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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자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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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9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140*210*20mm
ISBN13 9788936812461
ISBN10 8936812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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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의대 정원을 둘러싸고 국가와 의료계 갈등이 진행 중이다. 많은 국민은 우려의 시선으로 사태를 바라보고 있다. 뭐가 문제일까? 이 책은 마르크스 경제학의 주요 개념으로 현대 한국 의료의 모순을 분석했다. 생명보다 이윤이 우선할 수밖에 없는 현 상황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 손민규 사회정치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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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자본주의 사회의 자본은, 이렇게 뭣 모르고 뛰어든 철없는 이상주의자에게도 어김없이 자본가의 가면을 덧씌워 그 역할을 충실하게 해 나가도록 강제하고 있었다. 병원을 준비하는 과정은 절대 의사의 정체성이 관여하지 않는다. 의사의 정체성은 내가 어떤 진료를 하고, 이를 위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에 적용될 뿐이다. 행정 시스템 역시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는다. 개원에 필요한 요건과 절차를 요구할 뿐이다. 의료는 국가 필수 시스템이지만, 병원을 준비하는 과정의 의사는 그와는 상관없이 철저하게 자본가가 되어야 한다. 의사의 정체성을 가진 자본가가 되게 되어, 병원을 경영하며 어떻게 하면 자본을 잘 굴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 「개원의, 자본가가 되다」 중에서

한국 사회에서 의료는 어느 위치에 존재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보통 의료라 하면 희생과 높은 가치, 그리고 봉사와 사회 보장 서비스 등을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과 동시에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분야, 의사의 방대한 수익, 그리고 산업에서 몇 안 되는 블루오션의 한 분야로 생각한다. 교통사고로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환자를 오랜 수술 끝에 살려내면 감동하고 감사하는 사람들이, 때마다 발표되는 의사들의 평균 수입 규모에는 ‘돈만 밝히는 의사 나부랭이’라고 쉽게 딱지를 붙인다. 그럴 때면 나는 의사로서의 정체성이 조금 혼란스러워진다. 한국 사회에서 나의 역할은 사회 보장 서비스에 속하는가, 아니면 보편적인 자본주의 시장 논리 안에 존재하는가.
--- 「나는 의사인가, 경영자인가」 중에서

한국 사회에서 사립 병원 비율이 90퍼센트라고 하면, 그 수많은 병원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분주하게 경쟁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생산에 관해 생산자 차원의 계획은 있어도, 사회 차원에서는 아무 계획이 없다. 어떤 생산물이 그 사회의 필요에 얼마나 부합하는가는 시장을 통해 사후에 확인이 가능할 뿐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열심히 뛰고 있는 각자의 병원은, 그런 병원을 모아서 한 덩어리로 두고 사회적 관점에서 바라보자면, 병원의 생산물 즉 사립병원의 의료 행위는 사회적 필요에 부합하고 있는 것일까?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 「생산수단을 소유한 개원의 또는 자본가」 중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가의 마인드로 운영되는 병원은 전문의를 충분히 고용하지 않는다. 동시에 전문의가 되어야만 일반적인 의사 행세를 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대부분의 의사가 전문의 과정을 수료하고 시험을 치른 뒤 전문의가 되지만, 좀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하며 개원가로 이동하기도 한다. 병원에서 봉직의로 일하는 전문의들은 말 그대로 쥐어짜이고, 또한 스스로를 쥐어짜는데 익숙한 채로 의료의 질을 유지하고 있다. 이 복잡한 현실이 의사 수는 많지만, 의사 수가 부족해 보이게 만드는 착시 현상을 유발하는 것이다.
--- 「외과의를 포기했던 이유」 중에서

인격화한 자본으로서의 자본가 속성은 언제나 내 마음을 쥐고 흔든다. 매 순간 내가 손에 쥘 수 있는 이윤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한다. 손익분기점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되니 그 점은 감사하다. 그렇다고 내가 엄청난 이윤을 벌어서 대단한 사치를 누리고자 함도 아니다. 나는 그저 적당한 이윤을 가져가며 내가 바라는 소소한 삶을 살아가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당장 개원과 집에 투자한 대출부터 갚아 나가야 한다. 이제 곧 수험생이 되는 아이의 뒷바라지와 임대료를 준비해야 한다. 또한 병원과 장비의 관리에 대한 불안은 언제나 존재한다. 그런데 내가 바라는 소소한 삶을 위해 필요한 이윤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알 수가 없다.
--- 「자본가 그리고 개원의의 이윤」 중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고 했을 때, 가장 반긴 사람들은 대학 총장들이었다. 그리고 2차 병원 이상의 종합병원장들은 조용하게 반색했다. 의대생이 늘면 대학의 수익과 인식이 상승할 것이고, 종합병원들은 앞으로 좀 더 낮은 임금으로 의사들을 고용할 수 있게 될 테니 말이다. 이들에게는 갑작스러운 의대 증원의 총체적인 문제 의식이나 한국의 의료 구조에 대한 비판적 관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이 될 것이라는 호응만 존재했다. 자본가의 목적은 단순히 이윤이듯 그들의 목적은 단순히 유무형의 이익이었다. (……) 단지 수련 중인 전공의들이 빠졌을 뿐인데 병원이 운영난을 겪는 이유는, 이제까지 병원들이 전공의들의 노동으로 많은 부분 운영되고 있었음을 반증한다. 전공의들은 값싼 노동력이자 수련이라는 조건으로 쉽게 부릴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
--- 「2,000이라는 숫자가 무너뜨린 것」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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