술을 배워가는 거야.
--- p.123~124

그런데 이 투쟁을 하다 보니까는 중증장애인들이 노동을 하려면은 정말로 새로운 노동이란 게 필요하겠구나 싶더라고요. 한 번도 일을 못 해본 발달장애인이 “나도 휴가 가고 싶다!” 외쳐대질 않나, 아무리 봐도 일 못 할 것 같은 뇌병변장애인이 휠체어에 딱 누워서 AAC[보완·대체 의사소통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 흔히 언어장애인들이 하고자 하는 말을 음성으로 전달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로다가 “나는 이미 노동자다!” 그러질 않나. 발언한다고 앞으로 나가더니 뜬금없이 음정, 박자 따윈 싹 다 무시한 채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농성장에서 내내 뛰어다니면서 소리 지르는 장애인도 있고. 이런 사람들이 거기서 매 순간순간 임금노동의 상식을 깨는 말들을 하고 행동들을 했던 거예요. 사실 난 그 광경이 너무 즐겁더라고. 우리 존재 자체가 임금노동에 대해서 이렇게나 굉장히 반역적이라는 걸 잘 보여준 거잖아. 하하. 그런데 그만큼 고민도 깊어지기도 했어. 노동권 요구하고 있는데 그런 광경이 계속 펼쳐져봐, 고민을 안 할 수가 있나. 스스로 계속 되묻게 되더라고. 이 사람들이 노동시장에 들어가서 진짜 일을 할 수가 있긴 한 걸까?
--- p.168~169

불과 3년 전, 그는 국회의원 후보가 될 뻔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끝내 거절했고, 결국 거리에 남았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그가 남은 자리에 더해졌다. 그들 중 상당수는 세련된 언어로 말을 할 줄도, 글도 읽을 줄도 모른다. 하다못해 집 밖을 나오는 게 익숙하지도 않고, 타인들과 관계를 맺는 것 자체가 어색하다. 그러나 이들은 이미 크게든 작게든 어떤 자부심을 박경석과 공유하고 있다. “내가 거리에 나와 동지들과 함께하면 세상이 바뀐다. 나는 절대로 무능력하고 쓸모없는 사람이 아니다.”
박경석의 정치는 언제나 이 자부심에서부터 출발한다.
--- p.191~192

그렇게 농성을 시작해서 5일 동안 뻐텼는데, 정태수는 원래 그냥 밀어붙이자 주의로 가는 애기 때문에 정말로 막가파인 거야. 아니 논의도 안 되어 있는데, 무슨 결사 투쟁 한다고 농성 첫날에 머리를 빡빡 밀고 나타났어. 기가 차지, 기가 차. 무슨 독재정권에 맞서 투쟁하는 것도 아니고, 이 농성 드간다고 체제가 전복되는 것도 아니고. 그만큼 그때 나는 태수랑 많이 달랐지. 나는 솔직히 농성 시작할 때도 무슨 결사 투쟁 한다라고 생각 안 하고 반쯤은 장난하는 마음도 있었어.
--- p.221

당신들이 우리를 ‘보살피고 있다’는 발상 속에서, ‘보살피는 방식’ 속에서 이미 폭력이 자행되고 있는 거야. 굉장히 우아하고 문명적인 방식으로 보이는 일상이 그 자체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미 어마어마한 폭력이 되고 있는 거죠. 제가 한번 물어볼게요. 능력 없다고 시설이랑 방구석에 가둬두고서, 교육도 못 받게 하고, 노동도 못 하게 하고 사회적 관계들 다 끊어놓는 건 폭력 아닌가요? 뭐, 잘 돌봐준다고 말만 하면 땡인 건가? 이거 말고도 그래. 장애인들 싹 다 빼놓고서, 비장애인만 태워 가는 대중교통은 폭력이 아니에요? 그 상황을 유지하는 불의한 정권은 폭력이 아닌가? 국가가 헌법의 기준을 지키지 않는 건 어떻고. 그런 국가의 행태를 방관하고서, 그냥 누가 죽어나가건 말건, 권리를 침해당하건 말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거기에 동참해서 살아가는 것도 사실은 어마어마한 폭력일 수 있어요.
--- p.234~235

야가 이제는 삭발하고 단식밖에 안 남았대. 이야! 이거 한 명이라도 단식하겠다고 결의하면은 나도 같이 굶어야 할 판이잖아. 나 배고프긴 싫은데. 그래서 막 안 하려고 꾀를 쓰고 있었는데, 강경파들이 갑자기 어쩔 수 없다 이거밖에 안 남았다 이러면서 단식을 시작하자고 하는 거야. 그러고 몇 명이 바로 결의를 하데? 그럼 어떻게 해. 나도 이제 어쩔 수가 없잖아. 결국 나도 한다고 결의를 했지. 그런데 그때 시청 점거한 장소가 하필이면 또 공무원들 식당 앞이었어요. 아니, 그래 단식은 겨우 한다고 결의를 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공무원들은 밥 다 먹고 있는데 그거 보면서는 도무지 못할 거 같은 거야. 이건 진짜 고문이잖아.
--- p.251~252

사실은요, 장애인도, 노동자도 그리고 그 누구더라도 제대로 해방되려면, 원형경기장 바깥으로 나가야 돼요. 누군가에 대한 배제와 억압 위에서 굴러가는 문명을 지배하는 시스템에 문제 제기를 해야 하는 거죠. 우리 모두를 이렇게 힘들게 만드는 사람들, 너희는 서로 싸워야 생존할 수 있다는 생각 심어주는 사람들은 원형경기장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사람들과 그러한 설계와 운영을 지원하고 관리해주는 사람들이잖아요. 문명의 지배 구조가, 우리 문명의 진실이 이런 거라는 거를 널리 알려가야 하는 거지.
--- p.287

어떤 사람들은 장애인운동 하면은 어떤 장애 유형이건 곧바로 다 같이 “야! 우리 모두는 장애인이니까 하나다!” 하고서 뭉쳐서 싸우는 줄 아는데요. 그러면 나도 참 편하고 좋겠지만, 이건 정말로 꿈같은 소리예요. 서로 진짜 다른 사람들끼리 지지고 볶고 어떻게 관계를 맺어갈 것인지를 고민해가면서, 일상을 버텨내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지원해가면서 겨우겨우 뭉치게 되는 거고, 우리 진보적 장애인운동의 역사도 그렇게 조금씩 우리의 뭉친 힘이란 거를 만들어온 과정이 있는 거거든. 절대 잊으면 안 되는 건요, 이 과정은 지금도 완성된 게 아니라는 거예요. 이건 정말로 끝이 없을 거고, 이게 끝나버리는 순간 우리 운동도 같이 망해버릴 거야. 나도 그렇고 동지들도 그렇고 부족한 게 참 많은 사람들이거든. 그러니 지금도 맨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 속에서 속도 때문에, 언어 때문에, 생활 방식과 관계 맺는 방식들 때문에 갈등도 겪어가면서 지지고 볶고 있는 거지.
--- p.318

서로 다른 속도를 가진 사람들의 존재를 이 사회가 감각하게 하는 거, 이 사회에 통용되는 속도라는 거가 얼마나 문제적인지를 드러내는 거 자체에 사실은 더 큰 의미가 있는 거지.
--- p.329~330

자기 몸 자체로, 자기가 할 수 있는 몸짓으로 이 사회에, 이 사회가 요구하는 속도란 것에 경종을 울리는 거야. 긴다는 건 이 사람들에게 결국 자기 언어였던 거고, 나아가서 새로운 시간성을 창조하는 무기이기도 했던 거야.
--- p.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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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 책을 읽으며 마음속으로 얼마나 많은 말들을 받아 적었는지 모른다. “나치가 죽이는 방식이 잔인하다고는 다들 인정하는데, 그럼 부모가 자식 때려 죽이는 방식은 안 잔인해요?” 처음에는 이 잔인성에 대해, 그러니까 장애인들의 살해와 감금, 방치에 대해 적었다. 다음에는 지난 20여 년의 장애운동에 대해, 출근길 지하철에서 이제 욕설까지 듣게 되었다고 자랑스러워하는 이 이상하고도 놀라운 운동에 대해 적었다. 그러다가 책의 어느 곳부턴가 나는 나의 삶에 대해, 나의 해방에 대해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지하철의 닫힌 문 앞에서 그가 외쳤던 말들은 그의 해방이 아니라 우리의 해방에 대한 말이었다는 것을. ‘함께 나비가 되자’는 저자의 마지막 말까지 받아 적었을 때 내 마음에서 나비 떼가 날아올랐다. 우리 앞에 닫혀 있는 모든 문의 경첩들, 우리에게 특정 속도를 강요해온 컨베이어 벨트의 너트와 볼트들, 그러니까 우리들 모두가 나비가 되어 날아오른다면, 우리는 이 거대한 억압 장치가 힘없이 주저앉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 고병권 (노들장애인야학 철학교사)
박경석의 말과 행동은 20년 전부터 한결같이 내 주위를 맴돌았다. 나는 그를 만나면 종종 피하고, 그의 말이 들리지 않는 곳을 향해 숨고, 때로는 어떤 말에 대해 반론을 펼쳤다. 그러나 내가 어디를 향하고 무엇을 듣고 어떤 쟁점에 관해 동의하든 하지 않든, 사회적인 존재로 삶을 지속하는 모든 순간의 밑바닥에는 박경석의 몸이 있었다. 그와 그의 운동에 함께한 중증장애인들은 하나의 세계를 지어냈고, 그 위에서 비로소 집 안에만 갇혀 살던 어떤 장애인은 회사를 다니고, 글을 쓰거나 춤을 추고, 유튜브를 하고, 정치인이 되었다. 이 책을 박경석이 소수의 ‘장애인 집단’ 안에 머물며 비현실적이고 이념에만 경도된 주장을 한다고 여기는 사람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다. 구체적인 삶 속에서 자신과 몸도 생각도 전혀 다른 타자를 끝없이 만나가며, 그들과 늘 투덕거리며, ‘현미경’처럼 개개인의 삶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본 사람이 결코 자신의 신념을 잃어버리지도 않았을 때, 이 책에 쓰인 말들이 탄생한다.
- 김원영 (작가, 공연창작자)
각자도생의 대한민국에서 약함은 악함이다. 우리는 마치 악한 것을 밀어내듯 약한 것을 밀어낸다. 숫자화하고 서열화하고 분리하고 배제하여 이 사회의 끄트머리에서 간신히 살아가게 하거나 그저 내버려둔 채 잊어버린다. 약자에게 허락된 목소리는 오직 동정과 시혜를 베풀어달라는 읍소뿐이다. 이것이 우리 사회가 장애와 우리 안의 약함을 대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약하지 않은 인간은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매일 우리를 추방하고 있다. 전장연과 박경석, 정창조의 ‘출근길 지하철’ 투쟁은 이 비인간적 추방에 맞서는 투쟁이다. 컨베이어 벨트 같은 지하철을 멈추며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장애인의 인간다울 권리를 외치는 이 투쟁은 곧 우리 모두의 연약해도 존엄할 보편적 권리를 위한 투쟁이다. 모든 인간은 결국 연약하다. 연약하기에 불안하고 불안하기에 내달린다. 우리는 사실 매일매일 연약한 우리 자신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출근길 지하철을 각자도생을 위한 투쟁의 길이 아닌 모두의 존엄을 위한 연대의 길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이 투쟁에 연대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생의 마지막 순간에 존엄할 것인가.
- 장혜영 (21대 국회의원)
전장연 지하철 투쟁에는 경찰이 정말 많이 온다. 경찰은 비장애인(혹은 그렇게 보이는 사람)에게는 퇴거해달라고 정중하게 말한다. 퇴거하지 않으면 경찰은 나가는 방향을 가리키거나 팔을 가볍게 잡고 이끈다. 그러면 나는 팔을 뿌리친다. 경찰은 더 이상 강요하지 않는다. 반면 휠체어 사용자는 위에서 덮치고 사방에서 찍어 누른다. 휠체어에서 강제로 분리해서 사람을 짐짝처럼 들어서 강제로 가지고 나간다. (데리고 나가는 게 아니다.) 이 과정에서 휠체어 사용자 활동가들이 다치고, 그들의 몸이자 발인 휠체어는 고장 나고 부서진다. 강제 퇴거의 과정, 연행의 과정을 보면 국가권력이 장애인을 어떻게 취급하는지 알 수 있다. 장애인은 물건이고 짐짝이다. 그래도 전장연은 포기하지 않는다. 박경석 대표는 구속돼도 수감돼도 벌금형을 받아도 지하철 투쟁을 한다.

“사람의 존엄이 돈의 논리를 이겨먹는” 세상을 위해 박경석 대표는 그렇게 버티고 또 버틴다. 지하철역에서 강제 퇴거 당할 때마다 나는 뒤에 남는 휠체어 사용자 동지들이 무척 걱정되었다. 길 건너 출구에서 경찰에게 강제로 들려 운반되어 나오는 박경석 대표님, 이형숙 대표님을 보며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출근길 지하철』 지지의 말을 쓰겠다고 해놓고 막상 본문을 펼치자마자 울기 시작해서 한동안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지만 무엇보다도 한국어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다 『출근길 지하철』을 읽어주시면 좋겠다. 이 투쟁에 참여하시는 분들이라면 나와 함께 울고 함께 자랑스러워하고 함께 지지하는 경험을 하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장애인 권리 투쟁에 참여해보지 않은 분들이라면 지금이라도 전장연을 후원하자. 국민은행 009901-04-017158 예금주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 정보라 (《아무튼, 데모》 저자)
출근길 지하철 시위로 단숨에 대한민국 최고의 빌런이 된 박경석. 도로를 막고 버스를 점거하고 지하철을 멈춰 세우며 전과 30범을 넘긴 그의 오랜 꿈은 장애문제가 〈100분 토론〉의 주제가 되는 것이었다. 그가 그토록 원했던 토론의 공간은 그가 ‘욕의 무덤’ 속으로 기어이 ‘기어서’ 들어간 후에 만들어졌다. 그가 위험을 무릅쓰고 만든 공간에서 사람들은 마음껏 소리치고 울고 웃고 춤추고 노래했다. 쏟아지는 비난과 조롱, 모욕과 멸시 위에 찬란한 권리의 언어가 향연을 펼쳤던 그 아름답고 토할 것 같았던 봄을 잊을 수 없다. 차별받은 자들 사이에서 태어나 거리에서 끊임없이 세상과 부딪치며 다듬어진 박경석의 말은 구체적이면서 생생하고 자유분방하면서 논리적이며 현란하고 전복적이고 통쾌하다. 어떤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당연하게 선물처럼 받는 권리를 어떤 사람은 평생 싸워서 얻고,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상식을 바꾸는 데 누군가의 평생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건 비참한 게 아니라 인생을 걸 만큼 근사하고 가치 있는 일임을 나는 박경석에게 배웠다.
- 홍은전 (기록활동가)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생각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러 다니고, 재미있게 놀러 다니고, 뭔가 배우러, 보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러 세상을 자유롭게 쏘다니는 삶. 그리고 나만큼이나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살고 싶을 거라 생각한다. 그 사람이 몸이 불편한 노인이거나 어린이거나 장애가 있거나 말이다. 교통 약자들이 나다닐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라면 당연히 모두에게 더 안전하고 편리할 거다.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다. 당신이 살고 싶은 삶, 꿈꾸는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인지.
- 황선우 (작가, 팟캐스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의 이야기를 추천할 수 있는 영광과 함께 책을 먼저 읽어볼 기회를 가질 수 있어 기뻤다. 지하철 타기 운동과 관련한 뉴스가 단 한 번이라도 당신의 관심을 끌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책에는 “비장애인들만 누리던 영토에 우리의 존재를 새겨둔 거야”라는 문구가 나온다. ‘출근길’이 바로 ‘비장애인들만 누리던 영토’의 가장 대표적인 공간이다.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타기 운동’은 비장애인들만 있어야 한다고 여겨지는 공간에 장애인들이 나타나서 ‘우리도 지금 이 시간에, 지금 이 공간에 있을 수 있다, 있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운동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운동은 기존의 사회질서에 대해 질문하고 도전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의 사회질서를 편하게 받아들인 이들에게는 이런 운동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여성운동은 남성중심의 사회가 익숙한 남성들에게 불편할 수밖에 없고 노동운동은 자본중심의 사회가 익숙한 자본가들에게 불편할 수밖에 없다. 장애운동은 비장애인중심의 사회가 익숙한 비장애인들에게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나의 일상을 흔드는 장애운동에 연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운동은 이 세상이 정해놓은 ‘표준의 몸과 정신’ 즉 ‘정상인간’의 기준을 해체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당연한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는 자본이 원하는 능력을 갖추고 자본이 원하는 속도를 낼 수 있는 ‘효율적인 인간’이 되길 바라게 된다. 그래야 이 세상에서 ‘능력 있다’는 평가를 들으며 ‘잘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든 그 ‘정상인’의 속도로부터 낙오되는 날이 온다. ‘일시적 비장애인’이라는 표현이 알려주듯, 지금 현재 비장애인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도 그저 일시적으로 비장애인으로 살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누구나 늙는다.

노화되는 과정은 장애를, 또는 질병을 가지게 되는 과정이다. 우리는 누구나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정상적인 속도’, ‘생산성’이나 ‘효율성’이라는 잣대에 맞출 수 없는 사람이 된다. 이렇게, 장애운동은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전제 자체를 질문하고, 나아가 바꾸는 운동이다.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여온 자본의 논리에서 모두가 함께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는 운동이다. 당신도 그런 세상을 꿈꿔본 적이 있다면 전장연과, 박경석과 함께하자.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국제앰네스티가 주최하는 ‘Write for Rights(편지쓰기 캠페인)’의 올해 사례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제앰네스티, 그리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함께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집회시위의 자유, 이동권운동, 장애권리운동을 널리 알리며 ‘누구도 남겨두지 않는’ 세상을 위한 이 운동에 동참하자.
- 김지학 (앰네스티 한국지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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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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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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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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