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 박쥐들은 바이러스를 달고 삽니다. 그들은 바이러스에 별로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이 논문에서는 열대 박쥐들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종당 평균 2.67종류 가지고 다닌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40여 종에 2.67을 곱하면 100이 넘겠죠? 지난 100년 동안 중국 남부 지역으로 100종 이상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진입했다는 것입니다. 그 100종 이상의 코로나바이러스 중에서 어떤 한 놈이 이번에 인류를 제대로 공략한 것입니다. 여기에 교훈이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어떤 형태로든 멈추지 않으면 열대에 있는 박쥐들은 계속해서 온대로 옮겨 올 것이고, 그들이 가지고 오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때문에 앞으로 우리는 이런 일을 끊임없이, 아마도 점점 자주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 「생물 다양성과 조화로운 삶_최재천」 중에서
IPCC 6차 평가보고서는 기후위기의 시급성과 심각성을 강조하면서 도, 아직 이에 맞서 행동할 시간이 있고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우리는 기후위기로 인한 잠재적 파멸의 원인을 알고 있으니 파멸은 일어나게 될 필연이 아니라 선택일 뿐입니다. 기후위기의 원인은 우리에게 있으므로 결과도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기후위기를 늦추거나, 멈추거나, 되돌릴 시간이 여전히 있습니다. 그러니 희망을 놓지 말 아야 합니다. 기후위기 대응은 지금 우리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후손이 이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느냐의 문제이며 전적으로 우리 능력 안에 있는 문제입니다. 위험한 사건이 지금 바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나중으로 미루는 게 아니라 과학적 사실의 인식을 토대로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합니다.
--- 「기후위기, 파국의 시점은 언제인가?_조천호」 중에서
오래전부터 보고되어 온 기후위기와 정신 건강의 관계는 크게 세 개의 메커니즘으로 요약됩니다. 기후위기는 우선 태풍과 홍수와 같은 기상재해를 통해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칩니다. 중대한 신체적 피해와 재산 피해를 입히는 강도 높은 기상재해를 경험하는 것은 정신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트라우마 사건입니다. 또 다른 영향은 가뭄, 폭염과 같은 기상 현상에 노출됨으로써 나타나는 것입니다. 폭염은 매년 여름마다 찾아오는, 그저 더운 날씨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심각한 폭염을 경험하면서 법적으로 폭염을 자연 재난에 포함했습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르면, 재난은 ‘국민의 생명·신체·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입니다. 법률에서 폭염이 재난에 포함되었다는 것은 폭염의 피해에 대해 국가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극심한 고온에 노출되면 정신질환자의 의료 이용이 증가하는데, 이는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음을 뜻합니다. 그리고 더위에 노출되면 사람들의 폭력성, 공격 행동도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2023년 가장 최근의 여름에 심한 더위가 지루하리만큼 길었던 것을 돌이켜 볼 수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는 폭력 및 살인 사건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더욱 증가할 수 있음이 이미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 「기후위기와 건강_채수미」 중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각 부문의 직접 배출량을 줄여 나가면서 국가 전체적으로는 전환 부문의 배출량을 줄여 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모든 제품의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를 줄이기 위해서 탈탄소 원료를 사용하고, 설비를 구동하는 전력을 탈탄소 연료로 생산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현재까지의 기술 수준으로는 먼 미래에도 직접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절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분야들도 존재합니다. 이를 감안하면 온실가스를 포집해서 영구히 저장하거나 하는 탄소포집 기술도 사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다만, 문제는 온실가스를 포집하고 활용하는 기술이 활발히 연구·개발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비즈니스화하기는 어려운 기술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가 단기간에, 특히 2030년 전까지 해야 할 일은 어려운 기술을 적용하는 것보다는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가지고, 이미 가지고 있는 기술들을 적용해서 최대한 온실가스의 배출 그 자체를 줄이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 당장 무엇을 해야 하나?_김승완」 중에서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매우 분명합니다. 기후위기 해결은 현재 우리 시대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시대정신입니다. 양적 완화 정책으로 인해 시장에 유입된 막대한 자금은 투자처를 찾아 방황하고 있으며, 변동성이 커진 시장 상황 속에서 투자자들은 더욱 조심스러워하고 있습니다. 혁신적인 신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유는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는 기후위기와 수익 창출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잘 엮을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최근 인공지능 분야에서 보듯, 기술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고조되고 있습니다. 반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실질적인 투자는 크게 부족한 실정입니다. 세계적인 투자자 레이 달리오(Ray Dalio)에 따르면, 전 세계 연기금과 국가 펀드가 보유한 자산은 약 120조 달러에 달합니다. 그러나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투입되는 자금은 단 1조 달러에 불과합니다. 이는 필요한 투자 금액의 약 6분의 1에 해당합니다. 즉, 심각할 정도로 과소한 투자가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개발도상국에서 필요한 기후 투자 재원은 연간 약 1.5조에서 3조 달러로, 2040년까지는 총 15조에서 30조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 「기후위기 대응과 경제·금융_김용범」 중에서
2018년 IPCC 특별보고서는 농업이 기후변화 시대의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집약적이고 산업화된 접근 방식에서 벗어난, 생태에 기반한 식품 시스템과 육류 소비를 줄인 더 나은 식품 소비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유럽연합은 소비자들에게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식단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소비율이 낮은 곡물, 과일, 채소, 콩, 견과류 등의 소비를 늘리도록 하는 한편, 식품 순환 모델을 통해 식품 폐기량을 줄이도록 유도합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소매 및 소비 단계에서 1인당 음식물 쓰레기를 절반으로 줄일 방침을 수립하였으며, 소비자가 건강한 식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원산지, 영양, 첨가물 등의 라벨 표시도 한층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공공 분야의 식품 조달에도 지속 가능성을 반영해 유기농 과일·채소에 대해 부가가치세 감면 혜택을 시행할 수 있도록 개정했습니다. 협의의 농축산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아닌 식품 시스템 전체의 지속가능성 전략을 취했다는 점, 이는 식품 소비의 과정도 포섭하며 이와 연계해 지속 가능한 식단, 폐기물 정책, 식품 라벨링 및 공공 조달까지 전방위적으로 연계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남깁니다.
--- 「식품 시스템의 정의로운 전환_지현영」 중에서
한국 사회는 디지털 전환을 자연스럽게 생태 친화적인 것처럼 간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스마트’하면 ‘친환경적이다’라는 오해가 있다는 말입니다. 예컨대 스마트팜은 당연히 친환경 농업이라고 간주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스마트팜은 친환경적일 수도 있지만, 과도하게 에너지 집약적이어서 오히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인공지능이나 디지털 확대가 반드시 환경 친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활용이 폭증함에 따라 데이터 센터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는데, 이것은 곧 에너지 사용이 크게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국은 특히 디지털 전환에 대한 산업계와 정부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디지털 전환이 에너지 사용량 폭증으로 귀결되지 않고 환경적으로 친화적인 구조와 어떻게 맞물리게 만들 것인가 하는 과제는 향후 산업 전환에서 가장 난제가 될 것입니다. 디지털 전환과 생태 전환이 서로 긴장과 악순환에 빠지지 않고 선순환 관계로 들어갈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 「기후를 위한 산업 변환_김병권」 중에서
이 전쟁의 시대에 한국은 경제적 특수를 누리는 대표적인 국가 중 하 나입니다. K-팝도 K-푸드도 아닌 한국의 무기 산업은 새로운 수출 전략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으로 한국 무기의 세계 점유율을 높여 2027년까지 세계 4위 수준의 무기 수출국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방위 산업을 새로운 수출 전략으로, 지역 경제와 국가 경제를 견인할 새로운 산업 먹거리로 이야기합니다. 이것이 마냥 불가능한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2022년 기준 한국은 173억 달러의 방산 수출을 수주하여 역대 최고 무기 수출의 기록을 세웠습니다.
--- 「‘전쟁의 시대’ 평화라는 기후 정의의 필요성_배보람」 중에서
우리는 흔히 미래 세대인 젊은 세대가 기후위기에 더 민감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는데요, 실제로는 고연령층에서 기후 유권자가 더 많았습니다. 고연령층이 정치적으로 보수적인데도 그렇습니다. 조사의 전체적인 경향을 보면, 2030 남성 중에서는 기후대응이 당장의 일자리에 미칠 악영향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반면에 6070 세대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기후변화를 직접 체험한 경험도 많고, 그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도 느끼는 것처럼 보입니다. 소위 ‘실버 세대(silver generation)’나 ‘그레이 보터(grey voter)’로 불리는 분들이 기후 유권자가 될 가능성도 높다는 것입니다.
--- 「2024년 총선과 기후 정치_이관후」 중에서
탄소중립은 대한민국 국토라는 ‘공간’에서 실행됩니다. 그래서 탄소중립이 실현될 한국 사회의 공간 구조를 미리 고민해야 하는데요, 현재 서울과 수도권은 비대해지고, 지방은 빠르게 인구가 줄고 경제적인 활력을 잃어 가고 있습니다. 투자도, 교통도, 산업 설비도 서울과 경기도에 집중되고 있고, 폐기물 처리장 같은 환경 유해 시설이 농촌으로 파고들고 있습니다. 그러면 농촌의 삶은 더욱 피폐해집니다. 각각의 지역에서 개발에 대한 기대로 너도나도 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렇게 추진하는 공항이 10여 개에 달합니다. 코로나19 이후 교통이 줄어 지역 간에 버스 운영 간격이 줄었는데,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후에도 복구되지 않아 버스편이 줄고, 버스 정류장은 하나둘 폐쇄되고 있습니다. 버스 정류장이 폐쇄되면 사람들의 이동은 더 줄어들고, 다른 지역과의 네트워크는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 됩니다. 참 아이러니하지요? 공항은 10여 개를 짓는데, 바로 읍내에 나갈 버스는 사라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탄소중립을 선언한 나라에서 신규 공항을 10여 개를 지어도 되는가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정부와 지역의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누구를 위해 투입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법_이유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